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희의 컬쳐 인사이트] 유튜브 퇴출용 ‘노란딱지’, 모호한 기준으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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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희의 컬쳐 인사이트] 유튜브 퇴출용 ‘노란딱지’, 모호한 기준으론 안된다
  • 권상희 문화평론가
  • 승인 2019.11.22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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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뉴스=권상희 문화평론가] 한때 연예인을 꿈꾸던 초등학생들이 이젠 ‘유튜버’를 장래 희망 직업 1위로 꼽기 시작했다.

아버지들의 힘든 직장생활을 일찍부터 눈치 챈 것인지, 이를 선택하고 싶은 이유도 매우 현실적인 돌직구에 가깝다. 출퇴근 없이 자유롭고 돈을 많이 벌 수 있어서란다. 가능하다면야 이보다 더 좋은 직업이 어디 있을까. 

나이도, 연령도, 스펙도 완전히 파괴된 열린 직업군, 게다가 잘만하면 일확천금을 벌 수 있는 노다지 공간, ‘유튜브’다. 

아이들부터 어르신들까지 온통 그곳에 빠져있다. 세대를 거슬러 ‘We are the world’가 됐던 적이 단 한번이라도 있었던가. 유튜브는 한 번 발 들여놓으면 늪에 빠진 것처럼 좀처럼 헤어 나올 수 없는 중독 증세까지 보이는 마력(!)의 플랫폼이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은퇴 후 인생 이모작을 꿈꾸는 중장년층에게 ‘박막례 할머니’는 빛나는 롤 모델이다. 

◆ 경고가 아닌 ‘퇴출’ 뜻하는 ‘노란딱지’

그런데 그저 ‘잘만하면’ 이라는 애매모호한 방법으로 억대 수익을 바라는 것이 이제 더 이상 쉽지 않아 보인다. ‘규제’가 생겨난 것이다. 

수많은 유튜버들의 자정작용을 기대한다면 ‘천사 같은 사람들만 사는 동화나라’를 현실에서 이룰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유튜브라는 공간에서 자정작용이란 광고 수익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아쉽게도 우리 인간은 착한 것보다는 나쁜 것, 자극적인 것에 쉽게 지배당하는 존재다. 단언컨대 유혹에 몹시도 취약하다. 그런 이유로 유튜브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각종 영상물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더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기 위해 ‘과잉자극’의 행태로 나아가는 게시물들에 매스를 대기 시작한 것이 2017년 8월, 바로 구글이 도입한 ‘노란딱지’ 제도다. 이는 ‘광고배제 및 제한’을 뜻하는 노란색 달러모양의 아이콘이다. 

흔히 노란색하면 축구경기의 ‘경고’ 메시지와 유사하다고 생각할 텐데, 유튜브의 그것은 다르다. 생사가 걸린 문제다. 쉽게 말해 광고주가 원치 않는 콘텐츠에 광고수익을 줄 수 없다는 뜻이다. ‘노란딱지’가 붙여져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콘텐츠는 곧 ‘퇴출’을 의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계정 운영은 가능하지만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면 콘텐츠의 존재의미는 사라진다. 폭력성, 부적절한 언어, 선정성, 역사왜곡, 저작권 침해에 이르기까지 제재를 받는 유해 콘텐츠는 다양하다. 

물론 이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검열’에 대한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상상 이상의 자극들이 넘쳐나는 콘텐츠를 ‘표현의 자유’라는 이유로 그냥 놔 둘 수만은 없는 법. 반드시 ‘규제’는 필요하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튜브 노란딱지, 무엇이 문제인가?'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모호한 기준으로 쥐락펴락하는 ‘노란딱지’

그러나 현재의 ‘노란딱지’ 제도는 한마디로 ‘제맘대로’다. 디테일과 일관성이 없다. 시행초기라면 ‘시행착오’의 단계일수도 있겠지만, 어언 2년째 여전히 이와 관련된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정치권에서는 유독 ‘보수 유튜버’들에게 노란딱지가 집중포화 되는 상황이라며 ‘구글 코리아’를 비판하고 나섰다. 그도 그럴 것이 보수 유튜버가 일부러 아무런 영상도 게재하지 않은 콘텐츠를 올렸는데 여기에도 노란딱지가 붙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발생하며 정치편향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 외에도 구글이 제시한 11개 광고 제한 가이드라인에 해당하지 않았는데도 무차별적으로 노란딱지를 받아 광고수입이 줄었다고 주장하는 유튜버가 한둘이 아니다. 

1차로 AI 알고리즘에 의해 노란딱지 여부가 가려지고, 이에 콘텐츠 제작자가 이의 제기를 하는 경우 구글 직원이 재검토를 해서 결정하는 방식인데, 문제는 투명성을 담보할 만한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11개의 가이드라인 가운데 ‘논란의 소지가 있는 문제 및 민감한 사건’은 해석하기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애매한 기준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해당 콘텐츠가 노란딱지를 왜 받았는지에 대해서 함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익과 연관된 만큼 이에 대한 개선 가능성을 구글은 알려줘야 할 필요가 있다. 매를 맞고 왜 맞았는지 모른다는 게 이해가 되는가. 이는 구글이 만든 기준을 스스로 모호하다고 인정하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들로 노란딱지는 유튜버를 쥐락펴락하며 시비 거리를 양산해낼 뿐, 기대했던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는 상태다. 지금의 모호한 기준으로 규제가 계속된다면 이는 ‘지나친 간섭’이상의 정책이 될 수 없다. 

단지 플랫폼을 제공할 뿐인데 최근 한 조사에서 유튜브가 ‘미디어 영향력’ 2위를 차지했다. 이쯤 되면 규제방식 역시 이름값에 맞는 명확한 기준과 투명성이 확보돼야 하지 않을까. 명성은 거저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권상희는 영화와 트렌드, 미디어 등 문화 전반의 흐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글을 통해 특유의 통찰력을 발휘하며 세상과 소통하길 바라는 문화평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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