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문화 주체성 만들자"...SKT사장, '아시아 미디어 플랫폼'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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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문화 주체성 만들자"...SKT사장, '아시아 미디어 플랫폼' 제시
  • 김상혁 기자
  • 승인 2019.11.25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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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SKT 사장, 아시아의 미디어·콘텐츠 산업 및 생태계 방향 제시
5G가 가장 큰 변화와 기회를 가져다줄 분야로 '미디어 콘텐츠' 꼽아
'문화적 주체성' 강조, '웨이브' 통해 아시아가 협업하는 미디어 플랫폼 구축 선언
업계 일각, '글로벌 공룡OTT'에 대항하기 위한 "청사진 제시" 평가
박정호 SKT 사장이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한국-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문화혁신포럼'의 연사로 참여해 아시아 미디어·콘텐츠 산업 및 생태계가 나아갈 방향과 비전을 제시했다. 사진제공=SKT
박정호 SKT 사장이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한국-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문화혁신포럼'의 연사로 참여해 아시아 미디어·콘텐츠 산업 및 생태계가 나아갈 방향과 비전을 제시했다. 사진제공=SKT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박정호 SKT 사장이 한류와 아시아만의 '문화적 주체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SKT의 OTT '웨이브'를 통해 아시아 전체가 협업하는 미디어 플랫폼을 구축하자며 'T.E.A.M.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업계는 나날이 한국과 아시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나가는 서양 OTT인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비롯해 진출 예정인 '디즈니+', '애플+', 'HBO' 등을 겨냥한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박정호 사장은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한국-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문화혁신포럼'의 연사로 참여해  아시아 미디어·콘텐츠 산업 및 생태계가 나아갈 방향과 비전을 제시했다.

외교부 주최로 개최된 이번 '문화혁신포럼'은 4차 산업혁명 시대 글로벌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문화 콘텐츠'를 주제로 콘텐츠 창작 · 확산 · 교육 등에 관해 아세안 각국과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이날 행사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아시아 각국 정상을 비롯해 국내외 엔터테인먼트사, 드라마∙영화 제작사, 방송사, OTT기업, 인터넷 플랫폼 기업 대표 및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박정호 사장은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 방시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대표, 브라이언 차우 iME CEO, 애니메이션 ‘슈퍼배드’를 연출한 피에르 코팽 감독과 함께 포럼 연사로 나섰다.

국가 정상들이 참여하는 국제 포럼 행사에 '문화 콘텐츠'를 주제로 ICT 기업 CEO가 초청받아 연설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BTS를 만든 방시혁 대표가 '한류' 콘텐츠 분야를 대표한다면, 박정호 사장은 최근 국내 최대 OTT 플랫폼 '웨이브(Wavve)' 출범 시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자리에서 박정호 사장은 SK텔레콤이 지난 4월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5G가 생활 및 문화 전반을 얼마나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 소개하며 한류를 넘어서는 '아시안 무브먼트' 개념을 제시했다. 그리고 아시아 전체가 힘을 합쳐 고유의 문화 DNA를 바탕으로 글로벌이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함께 만들고, 이를 위한 기반 인프라도 공동으로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 "5G가 미디어 콘텐츠, 게임 시장에 기술 기반의 문화산업 혁신 가져올 것"

박정호 사장은 5G가 가장 큰 변화와 기회를 가져다 줄 분야로 '미디어 콘텐츠' 시장을 꼽았다. 그러면서 Z세대들이 좋아하는 아이돌만 골라 볼 수 있는 멀티뷰 시스템, 드라마를 보며 SKT의 음성인식 AI '누구'를 통해 화면 속 제품을 쇼핑하는 서비스 등을 예로 들었다.

