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히 식어가는 '미·중 관계'...갈 곳 잃은 세계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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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히 식어가는 '미·중 관계'...갈 곳 잃은 세계 경제
  • 김지은 기자
  • 승인 2019.12.04 1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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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나는 데드라인 없다"
중국 "미국의 위협은 중국 발전 저지할 수 없어"
마이니치 "홍콩 불안한 정국이 최대 리스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 합의 데드라인을 앞두고 "내년 미국 대선까지 기다릴 용의가 있다"고 언급했다. 사진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 합의 데드라인을 앞두고 "내년 미국 대선까지 기다릴 용의가 있다"고 언급했다. 사진 = 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미국과 중국 관계에 또다시 먹구름이 드리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 무역분쟁이 내년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선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탓이다.  

트럼프의 측근들과 월가의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발언이 중국을 압박하는 카드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중국 역시 만만치 않은 대응을 하고 있어 향후 미중 관계의 향방이 어디로 향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트럼프 "나는 데드라인이 없다" vs 中 "美, 통제력 잃고 있다"

3일(현지시각) 외신에 따르면,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영국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런던 주재 미국대사 관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나는 데드라인이 없다"며 "중국과의 합의를 선거 이후까지 기다리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트럼프의 측근들은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압박하는 전략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은 "이것은 협상의 근본적인 결렬이 아니라, 데드라인까지 남아있는 2주동안 레버리지(영향력)를 끌어오기 위해 움직이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당초 중국은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협상의 카드로 쥐고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미 대선 이후까지 기다릴 용의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함으로써 중국의 '미국 압박 카드'를 무력화시켰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지금 중국과 아주 잘 지내고 있고, 펜을 한번 튕겨도 훨씬 더 잘 할 수 있다"며 "중국은 57년만에 최악의 해를 보내고 있다. 그러니 어떻게 될지 두고보겠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미국은 현재 약 36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해 부과하고 있는 상황이다. 15일까지 미국과 중국간 무역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미국은 오는 15일부터 1560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해 1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 

외신들은 중국이 미국과 무역 갈등으로 제조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는 만큼, 서둘러 협상을 마무리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이 6%에 그쳤는데 이는 27년만에 가장 더딘 속도였다. 

중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 타임스는 "미국이 다시 한번 관세를 무기로 전세계에 전쟁을 선포하면서 통제력을 잃고 있다"며 "미국의 위협은 중국의 발전을 저지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이어 "미국의 압박에 반미 물결이 폭풍처럼 휘몰아치기보다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스스로를 보호하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손실을 줄이는 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국은 다른 나라들과 더 많은 공통의 이익과 가치를 개발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중 무역분쟁에 내년 증시도 걱정..'트럼프 전략' 분석도 

미국과 중국의 냉기류는 세계 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일각에서는 내년 글로벌 경제가 걱정스럽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는 한편, 또다른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인 만큼 앞으로 전개과정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의견도 내놓고 있다. 

스탠호프 캐퍼털의 조나단 벨 최고투자책임자는 "한발자국씩 물러섰다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국제무역의 장벽을 높이는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올해 시장은 무역협상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취해왔으나 내년에는 시장이 더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뉴욕증시를 비롯해 유럽증시, 아시아증시까지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주가가 기록적인 수준까지 올라섰던 것을 감안하면, 오늘 하락은 하찮은 수준(peanut)"이라며 "나는 증시를 보지 않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일 뿐 실제로 행동에 나설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아랍뉴스는 프린스펄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이코노미스트인 시마 샤흐의 말은 인용, "트럼프의 발언은 중국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되찾기 위한 책략"이라고 보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정부가 연말 이전에 협상할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보고 있다"며 "주식시장이 무역이 교착상태였던 2018년 말처럼 급격히 떨어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본도 예의 주시..홍콩이 최대 리스크

일각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홍콩'이라는 지적도 내놨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홍콩 문제는 지금 세계 정세의 최대 리스크일지도 모른다"며 "만일 중국의 무장경찰이 홍콩을 진압하면 미중 관계는 최악이 되고, 경제는 회복의 불씨가 꺼져 대불황이 올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현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이 원만한 합의를 이어간다면 일본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되겠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모처럼 찾아온 도약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것.

구마노 히데오 다이이치생명 이코노미스트는 "전세계적으로 5G 보급을 앞두고 IT 사이클이 반등하기 시작하고 있는데다, 아베 총리가 대규모 경제 대책을 구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중 협의가 원활하게 합의에 이르면 일본 경제 역시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서 "일본의 재정 상황에도 미중 관계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홍콩의 정세 악화는 실로 타이밍이 나쁘다고 생각된다"고 언급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시간이 지나 홍콩의 민주화 시위가 자연스럽게 소멸되는 것"이라며 "하지만 보다 바람직한 것은 미국이 중국에 대해 홍콩 문제와 관련해서 강경한 자세를 취하지 않도록 합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중국에 대해 다른 가치관을 가진 이들에게도 관용을 베풀 것을 더 열심히 설파해도 좋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없는 이상 이는 일본이 해야하는 역할이라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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