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Tmap이 '보이지 않는 노력' 게을리하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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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Tmap이 '보이지 않는 노력' 게을리하지 않는 이유
  • 김상혁 기자
  • 승인 2019.12.12 1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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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손가락인식 OS가 음식 메뉴부터 식당 리뷰까지 읽어줘
티맵, 음성인식 서비스 이후 이용자 25% 증가...보행자 명령어 확장
"앱 개발자에게 ROI(투자자본이익률)보다 더 중요한게 있다"
"예쁜 디자인 만큼, 개발 단계서부터 조금씩 신경쓰면 접근성 개선 충분"
'구글플레이 개발자와의 대화'에 참석한 이현정 구글플레이 앱 비즈니스 매니저(왼쪽), 우아한 형제들 김용훈 상무, SKT 티맵 서종원 매니저, 정지현 구글플레이 비즈니스 수석부장. 사진제공=구글
'구글플레이 개발자와의 대화'에 참석한 이현정 구글플레이 앱 비즈니스 매니저(왼쪽부터), 우아한 형제들 김용훈 상무, SKT 티맵 서종원 매니저, 정지현 구글플레이 비즈니스 수석부장. 사진제공=구글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비장애인 입장에서 접근성은 좋으냐 나쁘냐 하는 얘기지만, 장애인 분들에겐 가능한가, 불가능한가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배달의 민족, 김용훈 상무) 

"시력이 안좋으신 분중에 티맵으로 음성명령으로 입력해 도보 길안내를 받으시는 분들이 늘고 있다. 그 얘기를 듣고 접근성을 위한 노력을 더 해야겠다는 의무감을 느낀다."(SKT 티맵, 서종원 매니저)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중 7분의 1인 약 10억명이 장애인라고 한다. 국내는 255만명, 즉 6가구당 1가구 꼴로 장애인이 있다고 보건복지부 통계에 나온다. 전체 인구의 약 5%다.(2017년 12월 기준) 영구적인 장애를 포함해 일시적인 혹은 상황별 장애를 포함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접근성(Accessibility)'에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유추된다. 

'접근성'이란 모든 사용자가 쉽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제품, 디바이스, 서비스, 환경을 설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신체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용자가 서비스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울 뿐 아니라, 비장애인에게도 향상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 더 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비장애인도 후천적으로 장애를 안게 된 시대다.

그리고 접근성에 대해 구글은, 핵심 가치이자 미션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구글은 11일 서울 청담동 드레스가든에서 '구글플레이 개발자와의 대화'를 개최하고 구글이 생각하는 접근성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이날 티안 림 구글플레이 UX & 제품관리 부사장은 "전 세계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게끔 하자는 미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구글은 항상 개발자들이 접근성을 제대로 앱에 접목시킬 수 있도록 많은 툴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안드로이드 디벨로퍼 리소스나 툴 체인 등을 통해 접근성에 어려운 점이 있는지 자동 감지한다. 예를 들면 해당 툴을 통해 지금 만들고 있는 앱이 시각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어떤 문제를 유발시키는지 사전에 감지하는 것이다. 림 부사장은 "이를 통해 개발자 커뮤니티들이 접근성을 더 잘 구현할 수 있도록 계속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현 구글플레이 비즈니스 수석부장은 "접근성은 구글의 미션이다.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며 "이는 저희의 핵심 가치"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구글은 ▲제품과 서비스 ▲사용자 위한 서비스 제공 ▲개발사를 위한 접근성 향상 리소스 툴 제공 등 3단계로 나눠 노력하고 있다. 화면 내용을 음성으로 안내해주는 '토크백', 스위치가 설치된 외부 기기로 제어하는 '스위치 액세스', 목소리로 이용하는 '보이스 액세스' 등이다. 청각 장애를 가진 회사 동료와 원활한 회의를 가능케 하는 70개 언어를 지원하는 '실시간 자막', 필요한 소리만 가려 강조하는 '사운드 앰플리파이어' 등이 있다. 개발자를 위해서는 '안드로이드 접근성 검사기'를 제공한다.

이날 현장에는 구글의 툴을 이용해 앱 접근성을 향상시킨 개발 사례를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음식배달앱 '배달의 민족'으로 알려진 '우아한 형제들'의 김용훈 상무, 내비게이션 '티맵'을 서비스하는 SK텔레콤의 서종원 매니저가 패널로 참가했다. 이하는 이현정 구글플레이 앱 비즈니스 매니저의 주재로 진행된 일문일답이다.

