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하는 인텔, 치고 나가는 AMD…글로벌 CPU시장 '지각 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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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춤하는 인텔, 치고 나가는 AMD…글로벌 CPU시장 '지각 변동'
  • 김상혁 기자
  • 승인 2019.12.02 17: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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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CPU 물량 부족, 글로벌 PC업체 울상
클라우딩 컴퓨터·고사양 게임·10nm 공정 전환 실패
AMD, 전문가용 하이엔드 CPU 시장까지 노려
인텔의 CPU 공급난이 지속됨에 따라 글로벌 PC업체들이 하반기 매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텔의 CPU 공급난이 지속됨에 따라 글로벌 PC업체들이 하반기 매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올 여름부터 시작된 인텔-AMD의 중앙처리장치(CPU) 전쟁이 전환점을 맞이했다. 수요 예측에 실패한 인텔의 CPU 공급 부족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전 세계 PC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쟁자 AMD는 '가성비'를 앞세워 개인 PC 시장에서 의미 있는 승리를 거두고 있다.

◆ 공급부족 인텔 CPU, 글로벌 PC업체 불만 제기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PC 업체들은 연말 특수를 노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인텔이 생산하는 14㎚(나노미터)공정 기반의 CPU 공급 부족으로 매출 감소와 생산 차질 문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PC제조사 델은 2020 회계연도 매출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HP는 일부 PC제품에 AMD CPU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PC업체도 마찬가지로 생산과 매출에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윈도7의 서비스 종료 이슈가 맞물려 새 컴퓨터 수요가 더욱 늘어날 예정이라 직격탄을 맞은 셈이 됐다.

특히 이번 품귀 현상은 기존의 보급용 CPU가 아닌 고사양에도 해당된다. 때문에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터트려 더욱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IT 전문 매체 톰스하드웨어에 따르면 지난 10월 스페인에서 열린 '카날리스 채널 포럼'에 참석한 지안프랑코 란치 레노버 최고운영책임자가 "인텔의 지속적인 프로세서 공급 부족 현상은 생산 문제와 회사 프로세서 아키텍처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발언했다.

스티브 브레이저 카날리스 최고경영자는 "인텔은 무엇이 이런 부족사태를 만들었는지 알리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인텔은 지난달 20일 이례적으로 고객사에 공개서한을 보내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원인을 따로 언급하진 않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세 가지 이유를 점치고 있다.

먼저 클라우딩 컴퓨터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서버용 CPU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점이다. 대세가 된 클라우딩 컴퓨터는 반도체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그리고 인텔은 이런 클라우딩 컴퓨터의 서버용 CPU 시장을 '제온' 하나로 99% 점유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제온을 사들였고, 인텔은 다른 CPU 공정을 제온으로 돌리게 됐다. 이로 인해 CPU 부족사태가 야기됐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고사양 게임들의 연이은 출시로 일반 CPU 수요가 늘었다는 점이다. '포트나이트',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등 FPS PC 게임들은 순간적인 반응이 승패를 좌우하는 만큼 높은 사양의 스펙을 필요로 한다. 또 '보더랜드3', '레드 데드 리뎀션2' 등 콘솔 독점작들이 PC버전으로도 출시되어 게이머들의 지갑을 가볍게 했다.

그런데 인텔은 올해 초 계획한 10nm 공정 전환에 실패했다. 인텔은 서버용은 14nm 공정으로, 일반 CPU는 10nm 공정으로 생산하려 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CPU를 14nm 공정에서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물량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앞의 두 요인에 동시에 작용하고, 이로 인해 공급 현상에 병목 현상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 세 번째 이유다.

일단 인텔은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그리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런 사태로 저가 CPU까지 덩달아 가격이 올랐다. 인텔이 10nm 공정에 전환한다 하더라도 내년 봄이나 되어야 공급량과 가격이 조금씩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CES 2019 기조연설 중인 리사 수 AMD 회장 겸 CEO. 사진제공=AMD
CES 2019 기조연설 중인 리사 수 AMD 회장 겸 CEO. 사진제공=AMD

◆ '가성비' 앞세운 AMD, 인텔 제쳐

이런 상황은 인텔의 라이벌인 AMD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IT매체 EE타임스는 "AMD에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다"면서 "인텔이 10nm 공정 수율에 힘쓰는 사이 AMD는 이미 7nm 공정으로 전환 중"이라고 전했다.

