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SK이노베이션측 "증거인멸 증거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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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SK이노베이션측 "증거인멸 증거있다"
  • 변동진 기자
  • 승인 2019.11.18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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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보전절차 위반, 법정모독까지"
ITC에 SK 조기 패소결정 요청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 제소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간 '영업비밀침해' 소송을 둘러싸고, 국내에는 생소한 '디스커버리(증거개시)' 절차에서 LG측이 SK측의 증거인멸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SK측의 대응이 주목된다. 

미 ITC에 SK이노베이션이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제소한 LG화학은 18일 소송진행중 SK이노베이션이 증거보전절차를 위반, 증거를 인멸하고 법정을 모독하는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LG는 이같은 SK측의 행위가 ITC의 분쟁해결절차는 '증거개시(디스커버리) 절차`를 위반한 것임으로, 이이 대해 '조기패소 판결 '등 강도높은 제재를 내려줄 것을 ITC에 요청했다.

미국 사법절차에서 디스커버리 제도란 법정에서의 사실심리 진행 전에 실시되는 증거개시 절차다. 자신한테는 없는 상대방이 가진 사건 관련 자료를 모두 들여다 볼 수 있게 하는 절차다. 디스커버리 제도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관련 증거의 보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증거를 보전하지 못했거나 의도적으로 훼손한 당사자는 패소하는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LG 화학이 제출한 67페이지 분량의 요청서와 94개 증거목록이 지난 13 일(현지시각) ITC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됐는데, LG화학은 이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의 ▲증거보존 의무(Duty to preserve evidence)를 무시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증거인멸(Spoliation of Evidence) 행위와 ▲ITC 의 포렌식 명령을 준수하지 않은 ‘법정모독(Civil Contempt)’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LG측은 이를 근거로 ▲SK 이노베이션의 ‘패소 판결’을 조기에 내려주거나(Default Judgment) ▲SK 이노베이션이 LG 화학의 영업비밀(Trade Secrets)을 탈취(Misappropriation)해 연구개발, 생산, 테스트, 수주, 마케팅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사용(Use)했다는 사실 등을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일반적으로 원고가 제기한 조기 패소 판결(default judgment) 요청이 받아들여지게 되면 ‘예비결정(Initial Determination)’단계까지 진행될 것 없이 피고에게 패소 판결이 내려지게 된다.  

이후 ITC 위원회에서 ‘최종결정(Final Determination)’을 내리면 원고 청구에 기초하여 관련 제품에 대한 미국 내 수입금지 효력이 발생한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지난 4월 29일 ITC 소송제기 직후는 물론 그 이전부터도 전사차원(Company-wide)에서 조직적으로 증거인멸 행위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LG화학은 ITC 영업비밀침해 제소에 앞서 두 차례(‘17년 10/23, ‘19년 4/8) SK이노베이션측에 내용증명 공문을 통해 ‘영업비밀, 기술정보 등의 유출 가능성이 높은 인력에 대한 채용절차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하고 ‘영업비밀 침해 사실이 발견되거나 영업비밀 유출 위험이 있는 경우 법 적 조치를 고려할 것’임을 경고한 바 있다. 
 
그런데 LG화학이 올해 4월 8일 내용증명 공문을 발송한 당일 SK이노 베이션은 7개 계열사 프로젝트 리더들에게 자료 삭제와 관련된 메모를 보낸 정황이 발견됐다는 것. 

SK 이노베이션의 2019 년 4/30 사내 메일. 제공= LG화학
SK 이노베이션의 2019 년 4/30 사내 메일. 제공= LG화학

이어 SK이노베이션은 4월 12일 사내 75개 관련조직에 삭제지시서 (Instructions)와 함께 LG 화학 관련 파일과 메일을 목록화한 엑셀시트 75개를 첨부하며 해당 문서를 삭제하라는 메일을 발송했다.
 
75개 엑셀시트 중에서 ▲ SK이노베이션이 8월 21일 제출한 문서중 휴지통에 있던 ‘SK00066125’ 엑셀시트 한 개에는 980개 파일 및 메일이 ▲10월 21일에서야 모든 존재가 밝혀진 74개 엑셀시트에는 무려 3만 3 천개에 달하는 파일과 메일 목록이 삭제를 위해 정리되어 있었다. 
 
LG 화학은 SK 이노베이션이 제출한 ‘SK00066125’ 엑셀시트가 ▲삭제되어 휴지통에 있던 파일이며 ▲이 시트 내에 정리된 980 개 파일 및 메일이 소송과 관련이 있는데도 단 한번도 제출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근거해 ITC 에 포렌식을 요청했다.  
 
이에 ITC 는 10 월 3 일 “980 개 문서에서 ‘LG 화학 소유의 정보’가 발견될 구체적인 증거가 존재한다”, 또 “LG 화학 및 소송과 관련이 있는 ‘모든’ 정보를 찾아서 복구하라”며 이례적으로 포렌식을 명령했다. 
 
그러나 SK 이노베이션은 ITC 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980 개 문서가 정리되어 있는 ‘SK00066125’ 한 개의 엑셀시트만 조사했다. 
 
나머지 74 개 엑셀시트에 대해서는 ITC 및 LG 화학 모르게 9 월 말부터 별도의 포렌식 전문가를 고용해 은밀하게 자체 포렌식을 진행 중이었다는 점이 10 월 28 일 SK 이노베이션 직원을 대상으로 한 증인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또한 요청서 내용에 따르면, SK 이노베이션은 포렌식 진행 시 LG 화학측 전문가도 한 명 참석해 관찰할 수 있도록 하라는 ITC 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조사과정에서 LG 화학측 전문가를 의도적으로 배제시키는 등 포렌식 명령 위반 행위를 지속한 것으로 보인다. 
 
LG 화학은 “공정한 소송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계속되는 SK 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및 법정모독 행위가 드러나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달했다고 판단해 강력한 법적 제재를 요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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