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코, IPO '반쪽짜리 성공' 그쳐...월가 러브콜 못받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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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람코, IPO '반쪽짜리 성공' 그쳐...월가 러브콜 못받은 이유는
  • 김지은 기자
  • 승인 2019.12.06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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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정부, 뉴욕 런던 마케팅쇼 취소...글로벌 투자자들 관망세
지정학적 위기·석유수요 둔화 우려에 투자리스크
OPEC 감산규모 충분치 않을 경우 아람코 주가 '부정적' 예상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의 기업가치가 1조7000억달러로 평가돼 애플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사진=연합뉴스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의 기업가치가 1조7000억달러로 평가돼 애플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의 기업가치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인정받았다. 중동 지역의 기관 투자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애플을 제치고 최대 수준의 기업가치를 보유한 회사로 올라섰다. 하지만, 아람코의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은 아람코에 대해 여전히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아람코, 사상 최대 IPO...기업가치 1조7000억달러 

5일(현지시각)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가 주도한 아람코에 대한 공모신청 결과 아람코의 IPO 주당 가치는 32리얄(8.53달러)로 결정됐다. 기존 공모가 범위는 주당 30~32리얄이었는데, 범위 내 최상단 가격으로 결정된 것이다.

이에 따라 사우디 정부는 이번 아람코 IPO를 통해 총 256억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이 가능해졌다. 이는 2014년 알리바바의 기록인 250억달러를 넘어서는 역대 최대의 규모다.

아람코는 기업가치가 1조7000억달러로 평가돼, 애플(1조1600억달러)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다만 IPO를 추진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기대치 2조달러에는 미치지 못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 주식 상장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내놓은 '비전 2030'이 바탕이 됐다. 사우디 경제는 현재 석유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지만, 여기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화하겠다는 것이 구상의 핵심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아람코 IPO가 주목을 받아왔다. 

글로벌 투자자 놓친 '반쪽짜리 성공' 

아람코는 최대 규모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지만, 반쪽짜리 IPO성공이라는 게 월가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중동 지역의 개인 투자자들 및 기관투자자들에게는 환호를 받았지만, 글로벌 투자자들은 여전히 싸늘한 시선을 아람코에게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 정부는 당초 사우디 뿐만 아니라 뉴욕이나 런던 등 국제시장에서도 기업공개에 나설 예정이었다. 이중 상장을 목표로 했던 것이다. 하지만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불안감, 빈 살만 왕세자가 내세운 2조달러 가치 평가에 대한 의구심, 석유수요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 등이 겹쳐지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도 싸늘하게 식어갔다. 

이에 사우디 정부는 당초 예정했던 뉴욕 및 런던 마케팅 로드쇼를 취소, 계획을 바꿔 중동지역 투자자들에게로 눈을 돌렸다. 

은행들은 중동의 개인 투자자들이 아람코 주식을 사들일 수 있도록 대출규제를 완화했으며, 아람코는 2024년까지 연간 750억달러 규모의 배당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배당금 750억달러 규모는 애플의 5배에 이른다. 

외신에 따르면, 아람코의 자문사인 삼바캐피탈은 "인수 의향을 밝힌 투자자 중 10.5%만이 외국인 투자자였다"며 "대부분은 사우디 자금과 기업들이었다"고 평가했다. 

외신 "사우디 지정학적 위기 우려" 

외신들 역시 글로벌 투자자들의 회의적인 시각을 보도했다. 

사우디는 여전히 지정학적 위기에 노출돼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9월에는 아람코의 석유 시설과 유전이 드론의 공격을 받아 대형 화재로 이어지기도 했다. '드론 공격'은 중동 지역 내 투자자들에게는 애국심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며 아람코 IPO에 동참하는 계기를 제공해주었지만, 글로벌 투자자들에게는 오히려 지정학적 위험성을 부각시키는 리스크 요인이 됐다. 

석유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부분도 문제로 제기된다. 세계 각국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조치들이 마련되고 있는데다, 전기 자동차의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세계적인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BBC는 "아람코의 핵심 사업인 석유는 많은 전문가들이 가장 큰 위험으로 여기는 부분"이라며 "원유 수요가 감소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동지역 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진다. 

아부다비 상업은행의 모니카 말리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IPO로 조달된 자금은 당초 사우디가 내세운 '비전2030'을 위한 중기 자금조달 요건을 충분히 넘어선다"며 "경제 다변화를 위한 의미있는 자본이 마련됐다고 믿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아랍권 언론사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OPEC 감산 규모도 변수..아람코 주가에 영향 미칠 것

한편, 아람코의 상장을 앞두고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과 관련한 마라톤 회의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것이 아람코 주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6일(현지시각) 뉴욕타임즈는 OPEC과 러시아가 포함된 'OPEC 플러스'가 이날 감산 규모를 하루 120만 배럴에서 50만배럴 추가, 감산 규모를 170만배럴로 40% 이상 늘리는 방안을 논의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번달 OPEC 회의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이복형인 압둘라지스 빈 살만 왕세자가 새로 임명된 사우디 석유장관 자격으로 참석한 첫 회의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는 사우디 아람코의 성공적인 IPO를 위해 원유 생산을 줄여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해왔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노르웨이 자문회사인 리스타드에너지는 경제성장 둔화로 인해 수요가 감소, 세계 석유시장이 하루 80만배럴씩 과잉 공급될 것으로 추정했다. 

비요나르 톤하우겐은 "OPEC과 러시아가 감산을 연장하고 그 규모를 늘리지 않으면 현재 60달러를 약간 넘는 석유 가격이 배럴당 40~50달러 사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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