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NOW] '당은 달라도 우린 하나"...가슴 뭉클했던 노정객 고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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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NOW] '당은 달라도 우린 하나"...가슴 뭉클했던 노정객 고별식
  • 권영일 애틀랜타 통신원
  • 승인 2019.11.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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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은 달라도 나라위한 마음은 하나” 
서로 인정하고 포용하는 미국 정치의 힘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연합뉴스.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영일 애틀랜타 통신원] “브라더(Brother), 내가 그곳으로 가겠소.”

지난 19일(현지시간) 워싱턴 미국 연방 의사당 하원의원 회의실. 올해 말 은퇴하는 조니 아이잭슨(Johnny Isakson) 상원의원을 위한 하원 고별행사가 열렸다. 아이잭슨 의원은 3선의 중진 연방 상원의원으로 지병으로 인해 지난 8월 말 전격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미 의회 내 대표적 지한파 가운데 한사람이기도 하다. 이날 행사에는 그가 소속한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하원의원들도 거의 모두 참석했다.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기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추진을 둘러싸고 최근 민주당과 공화당이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미국 정가지만 이날 만큼은 모두 한마음이었다. 의회를 떠나는 노정객에게 그동안 노고에 모두들 경의를 표했다.

더욱 눈길을 끈 것은 이날 행사의 대표연설을 민주당 출신의 존 루이스(john Lewis) 연방하원의원이 맡은 것이다. 존 루이스 연방하원의원(민주)은 자니 아이잭슨 연방상원의원(공화)과 함께 조지아주를 대표하는 정치 아이콘이다.  1940년 생인 루이스 의원이 1944년 태어난 아이잭슨 의원보다 4살 더 많다.

존 루이스 의원은 이날 연설에서 “아이잭슨 의원은 자신이 믿는 가치를 절충하지 않으면서도 양당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지도력을 발휘했다”고 덕담을 건냈다.

루이스 위원은 또 20년전 하원의원에 첫 당선된 아이잭슨 의원을 동료 의원들에게 처음 소개했으며, 이후 당적을 넘어 우정을 쌓아왔다고 두 사람관계를 회상했다.

미국 조지아 주의 두 아이콘인 자니 아이잭슨 상원의원과 존 루의스 하원의원이 포옹하고 있다. 사진=미국 연방하원 방송 캡처/권영일 애틀랜타 통신원.
미국 조지아 주의 두 아이콘인 조니 아이잭슨(왼쪽)상원의원과 존 루의스 하원의원이 포옹하고 있다. 사진=미국 연방하원 방송 캡처/권영일 애틀랜타 통신원.

두 노정객의 따뜻한 포응 ... 의원들 눈가를 적시다.

그는 연설을 마친 후 단상을 내려와 자리에 앉아있는 아이잭슨 의원에게 다가갔고, 아이잭슨 의원은 불편한 몸을 가누며 일어서서 정치선배를 맞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따뜻하게 포옹했다. 아이잭슨 의원은 루이스 의원에게 귓속말로 감사의 메시지를 전했다. 

“소속 정당은 달라도 나라를 위한 마음은 하나입니다.”

이를 지켜보던 여야 하원의원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냈다. 사회자 오스틴 스캇 하원의원(공화)은 “조지아의 두 아이콘이 서로 포옹하는 이 장면을 모든 미국인들이 봤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리고는 복받치는 눈물을 애써 참는 모습이 의회방송 카메라에 포착됐다.

그는 이어 “미국의 과거와 미래를 대표하는 순간”이며 “우리가 어떻게 함께 일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말하며, 두 노정치인에게 참석자를 대표해 감사를 표했다.
아이잭슨 의원은 공화당 소속으로 지난 1999년 조지아주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2005년까지 의원직을 수행하다 같은해 상원에 진출했다.

아이잭슨 의원은 미국 의회내 대표적인 지한파 가운데 한사람으로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지난해 한미간 무역마찰이 격화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워싱턴 D.C.로 날아온 백운규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의회에서 그를 만나 한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아이잭슨 의원은 또 현지 한인 교포들과 자주 접촉해 한인들의 의견을 미국 의회와 행정부에 적극 전하는 등 친한(親韓)의정 활동을 활발히 했다.

이런 그가 3개월 전 전격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데다,  신장이상과 갈비뼈 골절 등 여러 건강상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최근 집에서 낙상해 골반뼈 골절상을 당했고, 신장 문제로 수술도 받았다.

75세인 아이잭슨 의원은 “임기 도중 중요한 상원의원직을 떠나는 것을 내 자신이 용납할 수 없지만, 미국과 조지아주를 위해 이번 결정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물러날 때가 되었다고 스스로 용단을 내린 것이다.

● 권영일 미국 애틀랜타 통신원은 한국외국어대 불어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에서 광고홍보학을 전공했다. 1985년 언론계에 발을 내딛은 후, 내외경제신문(현 헤럴드경제신문)에서 산업부, 국제부, 정경부, 정보과학부, 사회부 기자를 거쳐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와 현재 애틀랜타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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