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타다'…격랑 둘러싼 3가지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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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타다'…격랑 둘러싼 3가지 이슈
  • 김상혁 기자
  • 승인 2019.12.11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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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개정안' 두고 갑론을박
운수사업법 예외 조항 해석 갈려
자율주행 핵심 AI·빅데이터 적극 활용
이용자들 타다 구제 서명운동 나서
승차공유 플랫폼 '타다'를 둘러싼 논란이 날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승차공유 플랫폼 '타다'를 둘러싼 논란이 날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모빌리티 승차공유 플랫폼 '타다'를 둘러싼 격론이 연일 증폭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소위원회가 지난 6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일명 '타다 금지법'을 의결한 가운데 국토교통부와 타다가 날선 공방을 주고 받고 있다.

국토부는 "타다는 이분법적 논쟁으로 끌고 가지 말고 택시와의 상생 대안을 제시하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타다의 모회사 쏘카의 이재웅 대표는 "국민 편익을 증가시킨 타다가 정부 보조금 받는 택시업계의 피해를 파악해 상생안을 마련해야 하느냐"고 반박했다.

검찰이 타다를 기소하고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법적인 부분에서 첨예한 대립이 이뤄지고 있다. 또 타다는 AI, 빅데이터를 적극 이용하는 만큼 4차 산업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게다가 승객들이 말하는 기존 택시와는 다른 편의성이 혁신 중 하나로 평가받는 만큼 각 핵심 이슈별로 이번 사안을 살펴봤다.

◆ 법적인 쟁점은?

타다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예외 조항을 근거로 한다. 제 34조 3항은 자동차 대여사업자의 유상 여객 운송, 운전자 알선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예외조항인 18조 1항에은 '11인승 이상~15인승 이하 승합차는 자동차 대여사업자가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타다의 차량은 11인승 카니발이므로 여기에 부합한다.

하지만 이 예외조항은 본래 승차공유를 위한 항목은 아니라는 것이 쟁점이다. 2014년 국토교통부가 11인승 승합차 운전자 알선을 허용하는 조항을 입법 예고할 때 '중소규모 단체관광의 편의를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택시업계도 이런 입법 취지를 비춰 볼때 타다가 원래 목적과 다르게 운행되고 있다는 걸 문제삼고 있다. 

윤관석 소위원장과 위원들이 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타다' 관련 법안인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등을 심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관석 소위원장과 위원들이 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타다' 관련 법안인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등을 심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때문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운전자 알선 허용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발의, 지난 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이를 통과시켰다. 구체적으로 ▲관광 목적으로 6시간 이상 빌렸을 때 ▲대여·반납 장소가 공항 또는 항만일 때 ▲자동차 임차인이 임차 후 임대차 계약서상의 운전자가 주취나 신체부상 등의 사유로 직접 운전이 불가능한 경우로 제한한다. 일명 '타다 금지법'으로 연내 본회의를 통과하면 사실상 타다는 서비스 중단 위기에 놓인다.

지난 10월 말 검찰은 타다를 기소하며 불법 콜택시로 규정했다. 때문에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박상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은 이런 '타다의 법적 위치'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타다 측 변호인은 "기사가 포함된 렌터카 사업으로 타다 이전에도 각 렌터카 업체들이 하던 사업으로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타다 이용자들은 본인이 임차인이 아닌 승객으로 인식한다"며 "예외 규정에 따른 운영이 아닌, 택시와 동일한 운송 사업을 불법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타다 직원 등의 증인 신문은 오는 30일부터 진행된다.

◆ 4차산업 자율주행에서의 역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각종 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자율주행은 4차산업의 핵심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그리고 승차공유 플랫폼 서비스는 해당 분야에서 중요한 산업 중 하나로 전 세계에서 각광받고 있다.

타다도 여기에 해당된다. 법적 공방을 떠나 자율주행과 플랫폼 사업에 필요한 여러 첨단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타다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에서 핵심은 수요과 공급의 정확한 예측이다. 타다는 이를 위해 AI를 적극 활용한다"고 말했다. 타다 직원 110여명 중 AI 전담 인력만 30여명으로 25%나 된다. 

타다의 예시에 따르면 누적된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평일 출근 시간대별로 몰리는 도착지가 달라진다.

오전 7시는 여의도, 8시는 광화문, 9시는 강남으로 나타났다고. 이 관계자는 "여의도에는 증권가가 몰려있어 장 시간을 맞춰야하니 출근시간대가 이른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이 관공서가 많은 광화문이고, 마지막으로는 스타트업체가 많은 강남이었다"며 "데이터를 통해 이용 패턴을 읽어내면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타다는 AI를 통해 출시 11개월 만에 예상 도착시간을 26% 단축하는 성과를 거뒀다.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실시간 데이터 처리가 필요하고, 한국은 이를 가능케 한 5G 통신 기술을 세계적으로 선도하고 있다.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교통과 승객에 관한 체계화 된 누적 데이터가 필요하다.

