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이코노미스트 "부(富)의 불평등, 생각보다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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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이코노미스트 "부(富)의 불평등, 생각보다 크지 않다"
  • 김지은 기자
  • 승인 2019.12.03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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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불평등'에 대한 4가지 통념에 대해 반론 제기
초부유세 도입하면 미국 경제 10년 후 2% 축소될 것
대중에게 사랑받는 갑부 많은 스웨덴 모델 주목해야
어떤 이들은 상위 1%가 나머지 99%를 짓밟고 부자가 되었다고 믿는다. 이들은 부자들에게 '부유세'를 요구하기도 한다. 사진=연합뉴스
어떤 이들은 상위 1%가 나머지 99%를 짓밟고 부자가 되었다고 믿는다. 이들은 부자들에게 '부유세'를 요구하기도 한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과연 1%의 부자들은 나머지 99%를 짓밟으며 올라선 사악한 존재일까.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같은 질문에 대해 통계적으로 분석하며, 실제 수십년동안 불평등은 생각보다 적게 일어났다고 지적하고 있다. 
 
불평등이 크다고 생각하는 이유...상위 1% 수입 급증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부의 분배가 불평등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크게 네가지로 나뉜다.

첫째, 과거 40~50년동안 상위 1%의 수입이 급증했다는 점. 둘째, 중산층의 수입은 정체되었다는 점이다. 셋째는 생산성이 높아졌음에도 임금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는 점인데 특히 GDP의 증가는 임금 형태로 노동자에게 제공되기보다는 이자, 배당, 자본이득의 형태로 투자자들에게 돌아갔다고 믿는다. 넷째, 부자들은 담보대출 등을 통해 재투자를 해왔고, 이것이 부의 불평등을 이끌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는 이같은 통념은 최근의 논문들에서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르면, 영국에서 세율조정과 공적 이전소득(after adjusting for taxes and government transfers)을 감안한 상위 1%의 소득 비율은 1990년대 중반보다 결코 높지 않은 수준이다. 파리경제대학원의 토마스 블랑챗 교수는 유럽 전역에서 하위 50%에 대한 상위 10%의 세후 소득 비율은 1990년대 중반 이후 거의 변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2014년 정부가 지원하는 빈곤층을 위한 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를 확대하는 등 불평등을 줄이는 정책을 수십 년동안 시행해왔다는 사실도 쉽게 간과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를 종합적으로 점검했을 때 미국 상위 1%의 소득 점유율이 1960년대 이래로 거의 변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코노미스트는 '중위층의 가계소득과 임금이 장기적으로 정체됐다'는 두번째 주장 역시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1979~2014년 중위층의 소득 증가 추정치는 8% 하락에서 51% 증가까지 그 범위가 상당히 넓다. 이는 공적 이전소득, 인플레이션, 가구 등에 대해 어떻게 정의를 내렸고 다루었냐에 따라 결과가 극명하게 바뀌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중위층 소득이 8% 하락했다는 수치, 즉 '소득이 줄어들었다'는 주장은 각종 부문에서의 혁신적인 발전이 중산층의 삶을 향상시키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믿기 어렵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지적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생산성 향상에도 임금이 제자리'라는 세번째 주장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반박한다. 

'21세기 자본'의 저자로 유명한 토마스 피케티는 불평등이 부자들이 축적된 자본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국가에서 노동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떨어지지 않았다.

