[윤태곤 칼럼] 지난 1년 가장 강력했던 정치인은 누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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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 칼럼] 지난 1년 가장 강력했던 정치인은 누굴까
  • 윤태곤 정치분석가(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 승인 2019.12.12 15: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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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잘사주는 누나' 원내대표 시작한 나경원의 1년
'독보적 여성 정치인' 됐지만 차츰 기대와 멀어져
1년 극한 대립와 필리버스터, 조건반사적 대응에 몰입
윤태곤 정치분석가
윤태곤 정치분석가

[윤태곤 정치분석가] 지난 1년 간 가장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했던 정치인은 누굴까? 개인적으로는 나경원 한국당 전 원내대표를 꼽고 싶다.

대선 후보 특보, ‘여성 몫’ 비례대표 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한 나경원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7대 국회 후반부에 1년 8개월간 장수 대변인을 지내면서 부터다. 일단 메시지 전달력이 뛰어났고 참여정부에 대한 공격이나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에 대한 방어에서 만만치 않은 실력을 발휘했다.

뛰어난 메시지 전달력의 소유자 '나경원'...퀀텀 점프 시작

지역구 재선에 어렵지 않게 성공한 이후 2010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나경원은 ‘퀀텀 점프’에 성공한다.

‘여성 몫’이 아닌 일반 경선을 통해 최고위원 자리에 입성한 것. 성적표는 예상 밖이었다. 일반 여론조사에서는 전체 1위를 기록했고 대의원 투표에선 5위를 기록해 합계 3위가 된 것. 나경원 위로는 지도부급인 안상수, 홍준표에는 뒤처졌지만 친이, 친박 실세인 정두언, 서병수까지 따돌린 것.

이 전당대회를 통해 나경원은 민주당의 박영선이나 추미애 처럼 남성들과 똑같이 경선하는 여성 정치인 반열에 올랐다. 또한 원희룡, 송영길, 안희정, 이광재 등 운동권 출신 동년배 정치선두주자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기 시작했다.

독자적 이미지와 브랜드를 갖춘 정치인이 된 것이다.

한국의 여성 정치인은 대체로 두 가지 스타일로 나눌 수 있다. 첫번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처럼 일찍부터 '여성성'을 스스로 뛰어넘으려 하거나 거부하는 듯한 모습까지 보였던 경우다. 강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하고 가끔씩 여성성을 활용하는 이들이다.

두 번째는 수없이 명멸해간 케이스다. '여성성'을 적극 활용해 '배려 몫'을 챙기는 경우다.

나경원은 ‘배려 몫'에서 출발해 이력을 쌓으면서 여성성을 수용하지만 여성 몫에는 눈독을 들이지 않는 캐릭터를 형성했다.

물론 풍파도 많았다.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됐지만 이명박 정부가 내리막길로 접어든 시점이었고 안철수의 지원을 받은 박원순에게 패퇴했다. ’1억 피부과‘ 논란으로 대표되는 구설과 안티가 점점 증가하기 시작했다. 화려한 외모, 유복한 성장배경, 학력과 판사 출신이라는 이력은 선망과 질시를 동시에 집중시켰다.

그런 까닭인지, 여성 대통령의 등장 탓인지 박근혜 정부 동안은 별다른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다. 친박이랄 순 없었지만 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이지도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바른정당 창당 국면에서 의사를 번복해 새누리당에 잔류하는 국면에서도 뒷말이 많았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전원내대표는 보수진영에 대한 전략적 모색과 기획에는 얼마나 관심을 가졌을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사진= 연합뉴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전원내대표는 보수진영에 대한 전략적 모색과 기획에는 얼마나 관심을 가졌을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사진= 연합뉴스

독자생존력 과다분출?...여론 변화에 부적응성 보여 '아쉬움' 

하지만 지난해 연말 압도적 표차로 원내대표에 당선돼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한국당 계열 정당에선 첫 여성 원내대표다.

특정 계파에 줄을 섰다고 보기도 어렵고, 영남이나 강남 등 한국당 초강세 지역을 바탕으로 정치를 한 것도 아니다. 성장 환경이 유복했지만 정치적 배경이 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자기 경쟁력과 분투, 절치부심을 통해 보수정당의 대표 여성 정치인 반열에 오른 것이다. 

지난 해 연말,  연동형비례대표제 ’검토‘ 합의문에 서명해 손학규, 이정미의 단식을 종식시키고 ’밥 잘 사주는 누나‘가 되겠다며 원내대표직을 시작할 때만 해도 나경원에 대한 기대는 컸었다. 그런데 나경원 원내대표의 끝은 극한 대립과 필리버스터였다.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게 해 주십시오"라는 3월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대한 보수진영의 환호, 장외집회 장에 깔렸던 레드카펫 등이 독이 된 것은 아닐까?

본인은 물론이고 한국당, 보수진영에 대한 전략적 모색과 기획보다는 여권에 대한 조건반사적 대응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세상과 언론 혹은 여론의 변화에 대한 부적응이 험한 말로 표출됐던 것은 아닐까?

지난 1년이 무엇을 남겼는 지에 대해 나경원 본인이 냉정하고 찬찬하게 돌아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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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희 2019-12-12 19:27:58
내 말이...참 딱하게 되었죠..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