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 줌마의 종횡무진] 이집트는 약 값이 왜 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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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 줌마의 종횡무진] 이집트는 약 값이 왜 쌀까
  • 차가진 카이로 통신원
  • 승인 2019.12.0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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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생활서 '병원 이용 불편'이 가장 고통
종합병원 의사들 수당 낮아...질좋은 의료서비스 기대난
현지 의료서비스 약점...한국 의료기술 수출 기회찾을 수도
차가진 카이로 통신원
차가진 카이로 통신원

[오피니언뉴스= 차가진 통신원] 꼬박 2주를 앓았다. 추측컨대 타미플루 처방이 필요한 독감을 앓았지 싶다. 초기에 몸살 끼가 왔을 때, 과거 한국에서 겪었던 A형 독감의 그 ‘삘’이 왔다.

하지만 여기서 독감 진단이나 타미플루 처방 같은 걸 받으려면(실제 카이로에서 3시간 거리에 있는 도시에서 타미플루를 공수해 복용했다는 이야길 듣긴 했다) 얼마나 헤매고 다녀야 하는지를 이젠 잘 안다. 그래서 빠른 포기와 과감한 결단(?)으로 스스로 아이들로부터 나를 격리시키고 앓아 눏는 조치를 취했다.

지금도 주변에 고열을 동반한 감기로 고생하는 지인들의 소식이 계속 들려온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독감 경보나 예방접종에 대한 고지가 전혀 없으니, 간절기의 지독한 독감이 내 주변을 맴돌고 있구나 생각할 뿐이다.

이집트 생활서 '병원 이용' 가장 불편

이집트에 온 지 만 2년이 됐다. 그 기간 동안 나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바로 병원 문제였다. 그리고 지금도 이 문제는 여전히 어려운 숙제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의료체계에 더더욱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됐다.

이집트의 병원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사진= 연합뉴스
이집트의 병원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사진= 연합뉴스

남편의 카이로 발령이 확정되면서, 부푼 기대 속에 “과연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괜찮을까” 고민했다. 이집트는 미이라를 만들었던 나라인데 의술은 그래도 괜찮지 않겠어? 하는 막연한 위로와 아랍어권 나라에서 영어로만 간신히 살아가야 하는 비영어권 외국인의 삶에 대한 두려움이 마구마구 교차됐다.

배가 ‘사르르’ 아프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이며, 생활용어도 어려운데 하물며 의학용어를 어찌 감당한단 말인가. 게다가 아랍어, 이집션 아랍어를 쓰는 이집트! 거리가 가깝기라도 하면 들고 뛰기나(날라가기나) 할텐데, 직항노선도 없는 12시간 거리에서 뭔 일이라도 생기면 어쩐담...하는 걱정은,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사라지지 않는 고민이다.

그러나 무사를 기도하는 염원과는 달리, 온 지 한 달 만에 아이의 뇌진탕과 두 달 만에 본인의 팔목 골절을 연달아 경험했다. 뇌진탕, Concussion이라는 영어 자체를 지난 40년간 사용해본 적이 없는 나에게 아이의 뇌진탕 판정은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공교롭게도 아이의 등교 첫날, 학교 운동장에서 전속력으로 달리던 고학년 여학생과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교시 담임선생님이 충돌 사고 사실을 간단히 알렸고, 나 역시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던 것이 화근이었다. 그 날 저녁부터 아이가 머리가 아프고 속도 안 좋다고 투덜대기 시작했는데,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나는 ‘첫 등교에 긴장해 체했구나’ 생각하고 한국서 가져온 한방소화제를 먹였다. 그런데 다음 날까지 아이가 지나치게 오래 잠을 잔다고 판단되면서부터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그래서 학교 친구에게 수소문한 결과, 아이가 기절까지 한 심각한 사고가 있었음을 알게 됐다.

`느림의 나라`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부랴부랴 ‘종합병원’급 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 주말엔 의사도 없고, 주말이 아니더라도 이 느림의 나라에서 비교적 빠른 절차를 위해서는 응급실을 가는 것이 좋다는 유경험자의 권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착한 지 5분도 안돼서, 피 흘리는 교통사고 환자가 2명이나 도착해 병원이 일대 소란에 빠졌다. 히잡을 쓴 여의사가 슬리퍼 차림으로 헐레벌떡 내 앞을 지나 뛰어가더니, 의사 1-2명이 그 뒤를 이어 급하게 응급실로 뛰어갔다. 겉보기 멀쩡한, 말도 안 통하는 외국인 아이를 봐 줄 응급실 의사는커녕 안내요원 조차 없었다.

마음을 졸이며 다른 병원으로 이동했다. 접수하고 의사를 만나는 데만 1시간, CT촬영 기다리는데 2시간, 안 찍겠다고 난리치는 아이를 구슬리는데 1시간을 소비하고 결국 지켜보는 것으로 마무리된 이 사건은 다행히 아이가 일주일 집에서 휴식을 취한 것으로 일단락됐다.

한 달 뒤 아이 학교에서 행사를 치르다 필자의 손목이 부러진 사건은 더 파란만장하다. 생전 처음 뼈가 부러지는 아픔을 경험했는데, 그게 하필 타국이었다. 국제학교 양호실엔 부목조차 없었다. 실 같은 붕대로 코끼리 같은 팔을 간신히 지지하고, 엠블런스도 불러주지 않으니 병원으로 알아서 이동했다. (엠블런스를 부른다고 1시간 내에 달려올지도 미지수니, 그냥 알아서 가는 게 속편하다고 했는데 나중에 그 이유를 알았다)

등록하고, 의사를 기다리고, 엑스레이를 찍고, 골절 판독을 받기까지만 4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의사는 안보이고, '카더라 통신'에 불안감만 

집으로 귀가해서 하루를 1년같이 고민했다. 정말 수술이 필요한 상황일까? 여기서 수술을 받아도 될까? 한국으로 돌아가서 진찰을 받을까? 그럼 여기 아이들은 누가 돌보나?

