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코 기업가치, '꿈의 2조달러' 현실화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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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람코 기업가치, '꿈의 2조달러' 현실화될까
  • 김지은 기자
  • 승인 2019.12.11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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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정부, 정·재계 인사에 '주식 사라' 권유
무함마드 왕세자의 비전2030 위한 안간힘
아시아 증시 상장 가능성도 있어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11일(현지시각) 사우디 타다울 증시에 상장한다. 사진=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11일(현지시각) 사우디 타다울 증시에 상장한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사우디 아람코의 사우디 타다울 증시 상장 데뷔가 눈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사우디 정부가 아람코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막판까지 애를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목표로 했던 아람코의 기업가치 2조달러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막판까지 부자·기관에 '주식 사라' 권유

10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각) 사우디 타다울 증시 상장을 앞두고 있는 사우디 아람코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사우디 정부는 막판까지 부자와 기관 투자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아람코의 공모가는 주당 32리얄(8.53달러)로, 아람코의 기업가치는 1조7000억달러로 평가돼 애플을 꺾고 세계 시총 1위 기업으로 올라서지만, 이는 당초 무함마드 왕세자가 목표로 했던 2조달러에는 못미치는 수준이다. 

FT는 사우디 정부는 타다울 증시에서 아람코의 주식 거래가 시작되면 이를 사들이라고 국영 투자펀드와 일부 부유계층을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FT에 따르면, 정통한 관계자는 "지금 모든 초점은 어떻게 하면 기업가치를 2조달러로 끌어올릴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언급했다. 

'리츠칼튼 호텔 사태' 때 감금됐던 일부 부유층 인사들은 이미 아람코 주식을 샀고, 추가적인 투자도 약속할 것을 요청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7년 무함마드 왕세자는 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정·재계 인사 수백명을 리츠칼튼 호텔 등에 감금한 바 있다. 

한 관계자는 "그들은 이것이 자신의 의무라는 말을 들었고 모든 사람들은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한다"며 "이는 또다른 '리츠칼튼' 사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FT는 아람코의 주가 상승을 위해 동원될 수 있는 기관으로는 사우디 연금공단, 국부펀드(PIF), PIF의 사우디 투자회사(Sanabil Investment Unit) 등이 있다고 언급했다.

야시르 알 루마얀 PIF 회장이자 아람코 회장은 "PIF의 주식 투자는 독립적인 자금 관리 회사를 통해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간접 투자"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아람코, 꿈의 2조달러 현실화될까

포츈에 따르면, 압둘라지스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 장관은 사우디 아람코가 2조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타다울 증시 상장 직후 기업가치가 2조달러를 넘기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몇 달 이내에 아람코의 가치가 매우 높은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 역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두바이에 본사를 둔 달마캐피탈의 자차리 세파라티는 "우리가 관리하는 자금 중 3개의 펀드가 아람코 IPO의 주식을 매입했다"며 "아람코는 거래 첫날 기업가치가 2조달러 혹은 그 이상으로 오를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람코의 기업가치가 2조달러를 넘기 위해서는 18%의 주가 상승이 필요하다. 

FT에 따르면,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들은 유가의 향방이 향후 사우디 아람코의 기업가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한 자산관리사는 "2조달러 수준의 기업가치는 장기적으로는 유지되기 어렵겠지만, 단기적으로는, 특히 석유가 상승할 경우에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여전히 강하다. 

지난주 번스타인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국제 자산운용사들은 아람코의 기업가치에 대해 평균 1조2600억달러 이하로 평가한 바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비전2030' 계획의 일환으로 아람코 IPO를 추진해왔다. 사진=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비전2030' 계획의 일환으로 아람코 IPO를 추진해왔다. 사진=연합뉴스

사우디, 왜 아람코 2조달러에 애쓰나

아람코의 타다울 증시 상장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내건 '비전 2030'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석유에 지나치게 의존해있는 경제 구조를 다변화하겠다는 목표다. 

최근 원유 가격이 장기적인 하락세를 보이면서 사우디 경제 역시 부진한 움직임을 보였고, 이는 무함마드 왕세자에게는 큰 부담이 됐다. 

FT는 "사우디 경제발전이 지지부진했다는 점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사우디 아람코 상장을 올해 안에 마무리짓기 위해 왜 그토록 열심이었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전 2030 목표를 세웠지만, 아람코 IPO를 제외하면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것이 왕세자에게는 큰 부담이었다는 것. 

실제로 사우디가 2016년 발표한 국가혁신계획에 따르면, ▲실업률은 11.6%에서 9%로 줄이고, ▲45만개의 민간부문 일자리를 창출하며, ▲석유 이외의 부문에서 수입을 늘리고, ▲2020년까지 공공부문 임금을 총 정부지출의 45%에서 40%로 낮출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사우디 정부는 이것이 비현실적인 목표임을 깨닫고, 이 계획을 5~10년 이후로 연기해 수정하기도 했다. 

실제로 사우디 경제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FT에 따르면, 실업률은 지난해 12.9%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12.2% 수준에 머무르고 있고, 공공부문의 임금 비중을 줄인다는 계획과는 반대로 오히려 정부지출의 50% 수준으로 증가했다. 내년 예산적자는 사우디 아람코 IPO의 두배 수준인 500억달러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제 부문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한 무함마드 왕세자로서는 아람코 IPO가 유일한 희망인 셈이다. 

아람코, 아시아 증시 상장 추진하나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람코가 외국 자본 유치를 위해 아시아에서의 상장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사우디 관계자의 말을 인용, "사우디의 정부 관계자들이 최근 몇 주 동안 국제 투자자들과 회의를 갖고, 아람코의 아시아 증시 상장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초 아람코는 뉴욕 혹은 런던 등의 국제 증시와, 사우디 타다울 증시에 이름을 올리는 이중 상장을 꾀했으나, 외국인 투자자들의 냉담한 관심에 뉴욕 및 런던 로드쇼 계획을 취소하는 등 중동 지역에만 집중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WSJ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여전히 외국 자본을 유치하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일본 혹은 중국 등의 아시아 주식시장 상장을 위한 작업에 내년에는 공식적으로 착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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