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 북칼럼니스트] 세대 프레임, 보여주고 싶은 것만 비춰주는 가로등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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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 북칼럼니스트] 세대 프레임, 보여주고 싶은 것만 비춰주는 가로등일까
  • 강대호 북칼럼니스트
  • 승인 2019.11.30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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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원인을 ‘세대’로 몰아가는 한국 사회를 비판하는 ‘청년팔이 사회’
의도된 프레임 사용해 세대 담론을 끌어가는 시각 비판하는 '세대게임'
세대 프레임은 비추고 싶은 곳과 가리고 싶은 곳을 구분하는 가로등 아닐까

 

'청년팔이사회' (오월의봄 펴냄)와 '세대 게임'(문학과지성사 펴냄)
'청년팔이사회' (오월의봄 펴냄)와 '세대 게임'(문학과지성사 펴냄)

 

[오피니언뉴스=강대호 북칼럼니스트] 나는 다른 매체에 50대에 관한 글을 연재하고 있다. 어떤 작가라도 자기 생각과 경험만으로 글을 쓰기는 어렵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거나 여러 문헌을 읽으면서 자기 생각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난 ‘세대 담론’에 관심이 갔다.

나만 관심을 가진 건 아니었는지 대형서점에 가면 세대 담론을 담은 책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띄었다. ‘90년생이 온다’가 세대 담론에 불을 지폈을까. 올해 출판 부문 히트 상품에 ‘세대 담론’ 분야가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 분명해 보였다.

세대 담론을 담은 책들에는 대략 세 흐름이 있다. 청년 세대를 바로 알자는 책들, 386세대를 비판하는 책들, 그런 세대 담론 모두를 비판하는 책들이 있다. 내가 지난 칼럼들에서 소개한 ‘90년생이 온다’와 ‘불평등의 세대’가 앞의 두 사례에 해당한다.

두 책의 공통점은 한 세대와 다른 세대를 대립 구도로 본 것이다. 세대 담론을 한쪽이 얻으면 다른 한쪽이 잃는 것 같은 ‘경쟁 구도’나 ‘세대 갈등’으로 몰아가는 관점은 예전부터 정치권에서 있었다.

 

사진=강대호 북칼럼니스트
대형서점에 가면 세대 담론을 담은 책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띈다. ‘90년생이 온다’가 세대 담론에 불을 지폈을까. 사진=강대호 북칼럼니스트

 

그런 ‘세대 담론’들을 비판하는 책 ‘청년팔이 사회’에 의하면 2000년대부터 정치계가 당시 20~30대에게 386세대가 젊은 세대의 기회를 점유하고 있다는 논리를 전개했다. 세대 갈등 혹은 경쟁 구도의 세대 담론이 반대 정치 세력을 견제하기 위한 논리로 이용됐다는 것이다.

‘청년’과 ‘세대 담론’을 연구하는 김선기가 쓴 ‘청년팔이 사회’는 ‘세대’라는 범주와 ‘청년’이라는 개념이 모종의 의도를 가지고 탄생하게 된 과정을 보여준다. 그렇게 나온 ‘청년 세대 담론’이 과연 현실의 청년들을 잘 설명할 수 있는지 저자는 의문을 던진다. 청년 세대 담론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모습도 보여준다.

‘청년팔이 사회’는 모든 문제의 원인을 ‘세대’로 몰아가는 한국 사회를 비판한다. 투표 결과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건을 두고 정치계에서 자기에게 유리한 해석을 내놓는 현상을 예로 들었다. 보수는 물론 진보까지 자기 진영의 필요를 위해서 ‘세대 담론’을 끌어들였음을 지적한다.

‘청년팔이 사회’ 저자는 세대를 피해자와 가해자로 나누는 구도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성세대 때문에 피해를 겪는 청년세대’와 같은 주장을 한다면, ‘누군가의 몫을 주장하는 일이 다른 누군가의 몫을 빼앗는 것’과 같은 것으로 이해된다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청년을 연령 기준이 아닌 특정 가치관을 상징하는 말로 보는 이해가 사회적으로 공유된다면, ‘청년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청년팔이 사회’ 267쪽)

 

‘청년팔이 세대’ 저자는 이처럼 ‘청년’을 보는 관점부터 바꿔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리고 ‘청년’을 정확히 정의하고 그 관점에서 ‘청년 세대 담론’도 다시 써야 한다고 결론 맺는다.