이와 함께 게임 시장을 언급하며 "5G인프라를 기반으로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게임이 성장하고 있고 PC 환경에서만 가능했던 게임이 무선으로 가능케 됐다"며 게임 산업 및 시장의 룰이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슈퍼볼'을 넘어서는 '롤드컵' 시청 인기에서 볼 수 있듯 미디어 기반의 e스포츠가 새로운 스포츠 장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향후 게임이 미디어 장르의 하나로 OTT 서비스화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정호 사장은 이러한 변화에 맞춰 '원스토어'를 단순 앱 마켓이 아닌 게임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가는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고 있다고 소개했다. '원스토어'는 글로벌 경쟁사 대비 수수료도 낮추는 등 게임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박정호 사장은 이러한 '기술 기반의 문화산업 혁신(Tech-driven Entertainment)'을 통해 한국-아세안 전체에 의미 있는 문화적·경제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미디어, 게임 등 공간 제약이 없는 디지털 산업의 경우, 온라인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많은 아시아 시장에서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정호 SKT 사장이 '미디어 콘텐츠' 시장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아시아 전체가 힘을 합칠 'T.E.A.M.'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사진제공=SKT
박정호 SKT 사장이 '미디어 콘텐츠' 시장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아시아 전체가 힘을 합칠 'T.E.A.M.'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사진제공=SKT

 

◆ T.E.A.M. 프로젝트 제안 "'웨이브'로 아시아 전체가 협업하는 미디어 플랫폼 구축"

박정호 사장은 "미디어 산업에 있어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문화적 주체성"이라고 강조하며 "아시아의 고유한 DNA를 바탕으로 전 세계가 공감할 만한 콘텐츠를 함께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국은 미국, 영국에 이은 세 번째 콘텐츠 수출국이다. 박정호 사장은 "'한류'가 아시아의 문화적 역량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만큼 아시아 전체가 힘을 합치면 이를 뛰어넘는 '아시안 무브먼트(Asian Movement)'가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아시아 전체가 글로벌 콘텐츠 제작을 위한 하나의 팀이 되자는 의미로 'T.E.A.M. (Tech-driven Entertainment for Asian Movement)'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기술 기반 혁신 역량에 아시아적 가치를 더해 아시아 전체가 함께 하는 콘텐츠 연합을 만들자는 것이다. 우선 자본 투자는 물론, 기술 협력 및 제작 역량 교류∙육성 등을 지원하는 '아시아 콘텐츠 스튜디오' 설립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SKT의 OTT '웨이브'를 아시아의 '웨이브'로 만들어 아시아 전체가 협업하는 미디어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아시아 전체 250여 개의 분절된 OTT로는 아시아의 가치를 담은 글로벌 대작 콘텐츠를 만들기 힘들며 하나로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호 사장은 "세계 최초 5G 상용화 원년에 아시아 각국 정상이 모인 자리에서 한국의 관련 산업을 대표하게 되어 영광"이라며 "국내를 넘어 아시아 전체가 힘을 합쳐 경제적·문화적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글로벌 OTT에 대항할 아시아 통합 OTT 모색? 

업계에서는 이번에 박정호 사장이 제안한 '아시안 무브먼트'를 두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구글 유튜브나 넷플릭스, 글로벌 서비스를 눈 앞에 두고 있는 디즈니플러스, 애플플러스, HBO 등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고 추측하고 있다. 아시아의 콘텐츠들이 '글로벌 공룡OTT'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후발 주자의 입장에서 힘을 모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런 주장에는 기존의 OTT들이 해왔던 협업이 마무리되는 중이라는 배경이 있다. 디즈니는 다른 OTT에 제공했던 각종 자사 콘텐츠를 회수한다고 발표하는 등 각종 오리지날 콘텐츠 공급을 조만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같은 상황에서 박정호 사장이 제안하는 '아시아 통합 OTT 플랫폼'은 이런 틈새를 파고드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넷플릭스는 아시아에서 한국에서는 강세지만 인도를 비롯한 다른 시장에서는 보급률이 여전히 낮은 편이다. 지난해 기준 아시아 지역 가입자는 약 6000만명 수준이며 중국에는 진출도 하지 못한 상황이다.

BBC에 따르면 인구 13억명, 인터넷 이용자 4억 5000만명의 인도에서 올해 7월 넷플릭스 가입자는 최대 600만명이다.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콘텐츠최고책임자 역시 "동영상 스트리밍 수요가 급증하는 인도에 관심이 있다"며 "선점하고 싶은 곳"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SKT 측은 이런 업계의 관측에 "그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SKT 관계자는 "BTS를 통해 볼 수 있듯 한국과 아시아의 문화콘텐츠가 주목 받고 있으며, 동시에 ICT 산업도 발전해가고 있으니 함께 협력해서 무언가를 해볼 수 있는 때가 아닌가, 그런걸 고민해보자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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