유럽의 설문조사 기관 EHA(European Hardware Association)에 따르면 '다음 구매 대상 데스크탑 프로세서'의 항목에서 60%가 AMD를 선택한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60%가 인텔이라고 답한 것과 완전히 반대되는 응답이다. 코엔 크린스 EHA 회장은 "지난 3년 동안 AMD는 Ryzen(라이젠) 시리즈 CPU를 통해 (인텔과)성능 차이를 줄이면서도 가격 대비 성능을 대폭 향상 시켰다"라고 이유를 전했다. 

이뿐 아니다. 독일 최대 소매업체인 '마인드팩토리'에서도 AMD가 지단달 CPU 판매량에서 82%의 점유율을 보였다. 아마존에서도 CPU 판매 상위 10개 모델 중 AMD가 9개를 차지했다. 인텔의 i5-9600k가 10위에 올랐을 뿐이다. 국내 조립PC 사이트 다나와 기준으로도 AMD는 과반을 넘기며 인텔을 앞서기도 했다.

미국 IT전문매체 노트북체크는 "AMD는 2017년 '젠 마이크로 아키텍처'를 도입하면서 CPU 시장의 역동성을 완전히 변화시켰다"며, "AMD는 2세대 라이젠 CPU를 통해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인텔 경쟁업체보다 판매량을 앞질렀으며, 최근 유럽 시장에서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인텔이 고급 데스크탑 시장에서 8코어 칩을 1000달러 이상의 가격으로 제공하는 동안 AMD는 플래그십 라이젠7 1800X를 499달러에, 라이젠7 1700을 399달러에 제공하면서 더욱 클럭과 스레드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AMD의 이런 1세대 제품들은 멀티 코어 성능은 뛰어났지만 클럭 속도와 클럭당 명령은 인텔의 14nm 칩들 보다 뒤떨어졌다. 하지만 이를 개선한 2세대 라이젠 프로세서가 등장했다. 전체 클럭 속도를 높이고, 메모리 캐시 및 지연시간을 향상시켰고, XFR2 같은 알고리즘을 도입한 것이다.

3세대 라이젠은 앞선 세대들의 뒤떨어진 단일 스레드 퍼포먼스마저 개선시키며 하이엔드 CPU분야마저 집어 삼키게 됐다. 미국 IT매체 PC월드는 "현재 (인텔의)i9을 구입해야 이유는 거의 없다"며 "하이엔드 CPU를 구입하려는 사람들 10명 중 9명은 라이젠9 3900X를 원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조립PC 시장에서 AMD의 역전은 애슬론64 이후 약 15년 만이다. 이 순간 인텔은 정체 혹은 오히려 후퇴하고 말았다. 10nm 공정에 돌입하지 못했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치명적인 보안결함인 '멜트다운'과 '스펙터' 논란에 휩싸였다.

이는 하드웨어상의 취약점이기 때문에 해결하려면 성능을 떨어뜨릴 수 밖에 없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큰 차이를 느낄 정도는 아니지만 클라우드 서비스 서버의 경우 보안 패치 후 CPU 점유율이 높아져 서비스 안정성에 영향을 끼치게 됐다.

이제 AMD는 일반 유저를 넘어 전문가용 하이엔드 컴퓨터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16코어 라이젠 9 3950X, 24코어 라이젠 스레드리퍼 3960X, 32코어 라이젠 스레드리퍼 3970X 등 3종을 전 세계 동시 출시한 것. 3종 모두 최신 7㎚ 공정과 16코어~32코어에 기반한 강력한 멀티스레드 성능을 제공한다.

이는 기존 전문가용에서나 활용하던 16코어 구성을 일반 사용자용 PC에서도 구현 가능케 한 것이다. 최고사양 게임은 물론 대세가 된 개인 크리에이터들의 영상 제작에 적합하다.

24코어, 36코어 프로세서는 멀티 스레드 성능이 중요한 CAD, 인코딩, 컴파일링, 시뮬레이션 등의 업무에 효율적이다. 또 AMD는 내년 초 64코어 128스레드 구성의 라이젠 스레드리터 3990X까지 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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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호 2019-12-02 18:30:17
인텔을 치고나가는 amd 벌써3900x를 출시했네요 마치 i9 9900k 보다 좋아보이는 디자인과 성능 아주 만족스러운 amd입니다 국내출시가는 비사지만.... 그래도 나중에는 내려갈금액 꼭 다음에 컴퓨터 바꿀때는 amd로 갈아타야만할꺼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