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의 예술적인 法] 노소영, 최태원과 재산소송 압승 못하는 이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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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예술적인 法] 노소영, 최태원과 재산소송 압승 못하는 이유들
  • 김민정 변호사(법무법인 휘명)
  • 승인 2019.12.11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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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소영, 감정 대응보다 '실리 찾기가 유리' 판단...1조3900억원 청구
대상은 최태원 상속재산...기업, 개인 재산형성 과정보다 훨씬 복잡
"30년동안 재산증식에 기여" 인정돼도 '전부 인용'은 어려울 듯
김민정 변호사
김민정 변호사

[김민정 법무법인 휘명 변호사] 지난 4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상대로 이혼 소송에 대한 반소 와 함께 위자료 및 재산분할을 청구해 세간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재산분할로는 1조 38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청구해 인지대(법원에 납부하는 수수료)만 약21억 9000만 원에 달하는 세기의 이혼재산분할사건이 시작된 것이다.

인지대만 22억원...'세기의 이혼재산분할소송'

앞서 지금까지 과정을 살펴보면, 2017년 7월 최 회장이 노 관장을 상대로 이혼 조정을 신청했다. 이혼조정은 정식 재판을 거치지 않고 부부가 협의에 따라 이혼을 결정하는 절차다. 부부 중 한쪽이 신청해 양측이 조정 내용에 합의하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고, 조정이 불성립하면 이혼 소송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노 관장이 이혼에 합의하지 않아 조정이 불성립되었고, 지난해 2월 정식 소송 절차에 들어갔다. 이후 노 관장은 줄곧 이혼을 거부하는 입장을 취해왔으나, 결국 입장을 바꿔 자신도 이혼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하면서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함께 청구한 것이다.
  
주목되는 점은 ‘왜 노관장이 이혼을 하기로 입장을 바꿨는지’와, ‘법원이 재산분할을 얼마나 인정할지 여부’일 것이다.

노소영 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왼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노소영 관장 심경변화, 감정 대응에서 '실리 찾기' 나선 듯

먼저, 노 관장에게 어떠한 심경의 변화가 있었을까. 일반적으로 불륜을 한 배우자가 이혼을 요구하는 경우 상대방 배우자는 바로 이혼을 해주지 않는다. 자신은 피해를 당한 상황에서 가정을 파탄 낸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해주고 상간녀(또는 상간남)에게 가도록 순순히 놓아주지 않는 것이 공통된 사람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처음에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다가도 시간이 지나면서 '깨진 그릇은 다시 붙기 어렵다'고 판단하게 되면 그 때부터는 실익을 추구해야 하기에 재산분할에 집중하게 된다.

또 우리 법원은 혼인파탄에 대해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유책주의’의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홍상수 감독의 이혼청구가 기각된 이유이다), 상대방도 혼인을 지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불응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2004. 9. 24. 선고 2004므1033 판결).

이러한 법리에 따르면 배우자 간에 서로 연락도 전혀 없이 별거상태가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되는 경우, 상대방도 혼인을 지속할 의사가 없으면서 보복적 감정으로 이혼을 해주지 않는 것으로 간주되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인용될 수 있다. 때문에 이혼을 원하지 않는 배우자의 입장에서는 지속적으로 상대방에게 연락을 취하고 재결합의 의사표시를 하는 등 혼인을 지속할 의사가 있음을 표시해야 한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경우 2012년 경 부터 별거를 해왔다고 알려져 이미 별거기간이 7-8년은 족히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렇게 긴 별거기간에도 불구하고 최회장의 이혼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기 위해서는, 혼인을 지속하기 위한 노관장의 일방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최 회장이 이미 동거인과 혼외자의 존재를 언론에 밝히고 행사에 동행하는 등 지속적으로 이혼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직 노관장 한쪽에서만 혼인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판단해 혼인관계를 정리하고 실익을 추구하는 것이 낫다는 선택을 했을 것이다.