모빌리티 업계가 걱정하는 부분은 여기 있다. 타다가 멈추면 누적된 데이터를 잃게 된다는 것. 한 업계 관계자는 "뿐만 아니라 법이 개정되고 (타다가)제도권으로 편입된다 하더라도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며 "그 시간 만큼 한국의 모빌리티 플랫폼 산업 발전이 늦춰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서명 지지를 부탁하고 나섰다. 사진=이재웅 페이스북 캡쳐
이재웅 쏘카 대표는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서명 지지를 부탁하고 나섰다. 사진=이재웅 페이스북 캡쳐

◆ 이용자가 느끼는 편의성

타다의 혁신을 논할 때 '이용자 편의'에 관해서는 이견이 없는 수준이다. 기존 택시의 불편한 점이 거의 개선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택시 서비스 전반에 대한 국민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불만족(매우 불만족 14.8%, 불만족하는 편 38.6%) 응답이 53.4%로 절반이 넘는 것으로 집계 됐다. 만족(매우 만족 4.6%, 만족하는 편 33.0%) 응답 수치 37.6%보다 높은 수치다. (모름/무응답’은 9.0%.)

전국에서 서울(56.8%)이 불만족 응답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부산·울산·경남(56.3%), 경기·인천(56.1%)이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연령별로도 30대(63.4%), 20대(56.3%), 50대(49.3%) 순서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택시 승객들이 공통적으로 제기하는 문제는 승차 거부, 부당한 추가요금 요구, 난폭운전, 일방적인 정치 사회 이야기 등이다.

담배를 피우는 운전자라면 실내 냄새도 불만 사항이다. 물론 모범 운전 하는 택시기사들도 많다. 그러나 몇몇 불친절한 기사들은 분명 존재하고, 전국 택시 숫자는 20여만 대에 달하기 때문에 승객들이 내놓는 불만의 양도 많을 수 밖에 없다.

반면 타다는 이런 부분에서 자유롭다. 타다는 손님에게 말 먼저 걸지 않기, 실내서 담배 안 피우기, 안전운전 하기, 공기청정기 설치, 와이파이와 충전기 제공, 자동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앱으로 호출시 승객이 직접 출발지와 목적지를 설정하기 때문에 승차 거부가 없다.

이동시 타인에게 SNS로 이동 동선을 공유할 수도 있다. 앱에 등록한 카드로 자동 결제가 되기 때문에 차 안에서 번거롭게 지갑을 꺼낼 필요도 없다.

타다는 택시보다 요금이 약 20% 정도 높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탑승률은 89%에 달한다. 다소 비싸지만 목적지까지 편하게 가기 위해 약간의 요금을 더 지불하는 것이다. 출시된지 1년 반 정도 지났지만 가입자는 150만명에 달한다.

절박한 타다는 지난 10일 앱과 페이스북을 통해 "개정안이 통과되면 타다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며 "이렇게 응원을 부탁드릴 생각까지는 없었지만 상황이 쉽지 않다. 국회와 국토부에 이용자의 목소리를 들려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용자들의 지지서명을 받고 있다. 그리고 11일 오전 9시 기준으로 6만명을 넘어섰다. 타다는 15일 자정까지 서명을 모은 후 전체 국회의원실에 해당 내용을 전달할 예정이다.

스타트업 육성과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이끌고 있는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는 "혁신의 주인공은 정부나 기업이 아니라 고객이며, 이들에게 새로운 가치와 문화를 제시하는 것이 곧 혁신이다. 그래서 타다의 혁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타다가 서명을 통해 쿠폰이나 할인 혜택을 주는 것도 아닌데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건 승객 만족을 나타내는 하나의 척도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런 상황 속에서 카카오 모빌리티는 새로운 대형승합택시 서비스 '카카오T벤티'의 시험 서비스를 시작한다. 카니발·스타렉스 등 11인승 승합차 100여대로 서울 지역에서 먼저 테스트가 이뤄진다.

베타 서비스는 카카오 T 앱으로 택시를 호출할 때 주변에 이용 가능한 벤티 차량이 있으면 새로운 창이 뜨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용을 원치 않으면 취소할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처음 인수한 운수 업체인 진화택시는 벤티 서비스를 위해 기존 중형 택시 인가를 취소하고 대형승합택시로 사업계획을 변경 했다.

벤티는 우선 소규모 베타 서비스로 시작해 사용자 반응을 살펴 가며 점차 서비스 영역을 넓혀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범 서비스 기간 요금은 기존 중형 택시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회사 측은 전했다.

타다가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이번 '카카오T벤티' 서비스는 모빌리티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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