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불안'에 다시 오르는 원‧달러 환율…1200원 도달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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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불안'에 다시 오르는 원‧달러 환율…1200원 도달하나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11.2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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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협상 불확실성 지속…상승세 이어질 가능성 높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원‧달러 환율이 미‧중 무역협상에 출렁이고 있다. ‘1단계 합의’ 기대감에 따른 하락분을 고스란히 반납하고 있는 것이다. 당분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동결 기조 또한 달러 가치를 지지하는 요소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1일 오후 2시 29분 현재 전일 종가 대비 7.80원 오른 1178.30원에 거래되고 있다.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일 1207원을 기록한 뒤 이튿날 1200원선을 내줬다. 이후 지난 7일 1156원까지 떨어졌고 상승세로 전환, 사흘 만인 11일에는 1160원선으로, 14일에는 1170원선으로 올라섰다.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에 균열 조짐이 나타난 데 따른 것이다. 시장의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빠르게 얼어붙으면서 원화 등 신흥국 통화 가치는 떨어졌고 달러화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 미‧중 ‘1단계 합의’ 정식 타결 지연…안전자산 선호심리 자극

최근 시장은 다시 미‧중 무역협상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양국이 지난달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1단계 합의’에 도달한 뒤 무역분쟁 완화 기대감을 선반영했으나 협상에 제동이 걸린 탓이다. 한달 간 가파르게 하락했던 원‧달러 환율은 하락분을 상당 부분 반납했다.

시장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정식 서명 절차가 지연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1단계 합의’를 둘러싼 불안감이 해소되려면 정상회담 일정 등이 구체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러나 미‧중은 “협상을 잘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관세 등 합의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양국 간 교착상태가 계속된다면 시장을 지배하던 미‧중 무역협상 낙관론은 비관론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이는 안전자산 선호심리를 자극, 원‧달러 환율 역시 오를 전망이다.

더불어 새로운 변수로 등장한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이 무역협상에 제동을 건다면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빨라질 수 있다. 이 법안은 미국이 홍콩 자치 수준을 평가해 홍콩의 특별 지위 유지 여부를 결정하고 홍콩의 인권 탄압과 연루된 사람에게 비자 발급 제한 등 제재를 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19~20일 사이에 순식간에 미 상‧하원을 통과한 뒤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만 남은 상태다.

중국은 미국의 ‘홍콩 인권법’에 강하게 반발, 시장에서는 이 법안에 대한 양국 간 갈등이 미‧중 무역협상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겅솽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의 이익뿐 아니라 양국의 관계, 나아가 미국의 이익도 심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미국이 잘못된 방법을 계속 추진한다면 온 힘을 다해 반격에 나설 것”이라고 위협했다. 현재로선 단기간 내 ‘1단계 합의’를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美 연준 ‘매파’ 기조 재확인…달러 가치 지지

미‧중 무역협상 불확실성 확대로 국내증시에서도 대규모 외국인 매도세가 나타나면서 원‧달러 환율을 밀어올리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미·중 무역협상 우려가 부각된 지난 7일부터 20일까지 10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내다 판 주식 규모는 1조8721억원에 달한다. 국내증시 역시 한달 간 ‘1단계 합의’ 성과를 선반영해온 만큼 외국인의 자금 이탈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김태현 NH선물 연구원은 “미‧중 무역협상 타결 시점에 대한 기대감이 이연되고 있고 ‘홍콩 인권법’으로 양국 관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점차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둔화되면서 국내증시와 위안화는 약세로 반응, 원‧달러 환율은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달러화 측면에선 연준의 ‘매파(통화 긴축 선호)’ 기조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공개된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연준은 대외 불확실성 완화와 경기 침체 가능성이 낮아진 데 주목, 추가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봤다. 또 모든 위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시장은 이번 의사록을 ‘매파’로 해석, 달러화 가치를 지지했다. 그간 연내 금리 동결을 기정사실화하면서도 내년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판단했으나 점차 연준의 완화 기조와 내년 금리 인하 전망에 대한 의구심이 커져서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FOMC 의사록을 통해 연준 위원들의 금리 동결 의지를 재확인했다”며 “위원 대부분 추가 금리 인하 필요성이 없다고 보면서 달러에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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