30년 혼인기간 덕에 상속재산이라도 분할대상 될 듯  
 
다음으로, 양측의 이혼의사가 합치된 현 상황에서 재산분할에 대해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되고 있다. 먼저 이혼 시 재산분할의 주된 쟁점은 첫째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이 무엇인지’와 둘째로 ‘재산분할의 비율’이다.

재산분할의 대상은 혼인 중 부부가 공동으로 협력해서 모은 재산이다.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혼인 전부터 부부가 각자 소유하고 있던 재산이나 부부 일방이 상속·증여·유증으로 취득한 재산 등은 부부일방의 '특유재산'으로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없으나, 다른 일방이 그 특유재산의 유지·증가를 위해 기여했다면 그 증가분에 대해 재산분할에 포함시킬 수 있다.

노 관장은 재산분할로 최 회장의 SK㈜ 지분 중 42.29%인 548만7327주를 요구하고 있는데, 최 회장의 주식은 대부분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상속 재산이기 때문에 최 회장 측에서는 이것이 특유재산으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할 것이고, 노관장은 그 유지 증가에 대한 기여를 주장하며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을 주장할 것이다.

물론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다른 판단이 내려지는데, 일반적으로는 혼인기간이 20년 정도 되면 배우자가 그 재산을 ‘유지’하는데 직·간접적으로 기여했다고 인정해 상속재산 역시 재산 분할 대상으로 삼는 판례가 많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혼인 기간이 30년 이상임을 감안하면 최회장의 주식은 상속재산 임에도 불구하고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이동통신 인수, 노태우 전 대통령 '기여' 컸을까

다음으로는 재산분할의 비율인데, 통상 법원에서 재산분할 비율을 판단할 때는 혼인 기간·재산 형성의 기여도 등을 따진다. 즉 노 관장이 혼인기간 동안 지금의 재산을 이루는 데에 얼마나 기여를 했는지를 비율로 따지게 되는 것이다.

통상의 가사사건에서는 전업주부인 아내도 20년 이상 가사 노동과 자녀 양육을 도맡아 한 경우 재산형성에 4-50%정도 기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 통상적인 가사사건의 재산분할 비율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노 관장 측은 최 회장과 혼인 기간이 30년이 넘는 결혼 기간 동안 가사 노동과 자녀 양육을 도맡아 안정적으로 가정을 지키며 그룹 경영에 기여했고, 혼인기간 중 본격적으로 SK그룹이 성장해온 점 등을 재판부에 소명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SK가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하는 과정에 노태우 전 대통령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SK그룹의 성장과정에 노 관장의 친정이 기여를 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최 회장 측은 이 부분에 대해서 노 관장 쪽의 어떠한 도움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노 전대통령 임기말에 SK가 한국이동통신 사업자로 선정됐는데 비판 여론 때문에 당시 대통령 당선자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를 무효화시켰고, 1년 후 김 전 대통령 집권 중 다시 사업자를 선정할 때 SK가 다시 최적임자로 선정되어 한국이동통신 인수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노 관장 청구금, 그대로 받아들여질 가능성 낮아

결국 재판부가 판단할 가장 중요한 쟁점은 ‘SK의 성장과 재산 증식에 대한 노 관장의 기여도가 얼마만큼 입증되느냐’인데, 기업의 성장 과정 및 그 요인은 개인 재산의 형성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입증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이유로 과거 기업 대주주의 이혼 사건들을 볼 때 예상보다 재산분할 규모가 작은 편이었고, 얼마 전 삼성의 임우재 전 고문 역시 1조 2000억원 상당의 재산분할청구액 중 141억 여 원만이 인정되었다.

이번 노 전 관장의 경우에도 청구한 금액 대부분이 그대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러나 오랜 혼인 기간과 친정의 역할 등 지금까지 재벌들의 재산분할사건과는 구별되는 점들이 있어 상대적으로 높은 기여도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앞으로 진행될 양측의 치열한 입증 공방과 그에 대한 재판부의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해 본다.

● 김민정 변호사(법무법인 휘명)는 서울대 음악대 기악과(피아노 전공), 베를린 국립 예술대를 나왔다. 이후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법무법인 휘명에서 변호사로 재직중이며 한국저작권위원회 감정인, 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 정회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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