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40대 총리…10년만에 정권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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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40대 총리…10년만에 정권교체
  • 김인영
  • 승인 2015.10.2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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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총리 탄생…경제 공약으로 제3당에서 집권당으로 부상
▲ 캐나다 총선에서 승리한 저스틴 트뤼도 자유당 당수와 부인 소피 그레그와르가 19일(현지시간) 지지자들에게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잘 생긴 스타급 정치인이 캐나다 총선에서 승리했다. 10년 총리를 지낸 아버지의 후광을 업었다. 나이는 43세로 젊다. 제3당의 위치에서 경제가 휘청이고 보수적 정책으로 일관하던 집권 세력을 누르고 일약 집권당으로 올라선 것이다.

19일(현지시간) 실시된 제42대 캐나다 총선에서 저스틴 트뤼도(43) 대표가 이끄는 자유당이 집권 보수당을 누르고 근 10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캐나다 주요 언론은 이날 자유당이 전체 하원 선거구 338곳 가운데 184곳에서 승리한 것으로 집계돼 스티븐 하퍼 총리 정부가 패퇴하면서 과반 다수의 자유당 정부가 출범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트뤼도 대표가 새로 개원할 하원에서 제23대 차기 총리로 취임할 예정이다.

잠정 개표 결과 집권 보수당은 100석을 얻어 제1야당으로, 제1야당인 신민주당(NDP)은 43석을 획득해 제3당의 지위로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지역당인 퀘벡당이 10석, 녹색당이 1석을 각각 얻은 것으로 집계됐다.

집권당은 선거기간이 길면 선거자금이 취약한 야당에 승리할 것으로 판단해 선거기간을 역대 최장인 78일간으로 늘렸다. 하지만 긴 선거 운동을 치르면서 여당은 지지기반을 잃고, 제3당이 도약하는 놀라운 결과가 빚어졌다.

선거 초기에는 제1야당인 NDP가 우세했으나, 막판 들어 3당인 자유당이 바람몰이에 성공해 과반 다수를 얻게 됐다.

자유당은 캐나다의 대표적 석유 생산지로 보수당 표밭인 앨버타 주와 새스캐처원 주를 제외하고, 캐나다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온타리오와 퀘백주의 대도시 지역에서 보수당과 NDP를 눌렀다.

자유당 바람으로 보수당과 NDP의 다선 거물들이 곳곳에서 자유당의 신인들에게 고배를 마셨으며 두 당이 패퇴했다. 전체 득표율에서 자유당은 40%를 기록했으며 보수당은 32%, NDP는 18%의 지지를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자유당의 트뤼도 대표는 1984년까지 16년간 집권하며 캐나다의 역대 최고 총리로 꼽히는 피에르 트뤼도 전 총리의 장남으로 트뤼도 가문의 부자 총리가 탄생하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보수당은 지루하다”…밝고 활력 있는 젊은 정치인 선택

트뤼도 대표는 자유당 승리가 확정된 이후 몬트리올에서 당선 연설을 통해 "햇볕 같은 밝은 방식으로 일관해 왔다"며 "바로 이것이 긍정의 정치가 이루어낼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집권한 보수당은 진보 가치보다 영국 왕실에 대한 전통적 충성이나 군사력 강화 등을 강조해왔다.

보수당은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며 거둔 경제 실적을 치적으로 내세우며 선거에 나섰으나, 유권자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보수당 지지층을 대상으로 보수적 정체성을 집중 부각하는 선거전략을 구사했으나 오히려 이로 인해 범 진보층을 자극하고 '반 보수' 및 '반 하퍼 총리' 구도를 자초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에 비해 자유당의 트뤼도는 대규모 적자재정 편성으로 전국의 도로와 노후 공공 건물 보수 등 인프라 건설 사업을 벌여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나설 것이라고 공약했다. 특히 소득 상위 1% 계층을 대상으로 부자 증세를 실시하고 연금 수혜 혜택을 확대할 것을 약속했다. 또 연방 정부 차원에서 마리화나 합법화를 시행하고, 시리아 난민 2만5,000명을 수용하는 진보적 공약을 내걸어 승리를 거머쥐었다.

 

총리아버지 둔 '훈남' 스타정치인

차기 캐나다 총리가 될 저스틴 트뤼도 자유당 당수는 캐나다에서는 유명한 정치 명문 출신이다. 그의 아버지는 1968∼1979년, 1980∼1984년까지 무려 17년 동안 총리를 지낸 캐나다 정치의 거목 피에르 트뤼도(1919∼2000년)다.

