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곤 칼럼] 힘들고 긴 12월의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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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 칼럼] 힘들고 긴 12월의 예고편
  • 윤태곤 정치분석가(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 승인 2019.11.29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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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 정치분석가
윤태곤 정치분석가

[윤태곤 정치분석가] 매년, 연말 정국은 어려웠다. 미루고 미뤄서 마감을 연장하고 연장했던 현안들의 진짜 마감이 닥쳤다. 예산안을 두고는 모든 여당은 ‘경제 살리기’라는 브랜드를, 모든 야당은 ‘선심성’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법안들에는 ‘정부 역점’과 ‘결사 저지’라는 딱지가 동시에 붙었다. 이면에 암묵적 합의를 깔아놓은 강행처리, 강행처리로 압박한 껍데기만 합의로 연말 정국은 마무리되기 마련이었다. 그게 크리스마스 이브일 때도 있었고 1월 1일 0시를 넘어설 때도 드물진 않았다.

국회 선진화법 이후 내용상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물리적인 모습은 많이 바뀌었다. 일단 마감 시간은 크리스마스 이전으로 앞당겨졌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몸싸움이 있었지만, 뭐 과거에 비하면 사실 약과나 다름없다.

어느 해보다 갈등의 골 깊어질 '12월 정국'

그런데 올해 12월 정국은 정말 어려울 것 같다. 예산과 법안은 기본이다. 정부 편성 기준으로 513조 원에 달하는 내년도 예산안을 가지고 밀고 당기기 하는 것이야 국회의 당연한 책무다.

선거의 틀을 정하고 상당 부분 비가역성을 담보하고 있는 선거법 그리고 공수처법·검경수사권조정법은 그냥 ‘쟁점법안’이라고 붙이기엔 사이즈가 크다.

이와 결부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단식 문제도 그렇다. 비호감 야당에 정치 초년병 대표의 어설픈 강경책이지만 그래서 더 대책 없는 면도 크다. 여당 입장에선 한국당과 협상을 하건, 한국당을 배제하는 위한 작전을 실행하건 간에 애초 계산보다 시간이 더 걸리게 됐다. 그리고 어쨌든 황 대표의 리더쉽은 상당 기간 강해질 것이다.

올해는 12월 국회에는 패스트트랙 법안 통과 등 모든 여야 정치 쟁점이 집중되어 있다. 여기에 유재수 수사에서 기화한 청와대 하명수사까지 겹쳐지면서 정국을 ㅡ흔들 전망이다. 사진= 연합뉴스
올해는 12월 국회에는 패스트트랙 법안 통과 등 모든 여야 정치 쟁점이 집중되어 있다. 여기에 유재수 수사에서 기화한 청와대 하명수사까지 겹쳐지면서 정국을 ㅡ흔들 전망이다. 사진= 연합뉴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이 황 대표 단식장을 찾아 “반드시 패스트트랙 법안을 막아내겠다”고 공언했고 총선 전 자유한국당 입당 의사에 대해서는 "혼자 입당하는 건 의미가 없다"며 "슬그머니 입당하진 않겠다"라고 말했다. 무소속 원희룡 제주지사도 단식장을 찾아 "승리하는 단식이 되어달라“고 말했다.

유승민, 원희룡 같은 사람들이 나타나면 전광훈 목사 같은 사람들은 설자리가 없어지는 법이다.

그리고 다시 민정수석실. 검찰 수사 중인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의 감찰을 무마했다는 기존 의혹에 더해,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 수사’ 논란까지 터졌다.

한-아세안 정상회의 성과도 빛바래져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것이 ‘봐주기’ 논란이라면 김 전 시장 건은 ‘찍어내기’ 논란이다. 후자의 폭발력이 더 크다. 게다가 김 전 시장 건의 등장인물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외에도 검경 수사권 조정의 대표 격인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고 배경 인물은 문재인 대통령의 가까운 친구인 송철호 울산 시장이다.

지금은 끝마친 대표 단식과 패스트트랙 집중이 아니었으면 이 사안들에 대한 한국당의 화력은 더 뜨거웠을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이 사안은 생각보다 오래 갈 것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눈을 밖으로 돌려도 난제들만 쌓여있다. 협력에 방점이 찍혀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던 한·아세안 정상회의와는 결이 다른 상황이다.

미국과는 방위비 분담금 협정, 금방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말의 수위만 높여가던 북한은 해안포를 발사했다. 중국 대사는 ”한반도에 미국이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한다면 어떤 후과를 초래할 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우리도 중거리 미사일이 있지만 그것은 방어용“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리고 일본.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보류하면서 대화의 싹을 힘들게 틔웠지만, 그 앞뒤로 신경전은 과하게 뜨거웠다. 그런데 이제 가장 어려운 문제가 남았다. 이른바 문희상안등 일본과 대화를 재개할 안을 가지고 우리 국내 여론을 설득해야 하는 것, 이건 역대 모든 정부들이 가장 힘겨워했던 문제다.

정리만 해놓았을 뿐인데도 그 어느 때 보다 긴 12월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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