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의 예술적인 法] 젊은 스타들의 절망, 더이상 안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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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예술적인 法] 젊은 스타들의 절망, 더이상 안보려면
  • 김민정 법무법인 휘명 변호사
  • 승인 2019.12.0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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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 헌법 가치 뒤에 숨은 악플러들
'무한 자유' 대신 '책임있는 자유'라는 인식 필요
AI이용 인격모독 혐오 댓글 삭제, 반드시 도입해야
김민정 변호사
김민정 변호사

[김민정 법무법인 휘명 변호사] 지난 11월 24일 가수 구하라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설리가 고인이 된지 41일 만이었다. 더 안타까운 점은 설리와 마찬가지로 구하라도 과거부터 전 연인과의 소송, 성형 수술 논란 등에 휩싸이며 악성 댓글에 시달렸고,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그녀의 죽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음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대중의 사랑을 받던 젊은 스타들이 연달아 목숨을 끊자, 악성댓글 근절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11월 26일 ‘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원한다’,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을 폐지해 달라’는 등의 청원이 올라왔고, 법적 규제와 제도 개선에 대해서도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국회에 계류중인 악성댓글 규제 대책

국회에서는 지난 10월 25일, 설리의 사망 이후 악성댓글에 대한 비판 여론을 반영하여 법적 규제를 강화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법률안, 일명 ‘악플방지법·설리법’을 잇따라 발의했는데, 현재까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도 상정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이 중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댓글의 이용자 아이디 전체와 아이피(IP) 주소를 공개하도록 하고(현재 네이버 뉴스 서비스 댓글에서는 아이디를 절반만 볼 수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 처분을 하는 ‘인터넷 준실명제’ 도입이 핵심이다.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서는 2012년 위헌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에, 이를 다소 완화한 정책인 것이다.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인터넷 이용자가 온라인에 유통되는 혐오‧차별 표현의 삭제를 요청할 경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삭제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이어 26일에는 한국당 김재원 의원이 악성댓글의 사후 처벌수위를 높이는 개정안을 내놨다. 대부분의 악플이 적용되는 모욕죄(형법 제311조)는 처벌 수위가 낮아 고발의 노력과 비용에 비해 범죄 예방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점을 지적, 모욕죄에 대한 처벌 수준을 대폭 강화하여(징역 최장 1년→5년, 벌금 상한액 200만원→5000만원)법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다.

악플러의 댓글에 정신적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수 구하라. 사진= 연합뉴스
악플러의 댓글에 정신적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수 구하라. 사진= 연합뉴스

민주주의 전통 영미권, 댓글 제한 적극적  
 
댓글 정책의 경우 해외에서는 유력 포털 및 언론사에 이미 적지 않은 선례가 있다. 먼저 일본은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뉴스가 포털사이트에서 주로 유통되는데, 포털사이트 운영자에게 악플에 대한 책임을 부과하기 때문에 야후재팬의 경우 반복적으로 대량 올라오는 댓글을 프로그램을 이용해 삭제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편 인터넷서비스에 폐쇄적인 정책을 펴는 중국은 댓글 서비스 자체가 없다.

영미권은 포털보다 개별 언론사에서 뉴스 소비가 주로 이뤄져 언론사마다 정책을 가지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댓글을 유지하는 언론사가 더 많기는 하지만 유력 언론을 중심으로 댓글 창을 없애는 움직임이 적지 않다. 영국의 로이터는 2014년 댓글창을 폐지했고, BBC는 일부 기사만 댓글을 허용하되, 자체 규정에 따라 댓글을 사전 검토한 뒤 혐오 표현 등을 걸러낸 댓글만 게시하고 있으며, 일간지 가디언은 인종과 이민 등 논쟁을 초래할만한 기사에만 댓글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4년에 CNN와 일간지 '시카고선타임스(Chicago Sun-Times), 공영라디오 방송사 NPR 등이 댓글 기능을 삭제하였고 SNS로만 소통하고 있으며, 뉴욕타임즈는 전체 기사 10% 가량에 한해서만 게시 이후 24시간 동안 댓글 허용하고 있다.

이렇듯 해외 유력언론사에서도 이미 다양한 댓글 규제 정책을 펴고 있고, 특히 댓글은 일종의 논의와 토론의 장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보다 민주주의의 전통이 훨씬 깊은 영미권 국가들에서도 이러한 전면적 혹은 부분적인 댓글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은, 댓글의 전면 허용이 낳는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에 대한 불가피한 조치로 보인다. 

표현의 자유는 헌법적 가치...'무한 자유'에 의문 

우리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2년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위헌결정 당시 그 결정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적시했다

 “표현의 자유는 국민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자유로운 인격발현의 수단임과 동시에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의사형성 및 진리발견의 수단이 되며..(중략).. 특히 익명이나 가명으로 이루어지는 표현은 외부의 명시적·묵시적 압력에 굴복하지 아니하고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자유롭게 표출하고 전파하여 국가권력이나 사회 다수 의견에 대판 비판을 가능하게 하며, 이를 통해 정치적·사회적 약자의 의사 역시 국가의 정책결정에 반영될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의 내용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헌재의 판단처럼 표현의 자유, 특히 익명에 의한 표현의 자유는 궁극적으로 민주주의의 존립과 발전을 위해 결코 함부로 제한되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헌법적 가치임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 한 해 동안의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발생 건수는 1만5926건, 악성 댓글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80%에 달하고(일본은 20%, 네덜란드는 10%에 불과하다. 출처: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의 책 '모멸감'에서), 이로 인해 누군가의 생명권까지 위협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무한의 ‘자유’만을 요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헌재는 표현의 자유가 ‘외부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자유롭게 개진하는 건전한 사회적 비판’을 위해 부여되었다고 하였는데, 수많은 악플러들은 이러한 권리를 무기로 익명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 다른 사람들을 향해 '묻지마 폭력'을 휘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댓글 제도개선은 불가피...인격 모욕 혐오 표현 제한해야

민주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부여된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재고하여, 개인의 인권보호 뿐만이 아니라 건전한 사회적 비판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라도 댓글에 대한 제도개선은 불가피하고 시급하다.

우선적으로 AI 등 여러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심한 인격 모욕 또는 혐오적 표현의 댓글을 분류 및 삭제하는 조치는 반드시 필요하며, 그 외 여러 가지 가능한 조치들, 예를 들어 위와 같은 표현을 적시하는 이용자에 한해 댓글 또는 포털서비스 일부 이용을 제한하는 방법, 기사의 주제와 대상자에 따라 선별적으로 댓글 기능을 두지 않는 방법, 일정 시간 이후의 댓글 입력을 제한하는 방법 등의 실효성을 검토하여 제도에 반영해야 한다. 

단, 이러한 제한 조치는 예상치 못한 사회적 부작용을 최소화 위해 반드시 점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댓글기능을 제한하는 대신 해외 언론사들의 사례처럼 홈페이지 독자의견란이나 SNS등 토론이 가능한 별도의 장을 충분히 마련해 두어야 표현의 자유의 제한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실효성 있는 제도개선을 위해 입법자와 포털서비스제공자, 언론사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때이다. 나아가 진정한 ‘표현의 자유’를 누릴 충분한 자격이 있는 누리꾼들이 악플보다 훨씬 많은 선플을 달기를 기대해 본다.

● 김민정 변호사(법무법인 휘명)는 서울대 음악대 기악과(피아노 전공), 베를린 국립 예술대를 나왔다. 이후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법무법인 휘명에서 변호사로 재직중이며 한국저작권위원회 감정인, 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 정회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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