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弗 투자경쟁 美미디어산업, 미래 승자는...이코노미스트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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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弗 투자경쟁 美미디어산업, 미래 승자는...이코노미스트誌
  • 김지은 기자
  • 승인 2019.11.23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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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이어 AT&T·애플 가세..올해만 1000억달러 투자
"25센트 동전 교환하려고 5달러 쓴다" 비판도
서비스 단순화하는 회사가 유망,,,컴캐스트, 베리존 눈길
'개방형 엑세스 정책' 등 독과점 막기 위한 정부 역할 필요
디즈니가 OTT시장에 진출한 첫날 1000만명의 가입자를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디즈니가 OTT시장에 진출한 첫날 1000만명의 가입자를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바야흐로 시청자들의 시대다. 미디어 시장이 불꽃튀는 전쟁에 나서면서 시청자들은 그야말로 왕좌에 앉게 됐다. 단돈 몇 달러만 가지고 있으면, 이 회사에서 저 회사로 쉽게 옮겨간다. 시청자들의 갈대같은 발걸음에 대형 미디어 업체들은 그들의 흔적을 쫓아다니기 바쁘다. 

디즈니, OTT 시장 출사표..하루에 가입자 1000만명 돌파

지난 12일(현지시각) 디즈니가 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미디어 시장의 전쟁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디즈니는 지난 12일 OTT 서비스 '디즈니+'를 미국, 캐나다, 네덜란드에서 공식 출시했다. 디즈니는 마케팅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 디즈니 테마파크의 버스들은 온통 광고로 뒤덮였고, 디즈니 상점 직원들은 시민들이 스마트폰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QR코드를 제공했다.

디즈니가 OTT 시장에 발을 내딛음으로써 미국, 캐나다, 네덜란드의 시청자들은 한달에 6.99달러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컨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새로운 컨텐츠는 물론 '백설공주'부터 '어벤져스:엔드게임'까지 볼 수 있다. 디즈니가 올해 약 80조원의 거금을 들여 21세기 폭스사를 인수한 덕에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만화인 '심슨 가족'도 시청이 가능해졌다.

디즈니의 발빠른 움직임에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출시 하루만에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하는 등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켰다. 디즈니 측은 2024년 9000만명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AT&T, 애플도 경쟁에 뛰어 들다

이같은 획기적인 움직임은 비단 디즈니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10월 거대 통신업체 AT&T는 OTT 'HBO맥스'를 내년 5월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워너미디어를 소유하고 있는 AT&T는 인기 TV 시리즈인 '왕좌의 게임', '프렌즈', '빅뱅이론' 등은 물론 '배트맨', '슈퍼맨', '원더우먼' 등 DC 코믹스 슈퍼히어로 및 해리포터 영화를 제공할 예정이다. 

NBC유니버셜 역시 내년 4월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 출시를 앞두고 있다.

애플사는 지난 1일 주문형 웹 텔레비젼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TV+를 출시했다. 월 구독료는 4.99달러로, 디즈니(6.99달러), 넷플릭스(8.99달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준이다.

넷플릭스와 AT&T 등 다양한 미디어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콘텐츠 투자에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넷플릭스, AT&T 등 다양한 미디어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콘텐츠 투자에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청자는 좋은데..엄청난 투자는 불가피

수많은 업체들이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면서 시청자들은 그야말로 큰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미디어 업체들은 보다 나은 프로그램을 선보이기 위해 엄청난 금액의 투자가 불가피해졌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미디어 업체들은 콘텐츠 생산과 유통을 모두 관장하기 위해 인수합병을 활발히 진행해왔다. 2013년 컴캐스트는 NBC 유니버셜을 사들였다. AT&T는 2015년 디렉티비 인수에 이어 2018년 850억달러를 투자해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 소유주인 타임워너를 인수했다. 

디즈니는 수평적으로 확장했다. 픽사와 마블 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21세기 폭스사까지 인수했다.

이같은 활발한 움직임 덕분에 미국 미디어 시장은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미국 내 16개 기업의 올해 엔터테인먼트 사업 투자 규모는 100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미국 석유산업과 맞먹는 규모다. UBS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인수 및 프로그래밍에 투자된 금액은 최소 6500억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콘텐츠 비용도 급증..과연 수익 낼까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난 10월 HBO맥스는 비아콤이 소유한 풍자 만화인 '사우스 파크(South Park)'의 미국 방송권을 위해 5억 달러 이상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사상 최대 수준의 라이센스 거래다. 2010년 이후로 워너미디어, 디즈니, 넷플릭스 등 3개 그룹은 프로그래밍에 2500억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같은 거대한 투자와 관련, "미디어 기업들이 25센트짜리 동전을 교환하기 위해 5달러를 지불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초기 투자 비용은 시간이 지나면서 수익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T&T 측은 "HBO맥스는 1년에 20억달러를 투자하는데 초반에는 수익을 올릴 수 없을 것"이라며 "다만 시간이 흐를수록 투자는 감소하고 수익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기대는 주식시장에서도 엿보인다. 넷플릭스의 주가는 2018년 중반 최고치에 비하면 떨어진 수준이지만, 수익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디즈니 주식은 지난 4월 스트리밍 서비스 출시 계획을 발표한 이후 28% 상승했다. AT&T와 컴캐스트도 올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서비스 단순화하는 회사가 유망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다양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단순하게 묶을 수 있는 회사들이 유망하다고 예상했다.

시청자들은 더욱 많은 콘텐츠 양에 압도되고, 점점 더 다양한 플랫폼을 검색하는 데 진절머리를 느낄텐데, 컴캐스트나 베리존과 같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컴캐스트의 엑스피니티 플렉스(Xfinity Flex)는 100개 이상의 비디오와 음악 서비스를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개방형 액세스 정책 유지' 등 정부 역할 필요

이코노미스트는 미디어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도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1990년대 미국의 통신사와 항공사들을 예로 들며, 비정상적으로 경쟁에 나선 결과는 오늘날 부족한 서비스와 높은 가격의 '과점' 형태를 공고히 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막기 위한 정부의 역할도 주문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정부는 대기업을 포함한 어떤 기업도 콘텐츠에서 지배적인 점유율을 획득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통신사나 단말기 제공업체 등은 콘텐츠 회사를 차별하지 않고 개방형 액세스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가입자들은 그들이 가입한 회사를 쉽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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