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의 '뚝심', 도전 26년만에 '독자개발 FDA 승인 신약'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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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의 '뚝심', 도전 26년만에 '독자개발 FDA 승인 신약' 해냈다
  • 변동진 기자
  • 승인 2019.11.22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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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팜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 美 FDA 승인
최태원, 성공확률 낮은 신약에 꾸준히 투자
SK, 1993년 도전 이후 독자적인 '신약주권' 실현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제공=SK㈜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제공=SK㈜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SK바이오팜이 개발한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정)’ 미국 허가를 받았다. 이로써 SK는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개발, 판매 허가 신청(NDA)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한 국내 최초 기업이 됐다.

‘엑스코프리’는 1~3개 뇌전증 치료제를 복용하는데도 불구하고 부분 발작이 멈추지 않는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임상에서 위약 투여군 대비 유의미하게 발작 빈도를 낮췄다.

약물치료를 유지하는 엑스코프리 투여군 28%에서 발작이 발생하지 않는 ‘완전발작소실’이 확인됐다. 위약 투여군은 9%다. 완전발작소실은 뇌전증 신약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다.

SK바이오팜은 내년 2분기 엑스코프리를 미국 시장에 발매할 계획이다. 마케팅과 판매는 미국 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가 맡는다.

◆美 FDA 승인 신약 비결은 단기 성과 아닌 장기 비전

업계 안팎에선 ‘엑스코프리’가 미 FDA(식품의약국)로부터 신약 허가를 받을 수 있던 배경에 대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뚝심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신약개발은 오랜 개발기간(통상 10~15년)과 많게는 수조원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또한 5000~1만개의 후보물질 중 고작 1~2개만 신약으로 개발될 만큼 성공확률도 낮다. 따라서 업에 대한 전문성과 대주주의 흔들림 없는 육성 의지가 없으면 사업 자체를 영위할 수 없다.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이 제약 산업에 진출했다가 철수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앞서 최 회장은 2002년 바이오 사업의 꾸준한 육성을 통해 2030년 이후에는 바이오 사업을 그룹의 중심축 중 하나로 세운다는 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신약 개발에서 의약품 생산, 마케팅까지 모든 밸류체인을 통합해 독자적인 사업 역량을 갖춘 글로벌 바이오·제약 기업을 키워낸다는 비전이었다.

이에 따라 같은 해 생명과학연구팀을 비롯해 의약개발팀 등 5개로 나누어져 있던 조직을 통합해 신약 연구에 집중케 하는 한편, 다양한 의약성분과 기술 확보를 위해 중국과 미국에 연구소를 세웠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2007년 이후에도 신약개발 조직을 따로 분사하지 않고 지주회사 직속으로 둬 그룹 차원에서 투자와 연구를 지속하게 한 것 역시 최 회장의 신약 개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최 회장은 지난 2016년 6월 경기도 판교 소재 SK바이오팜 생명과학연구원을 찾아  “1993년 신약개발에 도전한 이후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지만 20년 넘도록 혁신과 패기, 열정으로 지금까지 성장해 왔다”며 구성원을 격려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신약개발 사업은 시작할 때부터 여러 난관을 예상했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에서 꾸준히 투자해왔다”며 “혁신적인 신약 개발의 꿈을 이루자”고 강조했다.

SK그룹 바이오∙제약 사업 연혁. 사진제공=SK㈜
SK그룹 바이오∙제약 사업 연혁. 사진제공=SK㈜

◆최태원, 신약 개발 실패에도 R&D 조직 강화

SK는 성공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최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수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지속했다. 임상 1상 완료 후 존슨앤드존슨에 기술수출 했던 뇌전증 치료제 ‘카리스바메이트’가 2008년 출시 문턱에서 좌절했을 때에도 최 회장의 뚝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해에 SK바이오팜의 미국 현지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의 R&D(연구개발) 조직을 강화하고, 업계 최고 전문가들을 채용함으로써 독자 신약 개발을 가속화했다.

이어 2011년 사업 조직을 분할해 SK바이오팜을 출범하고, 지속적인 노력 끝에 임상 전 단계를 수행할 수 있는 노하우와 경험을 쌓았다.

이와 함께 최 회장은 의약품 생산 사업에도 공을 들였다. 2015년 SK바이오팜의 원료 의약품 생산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SK바이오텍을 설립했다.

SK바이오텍의 전신인 원료의약품 생산사업부는 1998년부터 특허 만료 전의 고부가가치 원료의약품을 글로벌 제약사들에 수출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이같은 경쟁력에 주목, 2017년 글로벌 제약사인 BMS(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아일랜드 생산시설을 통째로 인수했다. 국내 원료의약품 생산 기업이 해외 생산설비를 인수한 최초 사례였다.

지난해 SK㈜는 미국의 위탁 개발·생산 업체인 앰팩(AMPAC) 지분 100%를 인수해 국내 제약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인수 1년 만인 지난 6월 앰팩 버지니아 신생산시설 가동을 시작되면서 한국·미국·유럽의 글로벌 생산기지가 모두 전면 가동에 돌입했다. 

아울러 SK㈜는 지난 10월 의약품 생산법인 세 곳을 통합해 SK팜테코를 설립했다. SK바이오텍과 SK바이오텍 아일랜드, 앰팩 등 여러 지역에 분산돼 있던 의약품 생산사업의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시너지와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이항수 SK수펙스추구협의회 PR팀장은 “SK의 신약개발 역사는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거듭해 혁신을 이뤄낸 대표적 사례”라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제약사의 등장이 침체된 국내 제약사업에 큰 자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우 SK바이오팜 사장은 “이번 승인은 SK바이오팜이 앞으로 뇌전증을 포함해 중추신경계(CNS) 분야 질환에서 신약 발굴, 개발 및 상업화 역량을 모두 갖춘 글로벌 제약사로 거듭나기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는 엑스코프리로부터 발생되는 수익을 기반으로 제2, 제3의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을 지속할 방침이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뇌전증 치료제 시장은 61억달러(약 7조1400억원)로 알려졌으며, 2024년까지 70억달러(약 8조2000억원)로 확대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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