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칼럼] 심각한 저출산…출산율 높일 묘책이 안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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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칼럼] 심각한 저출산…출산율 높일 묘책이 안보인다
  •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
  • 승인 2019.12.02 15: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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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 최근 들어 발표될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는 통계가 있다. 12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수출증가율도, 생산·투자·소비가 모두 줄어든 산업활동동향도 아니다.

바로 인구 통계다. 2019년 9월 인구동향 조사 결과 지난 3분기 전국 신생아 수는 전년 동기보다 8.3% 줄어든 7만3793명을 기록했다. 통계청장은 올해 신생아 수가 30만명을 밑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도 0.88명으로 떨어졌다.

우리나라의 신생아 수는 전쟁이 끝난 1953년 67만명 수준에서 빠른 속도로 늘어나, 1969년에는 100만명을 넘어섰고 1971년에는 102만4천명으로 고점을 기록한 바 있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 들어서는 60만명대로 줄었고, 이제 불과 20년만에 신생아 수가 절반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이대로면 2100년엔 韓 인구 1800만명

인구통계 전문가의 계산에 따르면 현재의 추세가 이어질 때 2100년 우리나라 인구는 1800만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다. 지난 3월 청와대 회의에서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2050년 인구 피라미드는 이러한 현상 결과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인구가 많다고 해서, 또는 빨리 늘어난다고 해서 어떤 나라가 잘 사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인구가 작은 서유럽 소국들의 1인당 GDP가 그렇게 높은 이유와 인도나 방글라데시와 같이 인구가 많은 국가의 경제가 아직도 선진국에 진입하지 못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노르웨이처럼 석유가 나는 경우는 다르겠지만, 북유럽 국가를 보면 우리보다 인구가 작아도 높은 경제 수준을 이룩했다. 반대로 부존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 인구가 빠르게 늘면 자원을 조달하는 데 너무 많은 비용을 들어 오히려 성장이 어려워진다. 

하지만, 한 나라의 인구가 늘었다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 때는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인구가 늘었을 때 만들어 놓은 모든 것들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구 증가와 함께 늘어난 집은 빈집이 되고, 학교는 없어져야 한다. 이미 초중고뿐 아니라 대학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시작됐다. 2018년 기준 대학 입학 정원은 약 50만명인데, 교육부가 추정한 2020년 입학 가능 자원 추정치는 47만명 수준이다. 교육부는 2024년에 입학 가능 자원이 10만명 더 줄어 37만명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현재 대학 입학 정원의 75%다. 

빈집도 늘어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 빈집은 전체의 약 6.5%인 127만채인데, 조만간 빠른 속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보다 먼저 저출산 문제가 발생한 일본의 경우 2013년 빈집은 전체의 13.5%인 900만채, 2033년에는 그 비중이 30%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금의 고갈 가능성은 점차 커지고, 노령 인구를 위한 정부의 재정 지출 역시 급증할 수 밖에 없다. 경제활동인구가 이 부담을 지게 될 것인데, 지금의 출산율 하에서 경제활동인구 한 명이 부담해야 할 부담은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다. 생산성이 급격하게 증가하지 않는 한 우리 경제는 인구 증가 시기에 만들어진 각종 인프라와 제도 하에서 신음하게 될 것이다. 

그래픽=연합뉴스

출산율 높일 묘책이 없다

정작 더 큰 문제는 인구 문제의 가장 핵심에 있는 출산율을 높일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 10년 전부터 마련하고 수정해 온 정부의 정책이 좀처럼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나, 우리보다 앞서 이 문제를 겪어 온 많은 국가들에서도 해결의 실마리가 잡지 못했다는 점은 저출산 대책의 어려움을 여실히 보여준다. 저출산과 인구 문제가 너무나 다양한 이유에 기인하고, 정부는 이를 모두 만족할 만한 해법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정부뿐 아니라 저출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많은 나라에서 마련하고 있는 대책은 주로 경제적 부담에 따른 결혼 및 출산 기피 풍조에만 맞춰져 있다. 물론 경제적 부담은 저출산의 큰 이유 중 하나다.

높은 집값과 양육비, 특히 사교육비는 결혼을 준비하고 자녀를 키우는 모든 사람들이 느끼는 부담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부동산 시장 대책을 세울 때마다 거의 항상 청년들의 내집 마련을 쉽게 해야 한다는 이유가 붙는다. 스펙 쌓기가 문제가 되면 정시를 늘렸다가, 정시와 관련된 사교육 과열이 문제가 되면 정시를 줄였다가를 반복하는 정책도 같은 이유를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저출산 현상을 심화시키는 이유는 이 밖에도 많다. 예를 들어 급속하게 풍요해진 사회와 다양해진 소비 문화, 빠른 속도로 진행된 개인주의화, 남과 비교하는 문화, 한국 사회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남녀 갈등도 저출산의 큰 이유라고 판단된다. 일부 청년들은 자신과 같은 불행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아 자녀를 갖지 않겠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요약하면 아이를 낳으면 내가 불행해진다는 것이 핵심인 것이다. 