결국 아이들 문제로 한국을 다녀오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고 이집트에서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한국의 의사 친구들도 손목 골절정도는 한국의 동네 정형외과에서도 할 수 있는 비교적 쉬운 수술이니 걱정을 놓으라고 조언했다.

실낱같은 이집트 인맥을 동원해 어느 병원에서, 어느 의사에게 수술을 받을 것인지 정보를 모았다. 2일 뒤 통역을 대동하고(수술이 필요한 사안이라 구글번역기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병원을 다시 찾았다. 수술을 잘 한다는 그 의사를 만나기 위해 접수하고 진찰을 받으니, 수술 전 CT촬영을 지시했다.

그런데 CT 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니 의사가 퇴근을 했다! (대개 이집트는 의사들은 종합병원에 짧게 근무하고, 자기 병원에 가서 추가로 진료를 보는 게 일상이라고 한다. 의사 월급이 한달에 백만원도 안된다고 하니, 메뚜기 같은 그들을 탓하기만도 어렵다.)

당황한 나에게 의사나 간호사 대신 수술 코디네이터가 안내를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담당의가 두 번이나 바뀌고, 정작 수술은 대면도 못해 본 의사가 집도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거기다가 팔 수술을 위해 전신마취가 필요하니 사인하라며 동의서를 내밀었다. 그 순간 이집트에는 아직도 장기매매가 횡행해 전신마취는 권장하지 않는다는 '카더라 통신'도 전해졌다. 멘붕이 왔다.

결국 골절 3일 만에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뼈를 맞추고 수술 없이 깁스를 하고 일주일 만에 카이로로 돌아왔다. 두 달 뒤 병원에선 5분만 기다리라는 직원 말을 믿고 앉아서 기다리다가 접수 7시 만에 깁스를 간신히 풀었다.

한번은 주말에 바닷가에 놀러 갔다가 둘째 아이의 고열 경련으로 새벽에 응급실을 방문한 적도 있다. 응급실 의사는 해열제를 주사하고, 나무 막대기로 아이 목구멍을 살피고는 편도염이라며 물약을 처방하곤 돌아가라고 했다. 하지만 집도 아니라 응급물품이 제대로 없는 바닷가에서 아이 경련 재발이 두려워 아침까지 병원에 있기도 결정했다.

같은 실수를 막기 위해, 필자는 응급실 의사가 아침까지 병원에 상주하는지를 재차 확인한 뒤 병실에서 아이를 돌봤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의 열이 다시 오르기 시작하는데, 처방받은 물약은 공급되지 않았다. 간호사를 호출했다. 영어를 제대로 모르는 간호사에게 짧은 아랍어와 몸짓 발짓으로 열이 오른다고, 의사를 불러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으나 바쁘다고 기다리라는 답변만 한 시간 넘게 들었다.

아이를 혼자 둔 사이 무슨 일이 있을지 몰라 의사를 찾으러 나가지도 못하고 발발 동동 구르는데, 영어를 할 줄 아는 리조트 직원을 통해 응급실 당직 의사가 아까 집에 가서 이제 오고 있는 중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그러면서 ‘여기 이집트잖아’라고 어깨를 으쓱했다. 또 다시 멘붕이 왔다.

고양잇과 동물도 미라로 남긴 이집트. 의료 기술은 더 발전하지 않고 멈춘것일까. 사진= 연합뉴스
고양잇과 동물도 미이라로 남긴 이집트. 필자는 이런 나라가 왜 사람을 위한 의료 기술은 더 발전시키지 않았을까 궁금해졌다. 사진= 연합뉴스

이집트, 의료체계 문제인 듯...한국, 의료서비스 수출하면 어떨까

이 외에도 병원에 관한 이야기는 네버엔딩 스토리다. 이집트의 병원은 시설이 나쁜 것이 아니라 의료 체계의 문제라고 판단된다. 실제로 의료시설 자체는 한국과 크게 차이가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집트에는 스스로 처방하고 약국에 가는 것이 일상다반사다. 약국에선 주사도 놔주고 항생제도 처방전 없이 판매가 된다. 효과 좋은 진통제들을 800원이면 살 수 있다. 양극화가 심해 병원에 가지 못하는 국민들이 많기 때문에 정부에서 제약 시장을 적극 양성해서 괜찮은 복제약을 싸게 공급한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에선 몇 만원씩 하는 흉터제거제 같은 약이 이집트에선 몇 천원에 판매된다. 의료체계의 불안정성을 약으로 메꾸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쿠웨이트에서 거주 중이던 메르스 확진환자가 한국에 귀국해 난리가 난 적이 있다. 왜 현지에서 치료를 받지 않고 한국까지 들어와서 병을 전파하느냐는 비난도 봇물을 이뤘다. 이를 보면서 만약 내가 저 상황이면, 내 아이가 저 상황이면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할까를 고민한 적이 있다. 적어도 몰래 입국하진 않겠지만, 나 역시도 한국으로 돌아가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다행히 이집트는 메르스 위험국은 아니다)

카이로에 있다 보면 일본은 대형 박물관 건립 등 이집트 문화산업에 주도권을 잡으려 노력하고 있고, 중국은 생활잡화는 물론 대형 시설건설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는 뛰어난 의료 기술로 고대 문명의 발상지인 이집트를 석권하면 어떨까 상상하며 이번 글을 마무리 해본다.

● 차가진 카이로 통신원은 기자, 국회의원 비서관, 더불어민주당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다 지금은 이집트에 잠시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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