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제주도청', 용암수 국내출시 놓고 갈등...양측 얘기 들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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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제주도청', 용암수 국내출시 놓고 갈등...양측 얘기 들어보니
  • 변동진 기자
  • 승인 2019.12.05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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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측 "오리온 용암수 국내 판매...사업제안 당시 없던 내용"
오리온측 "제주도와 협의 진행한 적 없어...앞으로 해나갈 것"
오리온 제주 용암수 공장 준공식 사진. 왼쪽부터 허광호 구좌읍 한동리 이장, 하연순 금곡학술문화재단 이사장, 송석언 제주대학교 총장, 김성언 제주특별자치도 정무부지사,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 허인철 오리온그룹 총괄 부회장, 장이춘 중국중상해민그룹 회장. 사진제공=오리온
오리온 제주 용암수 공장 준공식 사진. 왼쪽부터 허광호 구좌읍 한동리 이장, 하연순 금곡학술문화재단 이사장, 송석언 제주대학교 총장, 김성언 제주특별자치도 정무부지사,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 허인철 오리온그룹 총괄 부회장, 장이춘 중국중상해민그룹 회장. 사진제공=오리온.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오리온이 지난 1일 그룹의 신(新)성장동력으로 ‘제주 용암수’를 출시한 가운데 국내 판매를 두고 제주도와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청은 오리온 측이 국내 판매를 해야 하는 당위성이나 연간 판매량(용량) 등에 대해 문서화 작업을 할 용의가 있다면 공급 중단까지는 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정식 계약이나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협상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5일 김성제 제주도청 물정책과장은 “책임자로서 오리온 측 입장도 들어봐야 한다”며 “예를 들어 ‘해외 수출을 위해 국내 실적이 필요하다’는 등의 납득할 수 있는 이유라면 도정 간부급 회의에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는 오리온 측이 찾아올 때마다 수출할 물량과 이에 따른 국내 판매량은 얼마나 필요한지 입장을 밝혀달라고 했다”며 “그런데 무조건 국내 판매할 것이라고 주장할 뿐 사용할 지하수량에 대해 언급한 바 없다”고 지적했다.

‘제주 용암수’ 국내 판매의 당위성을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문서 즉, 정식 계약서나 사업계획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리온 ‘제주 용암수’ 국내 판매 갈등…왜

김 과장이 이같은 입장을 밝힌 것은 도청과 협의되지 않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오리온이 ‘제주 용암수’ 국내 판매를 강행했다는 이유에서다.

제주도청에 따르면 오리온이 처음 ‘용암 해수단지 개발사업’을 제안했을 당시 해외 수출을 목적으로만 했을 뿐 국내 판매에 대해서는 협의하지 않았다.

이에 도청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관되게 ‘염지하수’를 국내 판매용으로 공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그런데 오리온은 국내 판매를 하려고 해 유감”이라고 전했다.

또 “오리온이 정식 계약이나 구체적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제품을 판매하면 더는 염지하수를 공급할 수 없다”고 했다.

제주도의 ‘염지하수’는 바닷물이 화산암반층에 의해 자연 여과돼 땅속으로 스며든 물이다. 화산암반층을 통과하면서 미네랄과 영양염류는 물론, 아연, 철, 망간 등 몸에 좋은 희귀 미네랄도 다량 함유됐다.

담수 지하수와 달리 염지하수는 상대적으로 자원 고갈 우려가 적지다. 하지만 제주도는 막대한 양을 쓰다 보면 고갈할 우려가 있어 공공재 개념으로 염지하수를 관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하수 개발도 공기업에만 허가하고 있다. ‘제주 삼다수’를 생산·판매하는 제주도 산하 공기업 제주도개발공사가 대표적이다.

만약 민간기업이 염지하수를 이용한 제품을 국내에서 판매하게 되면 제주도개발공사는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오리온, 제주도 반발에도 국내 판매 강행 

그렇다면 오리온이 ‘제주 용암수’ 국내 판매를 추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물 제조·판매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제주특별법 개정안 때문이다.

제주도는 지난 2008년 기업 투자를 위해 제주도지사가 지정·고시하는 지역(용암 해수단지)에 예외적으로 물 제조·판매를 허용하는 내용의 제주특별법을 개정했다. 이에 오리온은 지난 2016년 용암 해수단지에 입주한 제주 토착 기업인 제주용암수 지분율 60%를 21억2400만원에 인수했다. 이후 1200억원을 투자해 용암 해수단지에 공장을 건설했다.

허인철 오리온그룹 총괄부회장 역시 지난 3일 제주 용암수 공장 준공식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원희룡 지사와 두 차례 면담했고 두 번째 만남에서 제주 용암수의 국내 판매 불가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국내 판매를 제한해 경쟁을 막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제주도 “오리온 국내 판매, 신뢰 깬 것” 

김 과장은 또 오리온의 ‘제주 용암수’ 국내 판매는 제주도와 신뢰를 깬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같은 업체가 사업논의 당시 구두로 약속했던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 고용창출 등은 이행하겠냐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과장은 “제주도는 자원이라는 게 사실상 지하수 뿐”이라며 “오리온이 처음 사업제안을 했을 때 우리 자원을 해외에 수출해 이익을 올리면 고용창출 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환원) 등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혀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생수 시장은 하루에 많아야 1만2000톤 정도 판매된다”며 “이 좁은 시장에 오리온이라는 대기업이 들어와서 국내 시장을 교란시키는 것은 모두에게 득이 될 것이 없기 때문에 (국내 판매는)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주도는 오리온과의 면담 자리에서도 ‘국내 판매는 어렵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며 “당시 이러한 입장에 대해 (오리온은) 이렇다 할 입장을 내비치지 않아 당연히 생산 전량이 수출되는 줄 알았다”며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국내 판매에 대해 언급하더라”고 지적했다.

김 과장은 “그래서 처음 약속대로 국내가 아닌 전량 해외 판매를 하는 것으로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강조했다.

또 “오리온이 2017년 1월 제출한 사업계획서가 하나 있는데, 어떤 이유에선지 모르겠지만 도청에서 두 차례 보완을 요청해 3월17일 최종 수정안을 받았다”며 “해당 계획서는 중국 수출에 대해 매우 자세히 적시돼 있던 반면, 국내 판매 계획에 대해서는 ‘오리온 유통망 이용’이라고 단 한 줄만 명시돼 있더라. 게다가 이 계획서는 오리온이 취하해 효력도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제가 담당자는 아니었지만, 도는 염지하수를 민간기업이 개발·판매하는 것은 제주도개발공사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이같은 입장을 오리온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이후에도 국내 판매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고, 제가 지난해 10월 부임하면서 업무 인수인계를 받을 때도 국내 판매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오리온 측 담당자들에게도 애초 사업협의가 들어왔을 때부터 국내 판매에 대해서는 없었기 때문에 ‘해외 판매만 해달라’는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며 “관련 공문도 보냈다”고 전했다.

아울러 “올해 들어 2~3회 면담 자리를 가졌고, 제가 동석하지 않았지만 실무자들 역시 2~3차례 오리온과 미팅한 것으로 안다”며 “과거 배석했던 도청 분들이 물어도 ‘국내 판매’에 대한 협의는 없었다고 답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리온 관계자는 “실무진 면담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지만, 구체적으로 협의를 진행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이제 협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앞으로 제주도청과 잘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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