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도입하지마" vs 유럽 "검토할거야"…5G 화웨이 장비 놓고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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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도입하지마" vs 유럽 "검토할거야"…5G 화웨이 장비 놓고 신경전
  • 김상혁 기자
  • 승인 2019.11.2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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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무부, '위험한 통신기기' 조달 금지 규제안…중국 겨냥한 듯
프랑스·네덜란드·독일 등, "5G 망 구축, 화웨이 장비 배제 안 한다"
화웨이의 5G 통신망 장비 도입을 두고 미국과 유럽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 화웨이의 5G 통신망 장비 도입을 두고 미국과 유럽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5G 통신 장비 도입을 놓고 전 세계가 크게 두 진영으로 갈라지고 있다. 중국 화웨이 장비 도입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미국과 이와 상관 없이 검토 중인 독일, 프랑스 등을 중심으로 한 유럽이다. 특히 미국은 최근 자국 통신망에 위협이 되는 제품 조달을 금지하는 규제를 발표하며 5G 통신망 사업 분야에서 글로벌 갈등이 예상된다.

◆ '反 화웨이' 미국, 한국 SKT·KT에도 "화웨이 쓰지 말라"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이날 '국가정보 통신기술 및 서비스 공급망 확보를 위한 규칙'을 발표했다. 자국 통신망에 위협으로 판단되는 제품의 경우 미국 기업과 거래를 중단시킬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이 규제안은 향후 30일 간 검토 후 시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번 규제안에는 대상이 특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이 진행 중이라는 점으로 미뤄봐 중국을 겨냥한 조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WSJ 역시 "규정에서 중국이나 화웨이가 언급되지 않았지만 이번 규정으로 화웨이의 미국 내 사업 제약이 강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화웨이 장비에 경계심을 품어왔다. 지난 2012년 미 의회는 화웨이가 백도어를 설치한 통신장비를 통해 스파이 활동을 할 수 있다는 등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그리고 올해 2월에는 EU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이 뿐 아니다. 8월에는 정부기관이 화웨이 등 중국 회사 5개사로부터 제품을 조달하는 것을 금지하며 거래제한 기업으로 지정했다. 지난 22일에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정부 보조금을 받는 통신회사가 화웨이나 중국의 ZTE(중흥통신)의 통신기기를 구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제 도입을 결정했다. 해당 업체들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다.

이 같은 미국의 '반 화웨이' 행보는 한국, 일본, 호주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일 키이스 클라크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은 방한 중 SKT와 KT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 이동통신사 중 LG 유플러스만이 5G 망에서 화웨이 장비를 도입한 상태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등 유럽 '내 갈 길 간다'

이런 상황이지만 미국의 입장과 상관 없이 화웨이 장비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영국 등 유럽을 중심으로 이같은 움직임이 펼쳐지고 있다. 또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영어권 5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정보 동맹체 '다섯 개의 눈(Five Eyes)'에서도 분열이 발생했다.

가장 최근에는 프랑스가 자국 5G 통신망 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아녜스 파니에뤼나셰 국무장관은 지난 25일 현지 BFM 비즈니스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이나 호주의 입장을 따라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화웨이는 프랑스 통신장비 시장의 25% 시장 점유율을 가졌다"면서 "주권에 대한 리스크는 고려하겠지만 특정 업체를 배제의 표적으로 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입장과 일맥상통한다.

앞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5월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에 끌려갈 필요가 없다"며 "독일은 독일의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은 유럽의 방식대로 5G 네트워크를 건설할 것"이라고 전하며 화웨이 제제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히려 피터 알트마이어 독일 재무장관은 지난 24일 방송 ARD의 한 토크쇼에서 "2015년 미 국가안전보장국(NSA)이 메르켈 독일 총리의 휴대전화를 감청한 사실이 드러났을 때도 미국 제품을 보이콧하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 7월 페르트 그라퍼하우스 네덜란드 법무장관은 의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 "5G 네트워크 장비의 스파이 위협을 조사하기 위해 설립한 특별팀이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정보 동맹체 '다섯 개의 눈(Five Eyes)' 내부도 갈라졌다. 미국과 호주는 '반 화웨이'를 주장하고 있지만 영국과 뉴질랜드는 반대의 입장이다. 캐나다의 경우 미국의 경고를 받은 상태지만 아직 결정한 바는 없다.

영국 정부는 5G 네트워크 일부에 화웨이 장비 채택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직 공식적으로 허용한 건 아니나 이미 영국 4개 통신사 EE, O2, 쓰리(Three), 보다폰은 화웨이 5G 장비를 일부 사용하고 있다.

뉴질랜드의 경우 2위 통신사인 스파크 뉴질랜드가 5G 네트워크 구축에 화웨이를 단독 공급사로 채택했다가 정부에 거부당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삼성전자, 노키아와 함께 화웨이를 다시 선정해 장비 일부를 공급받을 계획이다. 다만 정부의 승인 여부는 불투명하다.

캐나다는 미국으로부터 화웨이 장비 구매 금지 압박을 당하고 있다. 그리고 캐나다 일간지 글로브 앤 메일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국가 통신 인프라를 위한 화웨이 5G 장비 채택과 관련된 위험을 평가해달라고 두 기관에 요청했다.

그런데 캐나다공안정보원(CSIS)과 통신안전청(CSE)은 완전히 상반된 결과를 제출했다. CSIS는 장비의 효과적인 검증 및 모니터링을 통해 '화웨이 리스크'를 완화 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CSE는 화웨이 장비의 완전한 금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정부는 "동맹국의 조언에 대한 신중한 고려를 포함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화웨이는 글로벌 65개 통신업체와 5G 장비 공급계약을 맺었는데 그 중 절반이 유럽의 기업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은 향후 EU에 밀착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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