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규제에 증권사 실적 '비상'…메리츠證, 52주 신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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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 규제에 증권사 실적 '비상'…메리츠證, 52주 신저가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12.09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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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 침체 시 부실 가능성
증권사 부동산 채무보증·대출 제재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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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건전성 관리에 나서면서 대형 증권사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기업금융(IB) 업무의 일환으로 부동산 PF에 자금을 대주면서 수익을 내왔다. 증시 부진에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던 증권주(株)는 하락세가 더욱 두드러졌다.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5일 열린 ‘제3회 거시건전성 분석협의회’에서 ‘부동산 PF 위험노출액(익스포저) 건전성 관리 방안’을 확정했다. 부동산 채무보증의 경우 내년 2분기부터 증권사의 한도가 자기자본 대비 100%로 제한된다. 현재는 별도의 부동산 채무보증 한도 비율이 없지만 앞으로 자기자본 이상으로 부동산 PF 사업에 채무보증이 불가능하다.

영업용순자본비율(NCR)에 반영되는 신용위험액 산정 시 부동산 PF 위험값은 기존 12%에서 18%로 상향 조정됐다. 유동성 위험 관리 측면에서 조정유동성비율(유동성자산에서 유동성부채‧채무보증의 합을 나눈 비율)이 100% 미만으로 하락한 증권사는 실태 점검을 해야 한다.

증권사는 지난 6월말 기준 전체 부동산 PF 채무보증 잔액(28조1000억원) 중 26조2000억원(93.2%)을 차지하고 있어 당국의 가장 큰 규제 대상이 됐다. 최근 2년새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IB 부문을 강화하면서 부동산 PF를 주 수익원으로 활용해온 탓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에서는 부동산시장 여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동산 PF 특성상 건전성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규제를 통해 부동산 PF 시장 확대를 제한하며 적절한 위험(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부동산 PF 채무보증 한도 설정은 증권사의 관련 사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신규 수익원이 제한을 받으면서 수익성 저하 압력을 받는 각 증권사의 대응 방안에 대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은 또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부동산 PF 대출에도 제동을 걸었다. 지난 6월말 기준 부동산PF 대출 잔액은 71조8000억원으로 이중 증권사의 비중은 4조9000억원(6.8%)에 불과하다. 그러나 종합금융투자사업자를 중심으로 대출 잔액이 늘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2016년 말부터 3조4000억원에서 지난 6월말 4조5000억원으로 증가했다.

현재 종합금융투자사업자는 자기자본의 200%(일반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100%)까지 대출이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신용공여 한도 증가분을 부동산 대출에 활용할 수 없다. 순자본비율(NCR) 등 건전성지표 산출 시 적용되는 신용위험액 특례대상에서도 부동산 대출액은 제외된다.

부동산 PF를 중심으로 성장해온 증권사들은 규제 도입 이후 수익구조와 실적에 대한 우려를 받고 있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채무보증 규모가 자기자본을 웃돌아 위험노출액 축소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6월말 기준 국내 증권사의 채무보증(부동산 PF 포함) 규모는 42조4000억원으로 자기자본(58조4000억원)의 72.7%다. 자기자본 대비 채무보증 비율은 ▲메리츠종금증권(211.5%) ▲한국투자증권(94.7%) ▲NH투자증권(68.6%) ▲삼성증권(51.0%) ▲미래에셋대우(38.8%) 순이다. 

금융당국 발표 후 증권주 투자심리도 얼어붙었다. 특히 시장에서는 부동산 PF 수익의존도가 높은 메리츠종금증권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관련 채무보증 비율이 자기자본 수준을 넘는 데다 위험값 상향 조정에 따른 신용위험액 증가로 채무보증 수준을 낮춰야한다는 분석이다.

메리츠종금증권 주가는 지난 6일 전날보다 11.07%원 내린 3695원에 장을 마감한 데 이어 9일에는 장중 3535원까지 하락,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이날에는 전 거래일 대비 2.84% 떨어진 359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기간 한국금융지주(-4.01%), NH투자증권(-1.06%), 대신증권(-1.68%) 등 증권주 또한 동반 하락했다.

이남석 KB증권 연구원은 “메리츠종금증권의 경우 여신 자산 18조4000억원 중 채무보증 규모가 7조7000억원(41.8%)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수익의 60% 이상이 부동산 사업에서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번 관리 방안으로 인한 실적과 주가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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