‘세대 담론’을 들여다보면서 나는 ‘50대론’을 연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준비를 위해서 세대와 담론을 다룬 사회과학 책들을 읽고 있는데 그 저자들이 공통으로 인용하는 책이 있었다. ‘세대 게임’이라는 책이다.

 

사진=pixabay
'세대게임' 저자는 중요한 사회 문제가 세대의 대립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관점을 지양하자고 말한다. ‘사진=pixabay

‘세대 게임’은 세대 담론의 민낯을 비판한 책으로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전상진이 썼다. 공교롭게도 지난주에 소개한 ‘불평등의 세대’ 저자와 같은 학교, 같은 학과 교수이다. 심지어 책이 나온 출판사도 같다. 하지만 두 책이 말하는 바는 서로 다르다.

‘세대 게임’은 우리 사회 곳곳에 널려 있는 세대에 관한 이야기를 ‘세대 게임’이라는 틀로 분석하고 진단한다.

세대 게임은 게임에 참여하는 ‘세대 당사자’와 게임을 고안하고 설계하여 게임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세대 플레이어’라는 두 층위로 나뉜다. 저자는 ‘세대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통해 얻는 ‘정치적 수익’에 주목한다.

세대 게임의 플레이어들은 사회 현안을 세대의 문제로 해석하는 ‘세대 프레임’을 통해 온갖 사회 문제를 ‘세대’의 부호로 변환한다. 중요한 사회 문제가 세대의 대립에서 비롯한다고 주장하면서 다른 원인을 찾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이다. ‘세대’와 ‘위계’가 사회 문제의 본질이라고 본 ‘불평등의 세대’ 저자의 주장과는 사뭇 다르다.

저자는 특히 지난 2016년 겨울부터 광장에서 벌어진 ‘촛불’ 대 ‘맞불’의 대립을 대표적 예로 들었다. 그 첨예한 대립을 법치와 민주주의의 틀이 아닌 세대 대립의 문제로 끌어간 것처럼 ‘세대 플레이어’들은 이슈의 전선을 언제나 세대 문제로 바꾼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태극기 대신 ‘맞불’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한 국가의 상징을 특정 세력의 이름으로 쓰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했다. ‘태극기’와 ‘애국’이라는 단어를 자기 세력을 포장하는 데 쓰는 것은 전형적인 ‘프레임’ 전략이기도 하다. ‘세대 플레이어’들은 이렇듯 자기가 의도한 프레임을 사용하여 세대 담론을 끌어간다.

 

“세대 갈등은 다른 사회집단의 갈등과 완전히 다르게 구조화되어 있다. 사람들은 전체 생애주기를 거친다. 현재 노인은 과거에 청년이었고, 현재 청년은 미래에 노인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젊은이 역시 자신이 노인이 되었을 때를 현재의 노인과 함께 고민하게 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세대 게임’ 269쪽)

 

저자는 세대 갈등이 다른 사회 갈등과는 궤가 다르다고 말한다. 하지만 세대 게임의 플레이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세대 갈등을 온갖 갈등과 뒤섞어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래야 자신들의 말의 무게가 무거워지고, 의도가 은폐되고, 나름의 목적 실현이 수월해진다.” (‘세대 게임’ 269쪽)

 

저자는 현재와 미래의 세대 갈등에서 핵심 키워드는 ‘저출산과 고령화’라고 예측한다. 굳이 통계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한국 사회의 인구구조는 역삼각형으로 굳어갈 것이다.

 

인구 피라미드.사진=통계청
한국 사회의 인구구조는 점차 역삼각형을 띤다.사진=통계청

 

하지만 사회가 늙어가고 세상이 늙어가는 걸 사람의 힘으로는 막을 길이 없다. 그래서 저자는 세대 게임이 지금보다 더 유행할 수도 있다고 진단한다. 알 수 없고 설명하기 힘든 세상을 빠르고 쉽게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어쩌면 세대 갈등이 더욱 다양하고 복잡한 양상으로 전해질 수 있다고 ‘세대 게임’ 저자는 염려한다.

세대 담론을 다룬 책들을 읽으면서 난 세대 프레임이 가로등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추고 싶은 곳과 가리고 싶은 곳을 확실히 구분한 그런 가로등 말이다.

가로등이 비춰주는 곳이 잘 보인다고 거기만 바라보면 안 된다. 그곳에는 어쩌면 누군가가 보여주고 싶은 것만 비춰주고 있을 테니까. 그 빛이 닫지 않는 어두운 구석에 그들이 가리고자 하는 진짜 모습이 숨겨져 있다는 걸 항상 의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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