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B-넷플릭스, 망 사용료 갈등…한상혁 위원장의 판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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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B-넷플릭스, 망 사용료 갈등…한상혁 위원장의 판단은?
  • 김상혁 기자
  • 승인 2019.11.1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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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B, 방통위에 넷플릭스 망 사용료 중재 재정 신청
넷플릭스, 캐시서버 제안…SKB, 근본적 해결책 아냐
망 사용료 구글은 모르쇠, 페이스북은 KT 재계약, 네이버는 연간 700억원 수준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와의 망 사용료 협상을 중재해 달라며 방송통신위원회에 재정을 신청했다. 사진=연합뉴스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와의 망 사용료 협상을 중재해 달라며 방송통신위원회에 재정을 신청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인터넷망사업자(ISP) SK브로드밴드가 콘텐츠 제공업체(CP)인 넷플릭스의 망 사용료에 대한 협상을 중재해 달라며 방송통신위원회에 재정을 신청했다. 이에 방통위는 19일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망 사용 협상 재정을 개시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 12일 접수한 재정신청서를 통해 트래픽이 폭증하고 있고 비용 부담이 한계에 이르고 있는데도 넷플릭스가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며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앱 분석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10월 넷플릭스 한국 유료 이용자는 200만명인 것으로 추정된다. SK브로드밴드 망을 통한 트래픽은 2017년 4월에 비해 15배나 늘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대신 한국 내 SK브로드밴드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캐시서버를 무상 설치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캐시서버는 한 번 읽은 데이터를 다시 저장하는 곳으로 같은 데이터를 다시 요청할 때 빠르게 응답할 수 있다. 이는 트래픽을 줄이는 데 요긴한 기술이다.

현실적으로 모든 나라에 데이터 서버를 두기는 어렵다. 때문에 넷플릭스는 자사가 개발한 캐시서버를 제휴 맺은 ISP에 무상으로 빌려주며 트래픽을 감소시킨다. 대신 운영 비용을 ISP가 담당한다. 한국의 경우 LG유플러스는 제휴를 맺고 캐시서버를 뒀기 때문에 속도 저하가 없었다. 하지만 SKT나 KT는 제휴를 맺지 않아 속도저하 현상이 일어났고, 이용자들의 항의에 올해 초 넷플릭스에 쓰이는 해외망 회선 용량을 50Gbps에서 100Gbps로 2배 증설하기도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넷플릭스 관계자는 "전 세계에 걸쳐 네트워크 인프라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이 일환으로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1000곳 이상의 ISP와 협력하며 오픈 커넥스(예시: 캐시 서버)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망 트래픽 부하를 현저히 줄임과 동시에 고객 경험을 향상하는 ‘윈-윈' 인 방안이기 때문"이라며 "이를 위해 SK브로드밴드에도 오픈 커넥트 서비스 무상 제공을 수차례에 걸쳐 제안했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SK브로드밴드는 "캐시서버는 국내 통신망 비용 증가에 대한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면서 "넷플릭스는 망 이용대가 협상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45조에 따르면 전기통신사업자 상호 간에 발생한 전기통신사업과 관련한 분쟁 중 당사자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전기통신사업자는 방통위에 재정을 신청할 수 있다. 방통위는 재정신청을 접수한 날부터 90일 이내에 재정을 해야 하고, 한 차례 90일의 범위에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방통위는 "중립적인 제삼자의 위치에서 당사자 간의 협상과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며 "분쟁 당사자의 의견을 청취한 후 법률·학계·전기통신분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심의 과정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여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가 지난달 4일 국회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가 지난달 4일 국회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모르쇠' 구글·넷플릭스, 망 사용료 재계약한 페이스북, 비용 공개한 네이버

넷플릭스를 비롯해 구글 같은 해외CP들은 망 사용료를 거의 내지 않고 있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5년 국내 CP의 망사용료를 100으로 봤을때, 2018년 국내 대형 CP 6곳의 망사용료 단가는 84였다. 반면 해외CP들은 A유형 6곳이 51, B유형 8곳이 14에 불과했다. 특히 B유형에는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 넷플릭스와 구글이 포함됐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국내 무선 인터넷 트래픽의 약 40%를 구글의 유튜브가 소비했다. 특히 국내 동영상 트래픽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는 "구글은 망서비스 제공자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어 망사용료만 따로 떼서 얘기하기 어렵다"면서 "망 사용료와 관련해 전 세계적 관행을 보면 구글이 관여된 국가의 99.9%가 비공식적인 합의로 무정산으로 이뤄지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망 사용료를 내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반면 페이스북은 적극적으로 망 사용료 계약에 나섰다. 페이스북은 지난달 KT·세종텔레콤과 각각 망 사용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2016년에도 KT와 망 사용 계약을 체결하고 홍콩과 연결된 캐시 서버를 국내에 설치해 운영온 바 있다. 또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와도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이 완료되면 국내에 캐시서버를 설치하고 서비스를 국내 이용자에게 직접 제공할 예정이다.

이와 달리 국내CP는 국내ISP에 망 사용료를 크게, 공개적으로 지불하고 있다. CP들은 일반적으로 망 사용료를 영업기밀로 취급해 공개하지 않지만 네이버는 2016년 734억을 지급했다고 밝힌 바 있다. 카카오도 연간 3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다만 망 사용료가 해외에 비하면 국내가 비싸다는 의견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지난 7일 '상호접속고시 개정방안 특별 세미나'에서 "국내 통신 3사의 전용회선료가 KT는 1Mbps에 월 85만원,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10Mbps에 각각 월 363만원과 월 419만원을 받는다"면서 "미국의 AT&T는 100Mbps 상품을 월 993(약 115만원)달러에 팔고 있다. 미국·유럽은 물론 싱가포르·홍콩·일본보다 한국의 회선료가 높다"고 말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중소CP 입장에서는 과도한 망 사용료 부담으로 제대로 된 서비스가 불가능하다고 문제 삼은 바 있다. 과도한 망사용료 부담으로 인해 제대로된 서비스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대해 한상혁 방통위원장과 이통3사 CEO는 지난달 열린 간담회에서 중소CP를 보호하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대형 CP는 좀 더 실질적이고 정당한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며 "중소CP에게 망 사용료를 받을 계획 없다. 대형 CP에게 받은 돈으로 중소CP 육성 지원 기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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