김용훈 상무가 '배달의 민족' 앱 접근성 개선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구글
'우아한 형제들'의 김용훈 상무가 '배달의 민족' 앱 접근성 개선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구글

Q. 언제부터 앱 접근성을 고민했는지?

배민(김용훈 상무): 사업 초기부터 생각은 해뒀다. 하지만 회사가 성장하는 시기에는 손이 부족해서 많이 신경쓰지 못했다. 그런데 언젠가 배민이 불편하다는 시각장애인의 리뷰를 봤다. 그래서 우리가 소홀하지 않았나 자각했다. 그 뒤부터 대체 텍스트를 입력한다든가 하는 기술적 지원을 해오고 있다.

티맵(서종원 SKT매니저): 티맵은 2002년 생겼다. 드라이버들은 손으론 핸들을 잡고 눈은 전방을 바라본다. 때문에 드라이버가 장애가 없다해도 운전 환경에선 불편이 발생할 수 있다. 티맵은 이런 상황에서 쓰이기 때문에 초창기부터 접근성을 고민했다. 지금은 음성인식 서비스를 통해 좋은 조건을 실현했다고 생각한다.

Q. 시력이 제한된 사람들을 위해 배민은 어떻게 접근성을 개선했는지?

배민: 접근성 테스트, 가이드라인 등 구글이 제공하는 툴을 잘 썼다. 한창 테스트할때 구글에서 접근성 전문가들이 컨설팅을 해줄 수 있다고 해서 참가했다. 마침 다른 개발사들도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고,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참가했다.

구글과 함께 협업하면서 컨설팅 결과를 반영했다. 크게 3가지의 시나리오를 진단 받았다. 처음 배민 앱을 쓰는 입장, 자주 쓰는 입장, 유저 인터페이스의 문제점 등. 이때 15개를 지적받았고 단기와 장기 개발로 나눠 대응했다. 그러면서알게 된 건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맥락이 있다는 것이다. 회원 가입시 보통 약관 동의 할때 체크박스를 누른다. 하지만 눈이 잘 안 보이는 분들을 위해 체크박스를 대체할 텍스트가 필요한 식이다.

Q. 티맵은 어떻게 운전환경에서의 접근성을 개선했는지?

티맵: 스마트폰은 손에서 뗄 수 없는 도구다. 운전 환경에서도 다르지 않다. 전화도 받아야 하고 주차장이나 주유 정보도 찾아야한다. 그런데 법적으로 운전 중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건 안 된다. 그렇다고해서 해당 니즈에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 그게 가장 큰 고민이었다. 운전 중에도 정보 단절이 생기지 않도록 접근하는 것이다.

그래서 티맵은 2016년부터 음성인식 활용을 고민해왔다. 그리고 올해 4월 구글플레이 쪽에서 컨설팅 제의가 들어왔다. 그 결과 우선 운전상황에서 명도 차이가 확실하지 않는 디자인 등 시각적 불편을 개선시켰다.

음성인식은 두 가지 측면에서 개선시켰다. 음성 명령 할때 어떤 명령어가 (입력)되는지 안되는지를 몰랐다. 그래서 어떤 명령이 이뤄지는지 머신러닝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음성명령어를 확장시키고 있다. IoT(사물인터넷)와의 연동도 꾀하고 있다. 운전자가 "나 졸려"라고 하면 졸음을 깨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음성인식 에러가 발생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정확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음성)서비스 출시 당시 의사결정자들하고 고민했던 부분이다. 물론 지금도 고민하고 있지만 사투리 쓰시는 분들이나 연령층에 따라, 혹은 남녀노소 누구나 (음성인식이 가능하도록)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그 결과 95%의 인식률을 보이고 있다. 그 결과 티맵 월 사용자 1250만명 중 절반이 음성인식을 사용하고 있다. 남은 5%의 예를 들면, (스마트폰 거치시) 마이크 부분에 자동차 공조기에서 나오는 바람이 불 경우가 있다.

