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규제 만능주의, '타다'를 못 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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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규제 만능주의, '타다'를 못 타다
  • 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 승인 2019.12.1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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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국내 수도권 지역을 대상으로 영업하고 있는 렌터카 서비스 ‘타다’가 2018년 10월 8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후 현재 가장 큰 난관에 봉착해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통해 ‘타다’가 사실상 서비스를 지속하기 어렵게 되자 ‘타다’의 운영사인 VCNC와 이재웅 대표는 기득권 편만 든다며 국회를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지난 10월말 검찰이 승합차 공유 서비스 ‘타다’를 현행법상 운수 사업자로 볼 수 없다며 불법 콜택시로 규정한 이후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검찰이 ‘타다’ 건을 재판에 넘기자 ‘타다’는 렌터카 서비스이기에 이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반론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전개되면서 ‘타다’에 관한 이슈와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더욱 확대되는 형국이다.

독자의 이해를 위해 다시 한 번 ‘타다’에 대한 설명을 조금 보강하자면 ‘타다’는 현재 출발지와 도착지를 모두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 한정해서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카셰어링 서비스와 같이 앱을 통해 출발 및 도착지를 선택하여 호출하면 운행 후 미리 등록한 카드를 통해 요금이 청구되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는 매우 편리한 서비스임엔 틀림없다. 

예컨대 ▲차량을 빌릴 때 운전기사가 제공된다는 점 ▲대여 차량이 카니발 11인승으로 고정되어 있어 좀 더 넓은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점 ▲승차 거부 없이 24시간 서비스가 운영된다는 점은 고객에게 확실히 어필되는 ‘타다’의 강점이다. 전 차량에 무료 와이파이, 스마트폰 충전기 등이 제공되기에 택시업계가 왜 ‘타다’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지도 짐작할 수 있다.

‘타다’에 대한 위법 논란과 규제 강화 

고객 편의를 위해 2020년 전국적으로 서비스를 확대 적용하겠다는 ‘타다’는 해당 서비스의 합법 여부에 대한 논란이 대두되며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타다’는 지금도 차량대여사업, 즉 렌터카 사업자라는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타다’가 합법적인 서비스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운수사업법 34조의 예외조항인 시행령 18조 1항을 근거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운수사업법) 34조 3항은 ‘자동차 대여사업자는 사업용자동차를 사용해 유상으로 여객을 운송하거나 운전자를 알선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예외조항인 시행령 18조 1항에서는 승차정원이 11인 이상 15인 이하의 승합자동차를 임차하는 경우에는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 점만 놓고 보면 ‘타다’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검찰은 ‘타다’를 ‘여객자동차운송사업자’, 다시 말해 유료운송사업자로 간주하며 이재웅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11인승 이상 승합차의 경우 운전기사 알선을 예외로 해준 운수사업법 34조와 시행령의 목적이 ‘소규모 관광객을 위한 조항’이라는 것이다. 그 결과, 관광 목적이 아닌 ‘타다’ 서비스는 운수사업법을 위반했다고 보는 것이 택시업계와 검찰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박홍근 더불어 민주당 의원은 11인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자동차를 임차하려면 ‘관광 목적으로 6시간 이상 대여할 때’라는 점을 명시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에는 승합자동차 대여 및 반납 장소도 공항과 항만으로 한정되어 있다. 결국 해당 개정안이 시행되면 수도권에서 영업하고 있는 ‘타다’는 완전히 못 타게 되는 서비스로 전락, 퇴출될 수 있다. 

타다의 운명은... 사진=연합뉴스
타다의 운명은... 사진=연합뉴스

무조건적인 규제가 능사가 아니다

타다 측과 검찰의 대립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무기력한 반응을 보인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검찰이 이재웅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을 때 이낙연 국무총리 등이 무리한 기소라고 비판했으나 정작 국토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는 침묵을 유지했다. 검찰은 기소 전에도 국토부에 ‘타다’의 위법·불법 여부 의견을 요청했으나 국토부는 끝까지 판단을 미뤄 검찰의 기소를 부채질했다. 

물론 합법이냐  불법이냐 여부를 떠나 ‘타다’가 진정한 공유경제 모델이 맞느냐는 논란이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개인 소유의 자산을 활용하고 자발적으로 협업 소비하는 공유경제의 중요한 특성을 ‘타다’ 서비스가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주장하는 학자들도 적지 않다. 혁신적 사업모델이라고 보기 어렵고 상생협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학자들의 주장도 있다. 

문제는 완벽한 공유경제 모델이 아니더라도 발전·보완 과정에 있는 사업모델을 지나치게 이론적인 공유경제의 틀로 묶어 혁신이 아니라고 깎아 내리거나, 불법 논란이 있기에 서비스를 원천 봉쇄하는 규제로 나아가는 것이 타당하냐는 것이다. 스타트업의 사업 모델이 대부분 과도기적 과정을 거쳐 혁신을 이루는데 법과 제도로 초기부터 과하게 규제하면 역풍만 유발할 수 있다. 

‘타다’ 서비스가 정말 문제라면 시장에 그 동안 어떤 악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발생한 문제점이 무엇인지 제대로 된 결과와 실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법적 해석이 아직 완벽하게 다 끝나지도 않았고 실태 조사 결과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이 기소하고 국회가 법을 통해 규제하면 과연 대한민국에 그 누가 기업가정신을 발휘, 창업해서 벤처기업을 육성할지 의문이다. 

5년마다 바뀌는 정부는 임기 초 스타트업 육성과 기업가 정신을 통한 혁신을 항상 강조해왔다. 총선을 앞두고 택시업계 종사자의 표를 잃을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서비스가 왜 많은 고객에게 지지와 격려를 받고 있는지를 먼저 고찰해야 한다. 무조건 규제해서 신종 서비스의 앞길을 막으면 더 많은 혁신과 창의성은 국내에서 결코 발현되지 않을 것이다. 

국내에서 혁신적인 사업모델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자조 섞인 글이 스타트업 사업가들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타다’로 인해 전체 택시업계 시장이 위축되었다는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닥치고 규제'를 외치니 여전히 모든 국내 기업들이 선도 기업을 모방하는 아류 전략에만 머물고 있다. 규제 만능주의는 2019년 지금도 혁신성장과 기업가정신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이후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으며 동국대에서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모두 수상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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