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is]'인플레 파이터' 폴 볼커 별세..60년간 美 경제에 큰 '족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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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인플레 파이터' 폴 볼커 별세..60년간 美 경제에 큰 '족적'
  • 김지은 기자
  • 승인 2019.12.10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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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20%로 살인적 물가에 맞서..인플레이션 3%대로 낮춰
'볼커 룰' 제정으로 금융위기 확산 막아...엄청난 '고집불통'
'볼커 룰'을 제정해 금융위기 확산을 방지한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이 향년 92세의 나이로 뉴욕 자택에서 별세했다. 사진=연합뉴스
'볼커 룰'을 제정해 금융위기 확산을 방지한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이 향년 92세의 나이로 뉴욕 자택에서 별세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폴 볼커 미 연방준비제도(Fed) 전 의장이 8일(현지시각) 향년 92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전립선 암으로 투병하던 볼턴 전 의장은 암의 전이와 합병증으로 뉴욕 맨해튼 자택에서 생을 마감했다. 

9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볼커 전 의장의 일대기를 비중있게 다뤘다. 볼커 전 의장은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약 60년간 미국 경제 곳곳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인플레이션 잡으려 금리 20%로 '맞불작전'

"몇년 전 누나가 받았던 용돈보다 더 많은 용돈을 받아야 한다."

볼커 전 의장이 프린스턴대학교에 진학하기 전 어머니께 주장했다는 이야기다. 그는 심지어 자신의 여동생들에게도 자신을 대신해 어머니께 편지를 쓰도록 설득했다고 한다. 

볼커 전 의장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인플레이션이다.

볼커 전 의장은 1960년대와 1970년대 초반까지 재무부 고위정책관으로 일을 한 후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를 거쳐 1979~1987년 연준 의장 자리에 올랐다.

당시 미국 경제는 22%에 달하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볼커 전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가라앉히기 위해 기준금리를 20%대까지 끌어올리는 초극단적인 정책을 내놨다. 연준 의장 자리에 오른 지 불과 두달만이다. 

이에 미국 경제는 순식간에 암흑기로 접어들었다. 미국 경제는 1983년 실업률이 10.8%로 정점을 찍었고, 그의 첫 임기동안 두 번의 경기침체를 겪었다.

이에 대한 국민들의 반대도 격렬했다. 농민들은 트랙터를 몰고 연준 본부로 향했고, 건물을 봉쇄하며 항의했다. 건축업자들은 볼커 전 의장에게 통나무를 우편으로 보내면서 주택 시세를 올리기 위해 금리를 낮춰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볼커 전 의장의 고집은 대단했다. 그는 한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그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실현 가능했을 만한 다른 방법은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모두들 '연준의 헛소리'라고 입을 모았으나 그는 1982년까지 이 정책을 유지했고, 효과가 있다고 확신이 든 후 금리인하로 통화정책의 방향을 틀었다.

그의 첫 4년 연준 임기가 끝날 당시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3%대로 떨어졌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폴은 키가 큰 만큼 고집불통이었고, 그의 정책 중 일부는 정치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었지만, 그것은 옳은 일이었다"며 "그의 강력하고 지적인 리더쉽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데 도움이 되어 모든 미국인들의 부담을 완화시켰다"고 언급했다

'볼커 룰'...금융위기 경제 확산 방지에 기여

볼커 전 의장의 또 한 가지 업적은 그의 이름을 딴 '볼커 룰(Volcker Rule)'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자문위원회의 위원장으로 활동하던 2008년, 금융위기가 매섭게 불어닥치자 볼커 전 의장은 월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형 금융기관의 위험 거래를 전면 차단하는 '볼커 룰'을 제정, 금융위기 진화에 나섰다.

볼커 룰은 은행들의 고위험 투자를 막아 그 여파가 경제 전반으로 번지는 것을 방지하는 것으로 2010년 발효된 금융개혁법 '도드 프랭크법'의 부속 조항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WSJ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위기를 막을 가장 강력한 방법은 신중한 규제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또다른 금융위기 우려에 대한 나의 대답은 당신이 엄격한 규제를 받는 것이 낫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최근 연준이 볼커 룰 완화를 결정했을 때 제롬 파월 의장에게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폴 덕분에 우리의 금융 시스템은 미국 국민들에게 더 강력하고 안전하며 더 책임감이 있게 됐다"며 "나는 폴이 완벽한 지혜와 끊임없는 정직성, 그리고 그의 높은 신분에 걸맞는 위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앞서 언급한 어머니께 용돈을 인상해야 하겠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WSJ는 그의 어머니가 "그런 건 다 상관없어, 너는 누나와 마찬가지로 25달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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