Q. 사용자로부터 접근성 개선을 요청 받은적도 있는지?

배민: 시각 장애인 분들을 모시고 배민 앱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확인한 적이 있다. 당장의 불편함을 보다보니 접근성 이해도가 높아졌다. 당장 100점짜리를 만들 순 없겠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이 분들을 위해 대체 텍스트를 OS가 눌러주기도 한다. 또 '확인' 버튼의 경우 그쪽으로 손가락이 가면 음성으로 '확인'이라고 안내도 해준다. (김용훈 상무는 터치되는 부분마다 음성 안내가 나오는 시범을 보였다. 메뉴, 리뷰 등 모든 부분을 OS가 읽어준다). 안드로이드의 경우 볼륨업다운을 동시에 3초 누르면 화면을 읽어주는 기능을 지원한다. 또 저시력 분들을 위해서는 이미지에 명도 차이를 두고, 색 구분이 어려운 분들을 위해 색 배치에 차이를 두거나 한다. 

티맵: 고객 조사를 정기적으로 하고 접근성 진단도 계속 받고 있다. 얼마 전 시력 안 좋으신 분이 티맵을 사용한다고 하셨다. 운전을 하는게 아니고 음성명령으로 목적지 입력하고 도보 길안내를 받으시는 거다. 그러면서 보행자를 위한 명령어를 확장하고 길안내를 요청하시더라. 이걸 보며 사용자의 범위가 확대됐구나, 접근성을 위한 노력을 더 해야겠다는 의무감을 느꼈다.

Q. 접근성 개선 후 사용자 반응에 변화가 있는지?

배민: 사실 접근성 필요한 사용자가 소수이기 때문에 저희는 이를 위한 노력을 '보이지 않는 노력'이라고 했다. 그런데 막상 반응은 명확하더라. 커뮤니티에서 좋은 평가가 나오더라. 그래서 이게 소수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됐다. 몇 년 전 배민 앱이 불편하다고 리뷰 쓰셨던 분이 이제 좋아졌다고 다시 써주셔서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이렇게 전사적으로 접근성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있다.

티맵: 음성인식 서비스 제공 이후 이용자가 1000만명에서 1250만명으로 25% 증가했다. 물론 음성인식만의 공은 아니겠지만 일단 접근성 개선의 결과라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 지난 9월 소비자원에서 티맵에 대해 만족도가 가장 높은 내비게이션앱이라고 선정했다. 마찬가지로 접근성 개선의 결과가 좋았다고 생각한다.

서종원 매니저가 '티맵'의 음성인식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구글
서종원 매니저가 '티맵'의 음성인식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구글

Q. 추후 어떤 개선 계획이 있는지?

배민: 앱 내 접근성을 높이는 것도 좋지만 디지털 소외 계층을 위한 개발도 필요하다. 음식점 가면 키오스크를 잘못 다루는 분들 많다. 그래서 디지털 액세스나 유저 인터페이스를 어떻게 쉽게 할지 고민하고 있다.

티맵: 아무래도 운전자 중 시각에 문제 있으신 분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시각 만큼이나 청각도 중요하다. 그래서 구글에서 제공하는 여러 솔루션으로 테스트하고, 전문가들과 함께 해결할 게획이다. SK의 기본 경영 철학이 '사회적 가치 실현'인데 약간의 불편함이 있는 분들도 '티맵 쓰면 운전에 도움 되더라'라고 말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

Q. 접근성을 고민 중인 다른 개발사에게 할 말이 있는지?

배민: ROI(Return On Investment, 투자자본수익률) 측면에서 접근하면 판단이 어려울 수 있다. 그런데 예전 간담회에서 한 분이 말씀해 주신게 떠오른다. 비장애인 입장에서 접근성은 좋고 나쁨 수준의 얘기지만, 장애인 분들에겐 그것이 가능과 불가능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때 큰 울림을 받았다. 거동이 불편한 분, 청각이 불편한 분, 시각 장애인 분들을 위한 개발을 하는 것이 저희의 미션이라고 생각한다. 크게 신경쓸 필요 없이 개발할 때 조금씩 생각하면 된다. 많은 개발사가 동참해주셨으면 좋겠다.

티맵: 서비스 제공하는 입장에서 중요한 건 투입 비용이다. 개발 리소스를 생각하면 접근성이란 것은 당장 실현하긴 어렵다. 하지만 그게 사회적 가치 실현이라는 명분이 있다. 그래서 노력해야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기획하고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버튼도 커야하고 색깔도 명확해야한다. 그런데 그래픽 디자인 입장에서는 예뻐야 한다. 그러다보니 둘 간의 입장 차이가 있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모여 토의한다. 접근성 면에서는 좋지만 디자인에선 손해라면 어떻게 해결해야하는지? 이런 것들을 공론화한다. 이게 개발사마다 필요한 프로세스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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