결국 이 같은 사회적 이유들이 경제적 이유보다 더 크기 때문에 경제적 관점의 저출산 대책이 좀처럼 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재정지출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좀처럼 높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요시카와 히로시 일본 릿쇼대 교수가 2016년에 쓴 ‘인구와 일본경제(한국어 번역본은 ‘인구가 줄어들면 경제가 망할까’)’에서 소개한 옛 학자들의 발견과 주장은, 히로시 교수의 성장론에 대한 찬반을 떠나 많은 시사점을 준다. 

하나는 19세기말 유럽의 인구 동태를 조사했던 경제학자 루요 브렌타노의 주장이다. 그는 30년간의 유럽 각 지역의 출산율을 조사한 후 출산율 하락이 주로 교육 수준과 소득 수준이 높은 부유층에서 나타났음을 발견했다.

이에 대해 브렌타노는 사회가 진보하면서 젊은 사람들이 즐길 만한 물건과 서비스가 늘었고, 이를 즐기기 위한 시간과 돈을 확보하기 위해 출산과 양육을 외면하게 되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사람들이 높은 생활수준을 유지하고자 아이 수를 억제하고 이들에게 높은 수준의 교육과 전문적 직업을 갖기를 바란다고 보았다. 

또 하나는 지금으로부터 한참 전인 그리스 얘기다. 기원전 2세기 중반에 살았던 폴리비우스가 당시 그리스에 관해 남긴 인용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발견된다.

‘현재는 아이를 갖지 않은 사람이 그리스 전역에 많으며 전체적인 인구 감소도 엿보인다.(중략) 인구가 감소한 원인은 번영을 누리게 된 인간이 탐욕과 태만에 빠져 결혼을 원하지 않고 설령 결혼할지라도 태어난 아이를 양육하려 하지 않으며..(후략)’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과 놀랍도록 닮아 있지 않는가? 특히 두 사례 모두 정태적인 소득계층별 출산율 비교가 아닌, 추세로서의 출산율 저하를 논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경제적 문제 해결해도 출산율 저하는 '대세'

이들의 경험이 그대로 작동한다면, 과거와 달리 경제적 문제가 저소득층의 출산율을 오히려 줄이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소득 계층에서 저출산이 나타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으로 높일 수 있는 출산율은 매우 작은 폭일 것이다. 사회적 풍요와 소비의 다양화를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안타깝지만 지금 우리나라에서 나타나는 저출산과 궁극적인 인구 감소는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앞선 논의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이 있다. 청년들이 아이를 가져도 행복해지도록 만들면 된다. 행복에 대한 정의도 바뀌면 된다. 남들보다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얻어야 행복해진다는 시각을 바꾸면 된다. 청년들이 게임과 스포츠보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훨씬 더 보람있고 즐거운 일이라는 생각을 하도록 사회 전체 분위기를 바꾸면 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가능할까? 

결론적으로 우리는 한편으로 저출산을 완화시키는 경제적 정책뿐 아니라 사회적 정책을 적극적으로 찾아가되, 한편으로는 궁극적으로 맞이할 인구 감소에 대비해야 한다.

이민 정책도 소득주도성장도 좋지만, 저성장 하에서도 노동 의욕을 잃지 않도록 적절한 인센티브 제공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내야 하며, 기업들이 안정적인 마음으로 투자를 늘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아까운 자원이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치밀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돈을 풀어 놓고 ‘거품이 생기면 그 과정에서 뭔가 이뤄지겠지’라는 생각을 할 만큼 한가롭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1인당 생산이 낮아지는 정책보다는 늘어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써야 한다.

무엇보다 지금 우리 정부가 행하고 있는 각종 정책들이 앞으로 나타날 변화에 과연 적절한 것인지 진지하게 되물어야 한다. 

 

● 최석원 센터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화증권 등에서 채권분석, 경제분석 파트장을 역임했으며 과거 수차례에 걸쳐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한화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후 메리츠화재에서 직접 자산운용을 맡기도 했다. 2016년부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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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선인 2019-12-04 14:54:53
저출산 문제는 국가의 미래가 달린 사항이다. 단기적
대책으로 해결이 불가능히다. 근본적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의 문제는
취업 ㆍ부동산 ㆍ육아 등의 어려움으로 젊은 세대가
결혼을 기피하고 출산을 기피해서 생기는 문제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종합대책을 수립해야 해결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