다만 2000년 이후 미국은 예외에 속한다. 이는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결함이 아니라 규제의 실패에 따른 것이다. 미국의 독점 금지 규제 기관과 법원의 느슨한 대응은 일부 기업들이 독점적 이익을 누릴 수 있도록 여지를 주었고 결과적으로 일부 기업들은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같은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국가의 전체 소득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떨어지지 않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마지막으로 재산의 불평등, 즉 소득 상위권의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는 자산에서 부채를 뺀 나머지 부분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은 입증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특히 유럽보다 미국에서 증명하는 것은 더 어렵다. 비교적 분명한 자료가 있는 덴마크의 경우를 보더라도 상위 1%의 재산 점유율은 지난 30년동안 높아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미국 대통령 후보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초부유세를 언급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후보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초부유세를 언급했다. 사진=연합뉴스

미 대선후보 워런 '초부유세 도입'에 반론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민주당 대선 후보자인 엘리자베스 워런이 주장하는 초부유세와 관련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워런 후보자가 내세운 수치 자체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워런은 자산규모 최상위 7만5000가구를 대상으로 가구 합산 자산 5000만달러(약 590억원)을 초과하는 순자산에 대해 1달러당 매년 2%, 10억달러 이상 자산에 대해서는 달러당 매년 3%의 부유세 부과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워런의 선거캠프는 미국인 상위 0.1%가 소유한 재산 비중이 1978년 7%에서 2012년 22%로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조사에서는 상위 0.1%의 재산 비중이 15% 수준으로 증가하는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코노미스트는 워런이 주장하는 초부유세를 시행하면 10년후 미국 경제 규모는 2% 더 축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워런 후보는 전국민 의료보험 혜택을 주장하는 '메디케어 포 올(Medicare for All) 공약을 내세웠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만 20조5000억달러에 달한다. 워런 후보는 초부유세 및 대기업 규제를 통해 이를 충당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케아의 창립자인 잉바르 캄프라드는 초(超)부자임에도 불구하고 스웨덴인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었다. 사진=연합뉴스
이케아의 창립자인 잉바르 캄프라드는 초(超)부자임에도 불구하고 스웨덴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스웨덴의 엄청난 부유세..GDP에는 아주 적은 영향

스웨덴은 25만명당 1명꼴로 10억달러를 가진 부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다. 스웨덴은 부의 분배 면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 중의 하나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스웨덴의 억만달러를 보유한 부자들의 재산이 연간 GDP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일반 스웨덴인들 사이에서 이들은 놀라울 정도로 인기가 있다. 2018년 이케아 창업자 잉바르 캄프라드의 사망에 대해 한 신문은 "왕족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팝그룹 아바, 테니스 스타 비외른 보리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렸다"고 썼다. 

부자들에게 가혹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에 대한 논쟁은 스웨덴에서는 그리 큰 이슈가 아니다. 딤브로의 재니크 라손은 "초(超)부자들을 대상으로 한 과세에 대해 미국이나 영국에서 벌어지는 논쟁이 스웨덴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초(超) 부자들의 인기는 그들이 일반 스웨덴인들을 착취해서가 아니라 H&M, 볼보, 스포티파이와 같은 다국적기업을 만들어서 돈을 벌었다는 인식 때문이다. 또한 이들은 거액의 이익을 분배하기 위해 재단을 설립하기도 한다.

사실 스웨덴 정부는 과거에 부유세를 도입하기도 했으나 이에 대한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이같은 제도를 모두 폐지했다. 

스웨덴은 1911년에 부유세를 도입한 이후 1934년, 1948년, 1971년 세 차례 크게 인상했다. 1980년대 초까지 약 60만달러의 재산을 가진 스웨덴 국민들은 막대한 세금에 직면했다. 소득세 중과에, 투자에 대한 실효세율이 100%를 넘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듯 엄청난 세금규모에도 불구하고, 부유세는 스웨덴의 GDO의 0.4% 성장에 기여하는 등 아주 작은 역할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부유세는 상위 계층에게는 상당히 혹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캄프라드는 1973년 스위스로 도망쳤고, 테트라팍을 설립한 한스 라우싱은 1980년대에 영국으로 탈출했다. 그 후 1991년부터 토지 및 임야의 보유 면제를 포함한 다양한 면제가 포함되면서 세금이 보다 복잡하게 운영됐다.

스웨덴은 초당적 지원을 받아 2005년 상속세를 폐지하고 2007년 부유세를 폐지했다. 이후 캄프라드는 스웨덴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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