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희의 컬쳐 인사이트] 가요계의 썩은 환부 ‘음원사재기’, 이제는 도려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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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희의 컬쳐 인사이트] 가요계의 썩은 환부 ‘음원사재기’, 이제는 도려낼 때다
  • 권상희 문화평론가
  • 승인 2019.11.2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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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뉴스=권상희 문화평론가] ‘별거 없더라 유튜브 조회수, 페북으로 가서 돈 써야지. 천 개의 핸드폰이 있다면 별의 노래(마미손의 신곡)만 틀고 싶어. 계절이 지나 우리 헤어진 여름에도 발라드를 틀고 싶어’, ‘기계를 어떻게 이기라는 말이냐. 내가 이세돌도 아니고’ 

래퍼 ‘마미손’이 며칠 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선보인 신곡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의 가사 중 일부분이다. 가요계의 오랜 문제점인 ‘음원사재기’에 시원스레 핵 돌직구를 날린 가사가 인상적이다. 

‘음원사재기’에 관한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는 수면 위로 올라왔다가 시간 지나면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버리는 식의 반복을 되풀이 할 뿐, 해결의지는 요원해 보이는 가요계의 고질적인 병폐였다. 

◆ 알아도 모르는 척...나쁜 관행 ‘음원사재기’

아이돌 그룹 ‘블락비’의 멤버 박경이 음원사재기 저격수를 자처하고 나서자 가요계는 한바탕 전쟁 중이다. 브로커에게 사재기 제안을 받았다는 가수들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명 ‘박경 발 SNS 리스트’에 올라있던 남성듀오 ‘바이브’와 가수 ‘송하예’가 그와 소속사를 고소하면서 사재기 이슈는 전에 없던 법정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매크로 프로그램에 의한 차트 조작, 브로커들이 움직여서 만들어내는 거짓 음원 순위는 좋은 노래도, 가창력도 유명무실하게 만든다. 인위적으로 다운로드 횟수와 스트리밍 건수를 늘려 각종 차트에서 높은 순위를 점하게 되면 히트곡이 되고 인기 가수가 되는 식이란다.

좋은 노래라서 1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1위를 차지했기 때문에 대중은 이를 근거로 노래를 듣게 되는 아이러니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선(先) 순위 후(後) 반응’ 전략은 브로커들이 노리는 셈법이다. 

이런 식이라면 ‘행복은 만들어진 성적순’일 수밖에 없다. 물론 모든 가수들이 이런 거짓 방법으로 차트에 진입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지도가 없는 가수에게 음원사재기는 '달콤한 유혹’일 수밖에 없을 터다. 

어느 순간 세상을 사는 진리인 것 같은 ‘돈이 돈을 벌어준다’는 논리가 그대로 통용되는 현실에서 이는 알아도 모르는 척 넘어가는 ‘나쁜 관행’이 돼 버린 듯하다. 

'블락비' 멤버 박경이 제기한 음원사재기 논란은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 돈 없어 루저 된 선의의 피해자 구하기

가장 큰 문제는 이 모든 것이 은밀한 루트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해 ‘닐로 사태’ 진상조사에 나섰던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놓은 결론은 ‘사재기 유무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도 저도 아닌 참으로 실망스러운 결과다. 내부고발자가 나서지 않는 이상 증거를 확보하기가 어렵단다. 

그러다 보니 의혹은 있으나 실체는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경으로 재점화 된 사재기 논란은 ‘~카더라’가 아닌 ‘공론화’의 계기를 마련해 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중이 그에게 응원의 목소리를 더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실명이 거론된 가수들의 고소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니 이제 법정 다툼을 피할 수 없게 된 이슈가 됐다. 진상조사에서 그쳤던 것이 시시비비를 가려내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오랜 시간 원점을 맴돌기만 할 뿐 늘 제자리였던 음원사재기 논란에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높인 가수들이 늘고 있으니 이것이 문제해결의 단초가 되길 바란다. 

조작으로 인해 위너(winner)가 된 가해자들의 행태를 언제까지 그러려니 하고 넘겨야하는가. 불공정에 함구하는 것은 불공정을 키우는 일이다. 

좋은 노래를 부르고도 돈이 없어 루저(loser)가 돼버린 선의의 피해자를 위해서라도 이제는 썩은 환부를 도려내야 할 때다.

 

●권상희는 영화와 트렌드, 미디어 등 문화 전반의 흐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글을 통해 특유의 통찰력을 발휘하며 세상과 소통하길 바라는 문화평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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