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경영권 승계'...연이은 악재에도 속도내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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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 '경영권 승계'...연이은 악재에도 속도내는 까닭은
  • 변동진 기자
  • 승인 2019.12.10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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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승계 '투 트랙' 본격화
장자 이선호 부장, 승진 늦춘대신 지배력은 강화
이재현 회장, 건강문제로 경영권 승계 서두르나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사진=CJ, 연합뉴스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사진=CJ, 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보유 중인 지주사 CJ㈜ 주식 1220억원어치를 자녀들에게 증여했다. 특히 마약 밀반입 및 복용으로 물의를 빚은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도 증여 대상에 포함됐다. 재계에서는 본격적인 승계 작업이 시작됐다고 해석한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장은 전날 CJ㈜ 신형우선주 184만주를 장녀 이경후 CJ ENM 상무와 장남 이선호 부장에게 각각 92만주씩 증여했다.

이 회장 증여와 관련해 CJ그룹 측은 “세금을 모두 납부하는 합법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CJ㈜ 주식가액은 한 주당 약 6만6000원 수준이다. 이 회장이 증여하는 지분 가치는 총 1220억원 규모로 세금은 약 7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증여한 CJ㈜ 신형우선주는 10년 후인 2029년 한 사람당 2.7%의 보통주로 전환된다. 사실상 경영권 승계 작업인 셈이다.

앞서 CJ올리브네트웍스는 IT(정보통신) 부문을 분사해 CJ㈜를 100%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이 과정에서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44.1%와 CJ㈜ 지분 6.7%가 맞교환돼 이경후 상무와 이선호 부장은 처음으로 지주사인 CJ㈜ 지분을 2.8%와 1.2%씩 보유하게 됐다.

이번에 증여받은 CJ㈜ 신형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되면 2029년 이선호 부장과 이경후 상무의 지분율은 각각 5.1%, 3.8%로 확대된다.

◆이선호 부장, 차곡차곡 지배력은 확대

의외인 점은 이 회장의 증여 ‘시점’이다. 일각에서는 이선호 부장이 불법 마약 투약 및 밀반인 혐의로 기소된 만큼, 경영권 승계 속도가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선호 부장은 지난 10월24일 인천지법 형사12부(송현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선호 부장은 9월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변종대마 1000달러(약 119만원) 상당을 밀반입했고, 이미 수차례 흡연·복용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확인됐다. 본인 역시 관련 혐의에 대해 대부분 인정했다. 이 때문에 연말 인사에서 임원 승진이 보류될 것이라는 게 그룹 안팎의 지배적인 시각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회장은 ‘전문경영인 이선호’ 만들기를 조금 늦추는 대신 ‘대주주 이선호’ 밑그림은 그리며 지배력을 키운 셈이다.

CJ그룹과 같은 신형우선주 증여는 경영권 승계를 할 때 종종 활용된다. 발행 당시에는 의결권은 없지만 보통주보다 가격이 저렴해 증여세 등의 비용을 줄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10년이 지나면 보통주로 전환되면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같은 선례도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지난 10월 지주사인 아모레지(G)의 2000억원 규모의 신형우선주 발행도 서경배 회장의 장녀 민정 씨에 대한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재현 회장, 지주사 지분 증여 왜 서두르나

이 회장의 건강문제 역시 이번 주식 증여를 서두른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그는 유전병인 ‘사르코 마리 투스’ 투병 중이다. 이는 인구 10만 명당 36명꼴로 발생하는 희귀 유전병으로 손과 발 근육이 위축되고 변형돼 심하면 거동이 불편해진다. 이 회장이 공식석상에서 휠체어에 의지하고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희귀병 때문이다.

또 이 회장은 2013년 비자금 조성과 조세포탈,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을 당시 ‘구속집행정지 신청’을 내고 신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부인 김희재 여사는 자신의 신장 기증을 자처해 많은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겼다.

그러나 혈연관계가 아닌 부인의 신장을 이식받아 자기면역체계가 강화돼 새 신장을 공격하는 일종의 거부 반응으로 병세가 악화됐다. 이 회장 측은 바이러스 감염이 우려돼 병원에서 면역요법을 받아야 한다고 호소하면서  2016년 8.15 특별사면을 받기 직전까지 구속집행정지를 지속적으로 연장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선호 부장의 임원 승진이 발표되는 시점이 ‘경영권 승계’를 공식화하는 시기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마약 사건으로 자숙 중이라는 점을 감안해 속도는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CJ그룹 차기 CEO는 이선호’라는 대외공표는 조금 늦췄을 수도 있지만, 장자승계 원칙 등 사실상 후계구도는 변한 것이 없다”며 “승계 작업의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지주사 지분 확보 아니겠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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