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3’ 롯데·신라·신세계, 신규 시내면세점 입찰 왜 포기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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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3’ 롯데·신라·신세계, 신규 시내면세점 입찰 왜 포기했나
  • 변동진 기자
  • 승인 2019.11.18 1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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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비즈니스 모델, B2C → B2B 변화
송객수수료 경쟁에 수익성 악화
유통채널 無기업, 직매입 경쟁력 밀려
시내면세점, 춘추전국 지나 롯데·신라·신세계·현대百 ‘BIG 4’ 재편
서울 시내면세점.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면세점.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시내면세점 황금기가 저무는 것일까. 한화에 이어 두산이 사업장을 포기한 가운데 지난 14일 마감된 신규 특허 입찰도 흥행에 실패했다. 이같은 현상이 발생한 가장 큰 원인은 ‘비즈니스 모델 변화(B2C → B2B)’에 따른 송객수수료 증가를 우려한 탓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신규 시내면세점 입찰에 참가한 대기업은 현대백화점으로, 최근 동대문 두타면세점을 이어 사업확장 의지를 드러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5월 ‘보세판매장(면세점) 제도 운영위원회’를 열고 서울의 3곳, 인천, 광주, 충청(중견·중소기업 전용) 등 시내면세점 6곳 사업자 신규 지정키로 했다.

하지만 면세점 시장 ‘BIG 3’로 불리던 롯데·신라·신세계는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2015년부터 2016년 말까지 진행된 이른바 ‘1~3차 면세점 대전’ 당시 오너 및 CEO(최고경영자)들이 직접 나서 신규 특허권을 따내기 위해 열을 올리던 모습과 비교하면 온도차가 상당하다.

◆‘흥행 참패’ 신규 시내면세점, 원인은 출혈경쟁

3사는 신규 시내면세점 입찰을 포기한 이유에 대해 “현재 운영 중인 사업장에 집중하거나 다음 달 예정된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출국장 면세점 입찰을 준비 중”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빅3 업체가 시내면세점 입찰을 포기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고 한다. 비즈니스 모델이 ‘기업 간 소비자(B2C)’에서 ‘기업 간 거래(B2B)’로 변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설명한다.

당초 국내 면세점 시장에서 가장 큰손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이었다. 그러나 2016년 7월 한반도 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가 결정되자 중국 당국은 포상관광과 단체여행 등을 제한, 한국 보복 조치에 나섰다. 이로 인해 유커는 자취를 감췄고, 면세 시장은 급속히 보따리상(따이궁) 중심으로 재편됐다.

업계는 사실상 기업화된 따이궁의 발길을 잡기 위해 더 많은 송객수수료 지급하는 등 말 그대로 출혈경쟁을 벌였다. 이같은 사업구조는 외형 성장에 도움을 줬을지 몰라도, 수익성 감소는 피할 수 없었다.

‘송객수수료’란 고객 유치를 위해 면세 사업자가 여행사나 가이드에 지급하는 수수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10%대 중반이던 수수료율이 최근 국내 사업자간 경쟁 심화로 최대 40% 수준까지 육박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이 관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시내면세점이 여행사나 가이드에 송객수수료는 2015년 5630억원, 2016년 9672억원, 2017년 1조1481억원, 지난해 1조3181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면세점 업계가 지급한 송객 수수료는 6514억원으로 나타나 올해도 1조원을 훌쩍 넘을 가능성이 크다.

‘송객수수료’ 폐해는 빅3 업체 실적에서도 나타났다. 롯데면세점은 3분기 매출이 1조5692억 원, 영업이익은 893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 22%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던 1분기와 비교하면 16% 감소했다. 특히 이 기간 실적에는 새롭게 획득한 해외점포 실적도 반영됐다.

신라면세점의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22% 증가한 1조3386억원이지만 영업이익은 24% 줄어든 451억원에 그쳤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9% 증가한 7888억원 매출을 올리고, 영업이익 106억원으로 흑자전화했다. 다만 전분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39%나 하락했다.

서울에서 시내면세점을 운영 중인 롯데·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 사진제공=각사
대기업 중 서울에서 시내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 사진제공=각사

◆‘제 살 깎아먹기’ 출혈경쟁, 대기업 ‘한화·두산’ 백기 들어

한화와 두산이 사업장을 포기한 배경도 출혈경쟁에서 찾아볼 수 있다.

면세점은 사업자가 입점 브랜드로부터 상품을 받는 직매입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백화점·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을 본업으로 하는 사업자는 비상식적인 송객수수료를 지급하더라도 매출만 올리면 많은 수의 상품을 경쟁사보다 저렴하게 확보할 수 있다.

게다가 장기간 면세 사업을 영위한 기업들은 막강한 MD(상품기획자)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원가경쟁력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반면 신규 업체인 한화와 두산은 관련 원가 경쟁력은 고사하고, 상품 확보 자체가 어렵다. 입점 브랜드 입장에서 판매가 안 되는 사업장에 상품을 과잉 공급해 굳이 재고를 쌓아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면세점 업체들 역시 지금과 같은 과당경쟁이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서 공감하지만, 막상 고객 감소로 인한 외형 축소가 눈에 보이면 이를 방치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비즈니스 모델이 B2B로 바뀐 이후 더 많은 송객수수료 지급하더라도 고객 확보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면서 “경쟁사가 단발성으로 송객수수료를 40%씩 지급하며 매출을 올리는데 우리가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냐”고 말했다.

이어 “신규 시내면세점 입찰에 빅3가 도전하지 않은 것도 제 살을 깎아먹는 출혈경쟁 때문”이라며 “새 점포를 오픈하면 임대료와 인건비, 물류비 등의 초기 투자비용이 들어가는데, 지금과 같은 경쟁체제에서는 이익을 내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소요돼 무리해서 특허를 확보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당분간 국내 시내면세점 시장은 롯데·신라·신세계에 더해 현대백화점까지 BIG 4가 점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이라며 “비(非) 유통기업은 면세점 시장에 대한 노하우도 없지만, 이같은 비정상적인 구조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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