자유당을 이끈 피에르 트뤼도는 캐나다의 새 헌법을 제정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진보 가치를 정착시켜 '현대 캐나다의 아버지'로 불린다.

피에르 트뤼도는 총리 시절이던 51세에 당시 거의 30년 연하이던 22세이던 배우 마거릿 싱클레어와 결혼해 1971년에 맏아들 저스틴을 얻었다.

트뤼도는 6세이던 1984년부터 아버지와 어머니가 별거하자 줄곧 총리 아버지와 함께 생활했다.

그는 맥길대학에서 문학 학사학위,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에서 교육학 학사학위를 받고서 밴쿠버에 있는 중등학교에서 프랑스어, 수학 교사로 일했다.

젊은 시절 그는 부친과는 달리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고 여행을 즐기거나 스노보드 강사, 바텐더 등으로 자유분방한 생활을 했다. 부친 피에르 트뤼도 총리 역시 평소 장남에게 정치에 뜻을 두지 말라고 말하곤 했다고 한다,

그러다 3남 중 막내인 미셸이 스키 도중 눈사태로 사망하자, 부친과 10분간 대화한 후 정계 진출의 결심을 굳혔다고 말한 바 있다.

2008년 몬트리올지역에서 첫 출마, 하원으로 당선됐고, 2011년 재선했다.

정치 신인이었으나 부친의 후광, 사교적 성품, 진보 가치에 대한 신념을 앞세워 2013년에는 자유당 당수로 선출되는 이변을 일으켰다.

신선한 이미지를 지닌 트뤼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결정한 주요 요소 중 하나로 거론된다.

▲ 캐나다 총선서 승리한 저스틴 트뤼도 자유당 당수가 어머니 마거릿 트뤼도 여사와 포옹하고 있다(몬트리얼 AP=연합뉴스)

 

대중스타의 이미지로 유권자 표심 유혹

이번 선거기간중 트뤼도는 참신한 이미지가 노출됐고 대중스타처럼 돼버렸다.

AP통신은 "키(185㎝)가 훤칠한 데다가 상큼한 43세 트뤼도가 1968년 '트뤼도 마니아' 현상을 일으키며 집권한 부친 같은 스타파워를 발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뤼도는 매력적인 외모의 '훈남'인 데다가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쾌활한 성품과 친화력까지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선거기간에도 조깅 등 아웃도어 스포츠를 즐기고, 매일 아침 6시30분이면 기상해 매주 한번은 측근이자 친구인 보좌관과 복싱 스파링을 한다는 사실이 전해지기도 했다.

부인은 막내동생의 같은 반 친구였던 소피 그레그와르로 어려서부터 알고 지내다 2003년 자선행사 공동진행자로 일하면서 본격적으로 교제했다. 2005년 가톨릭식으로 결혼했으며, 부인은 당시 퀘벡지역의 TV 방송진행자로 일했다. 두 사람은 슬하에 2남 1녀를 두고 있다.

앤토니아 마이오니 맥길대 정치학 교수는 AP통신 인터뷰에서 "다른 많은 정치인과 달리 트뤼도는 연예인 같은 힘을 갖고 있다"며 "오죽하면 보수당에서 '총선은 인기투표가 아니다'라고 운동하고 다니겠느냐"고 말했다.

로버트 보스웰 토론토대 역사학 교수는 "트뤼도에게는 강아지처럼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자질이 있다"며 "부친은 예전에 대중과 섞이거나 악수하는 게 어색했지만, 아들은 완전히 자연스럽다"고 설명했다.

트뤼도가 많은 지지를 받고 있으나, 총리직의 무게를 고려하면 정치경력이 상당히 짧은 만큼 국가 지도자로서 국정운영력을 제대로 발휘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트뤼도는 최근 "피에르 트뤼도의 아들이란 사실이 자랑스럽다"며 부친이 캐나다에 남긴 유산인 다문화주의, 복수언어, 보편복지 등을 지켜가겠다고 선언했다.

 

닉슨 美대통령 예언 적중

캐나다에서는 트뤼도의 총리 선출을 두고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예언이 맞아떨어졌다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닉슨 전 대통령은 1972년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트뤼도 전 총리와의 식사 자리에서 "오늘 이 시간은 격식 없이 보냅시다. 미래의 캐나다 총리, 저스틴 피에르 트뤼도를 위하여"라고 건배사를 외쳤다. 당시 저스틴 트뤼도는 생후 4개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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