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금리에도...독일인은 왜 손해보며 계속 저축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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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금리에도...독일인은 왜 손해보며 계속 저축할까
  • 김지은 기자
  • 승인 2019.12.04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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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불확실성 회피하는 독일인 습성 소개
독일인 60% '저축방식 안 바꾼다'...주식보유 가구는 10% 수준
마이너스 금리는 불안한 미래를 반영해 저축 더 늘어
'일하고 저축하는 자여, 독일의 전통을 지켜라' 독일 역사박물관에 전시된 절약을 강조하는 1938년의 옛 전단지.  사진=월스트리트저널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9월 금리를 마이너스 0.5%까지 내렸다. 마이너스 금리 아래에서는 은행에 돈을 맡기면 오히려 돈을 내야 하고,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최근 독일에서는 금융기관 금리가 마이너스(-)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저축률이 꾸준히 높아 눈길을 끈다. 돈을 모으기 위해 돈을 쓰고 있는 셈이다.

지난 10월31일 독일 어린이들은 '세계 저축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돼지 저금통을 들고 독일의 은행으로 몰려들기도 했다. 독일에서는 여전히 저축이 미덕이다.

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은 독일이 마이너스 금리 아래에서도 오히려 저축을 늘려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ECB는 지난 9월 금리를 마이너스 0.5%까지 인하한 바 있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에 따르면, 독일인들은 가처분 소득의 11%를 계속 모으고 있다. 이는 2013년 9.3%에 비해 높아진 수치다. 

도이체방크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 가계는 1087억유로(143조8860억원)를 은행 계좌에 추가로 저금했다. 유로화 도입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분데스뱅크 자료에 따르면, 현금과 은행 예금은 2조5000억유로로 전체 독일 금융자산의 40%에 달한다. 

은행 예금은 이렇게 쌓여가지만 마이너스 금리 시대인 만큼 독일 국민들이 얻을 수 있는 이자수입은 아예 없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독일인들이 은행에 저금하기 위해 '주차료를 부담하면서까지 은행을 찾아간다'고 언급하고 있다. 

아무런 이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독일인들은 저축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저축은행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독일인의 60%는 저축 방식을 바꿀 계획이 없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식을 바꾸겠다는 사람들 중 4분의 1은 오히려 저축을 더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학자들은 이같은 독일인의 저축 습관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3세기동안 이어진 혁명과 초인플레이션, 전쟁, 불황 등 오랜기간 지속된 불안한 환경이 독일인들로 하여금 안전자산을 더 선호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독일인들은 위험자산으로 여겨지는 주식이나 부동산 등은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분데스방크 자료에 따르면 10가구 중 1가구만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7가구는 저축예금 계좌를 가지고 있다. 

독일 경제 전문가 협의회 회원인 라스펠드 교수는 "독일의 고령화 사회 때문에 이같은 행동이 이성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은퇴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위험한 투자는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현금을 절약하는 모습과, 오히려 마이너스 금리에서 저축을 늘리는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인들은 마이너스 금리 상황을 경기가 그만큼 좋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고, 불안한 현실에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오히려 저축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독일 경제학자들은 독일인의 과도한 저축이 독일 전체 경제에는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내외 불안한 정국이 이어지면서 무역이 얼어붙은 가운데 침체된 독일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는 내수이기 때문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신임 총재는 "독일 정부가 흑자인 예산을 사용해 공공 투자를 늘려야 한다"며 "이를 통해 지역 경제를 되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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