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 또 매각설…수차례 선긋기에도 인수 물망에 오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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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 또 매각설…수차례 선긋기에도 인수 물망에 오르는 이유
  • 변동진 기자
  • 승인 2019.12.04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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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 불안한 재무구조로 매각설 부채질
티몬, 경쟁사 대비 낮은 거래액도 논란
월마트 사업모델, 국내 시장에도 영향
티몬은 4일 롯데쇼핑과의 인수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티몬 할인행사 '티몬데이'. 사진제공=티몬
티몬은 4일 롯데쇼핑과의 인수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티몬 할인행사 '티몬데이'. 사진제공=티몬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티몬이 매각설에 휘말렸다. 앞서 M&A(인수·합병) 논란이 일었을 당시에도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또다시 대기업의 먹잇감으로 전락한 셈이다.  

롯데쇼핑은 티몬 인수검토 여부에 대해 4일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사업부문의 성장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검토 중에 있으나, 해당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공시했다.

티몬도 롯데쇼핑과의 M&A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회사 관계자는 “롯데 측에 먼저 제안한 적도 없고, 제안 받은 내용도 없다”고 반반했다.

그러면서 “현재 경영방침은 수익성 강화”라며 “내년 상반기에 월단위 흑자를 목표로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티몬 매각설이 불거진 까닭은 지난 3일 국내 한 신문 매체의 보도 때문이다.

이 신문은 전날 “티몬이 회사 매각을 위해 국내 유통 1위 롯데그룹과 협의를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티몬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앵커에쿼티파트너스 관계자들이 최근 롯데그룹 임원들과 만나 매각협상을 시작했다”면서 “양측은 비밀유지각서(NDA)를 작성하고, 구체적인 가격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티몬 인수 가격은 약 1조7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대주주 지분이 약 80%인 것을 고려하면, 매각금액은 1조3600억원가량이다.

티몬 매각설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9월 롯데와 불거진 바 있고, 지난 2017년에 롯데쇼핑, 신세계 등과 얽힌 바 있다.

◆티몬 매각설, 왜 불거질까

티몬은 매각설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까닭은 미국 최대 소매유통업체 월마트(Walmart)의 전자상거래 사업 육성 방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월마트는 아마존의 등장으로 실적 악화를 겪던 중 2016년 전자상거래업체 ‘제트닷컴’을 33억달러에 인수했다.

월마트는 특히 밀레니얼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가 소비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남성복 브랜드 ‘보노보스(Bonobos)’와 ▲여성의류 브랜드 ‘모드클로스(Modcloth)’ ▲신발 전문 쇼핑몰 ‘슈바이닷컴(ShoeBuy.com)’ ▲아웃도어 브랜드 전문 쇼핑몰 ‘무스조(Moosejaw)’ 등을 인수해 젊은 이미지로 거듭났다.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 조사 결과 월마트는 지난해 미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점유율 4%를 기록, 애플(3.9%)을 제치고 3위에 올랐다. 이는 전년(3.3%)보다 소폭 상승한 수치다.

물론 아마존의 점유율(48%)에는 한참을 못 미쳤지만, 올 3분기 월마트의 미국 이커머스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나 증가했다.

무엇보다 월마트는 이커머스 사업을 통해 오프라인도 성장시켰다. 온라인에서 주문 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찾아가는 ‘클릭 앤 콜렉트(Click & Collect)’ 서비스 덕분이다.

월마트의 이같은 사업모델은 오프라인 매출 증가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픽업하러 매장을 방문할 경우 다른 상품들도 추가로 구매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존 매장을 활용해 온라인 물류 인프라 구축을 위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고객 역시 배송비용을 줄일 수 있다.

즉, 롯데쇼핑, 신세계그룹 등 대형 유통업체 입장에서 티몬은 매력적인 인수 대상이다. 할인점(대형마트) 실적은 감소하고 있고, 이커머스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롯데쇼핑 할인점 부문인 롯데마트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1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5% 줄었다. 같은 기간 이마트는 116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40.3% 감소했다.

◆티몬 불안한 수익구조, 매각설 부채질

티몬의 불안한 수익구조도 매각설을 부채질하는 요인 중 하나다. 지난해 매출은 50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각각 1279억원, 1363억원으로 7.5%, 10.3% 확대됐다.

공시를 시작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된 적자만 7700억원을 웃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재무구조는 크게 악화됐고, 결국 자본잠식으로 이어졌다.

기업이 단기에 채무를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유동비율도 19.6%에 불과하고, 매입채무액만 4554억원이다. 최근 신한캐피탈과 국내 한 저축은행에서 900억원을 유치했지만, 티몬이 숨통을 틀 규모인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티몬은 재무구조 악화뿐 아니라 거래액 기준으로도 경쟁사에 밀리는 분위기”라며 “독자노선을 기대하기에는 쿠팡이나 11번가, 위메프 등과 같은 지원군 확보 소식도 없다”고 말했다.

앱·리테일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티몬의 올 상반기 거래액은 2조원 수준으로 이베이코리아(8조8000억원)·쿠팡(7조8000억원)·11번가(5조2000억원), 위메프(3조2000억원) 등과 큰 격차를 보인다.

아울러 쿠팡의 경우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펀드로부터 투자를 받고 있다. 위메프는 넥슨코리아아 IMM인베스트먼트로부터 4000억원을 투자받았다. 이를 통해 넥슨코리아는 위메프 지분 약 10%를 확보했다. 11번가의 모기업 SK텔레콤은 카카오와 손잡고, 3000억원 상당의 지분을 맞교환하는 ‘혈맹’을 맺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티몬이 기술특례상장제도를 통해 IPO를 추진해 투자 유치에 나설 수도 있지만, 코오롱 인보사 사태 등으로 문턱이 높아져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커머스 M&A설이 불거질 때마다 단골로 물망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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