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칼럼] 징병제와 모병제보다 공화주의적 국민개병제가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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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원 칼럼] 징병제와 모병제보다 공화주의적 국민개병제가 더 좋다
  •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19.11.16 12:56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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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원 경희대교수
채진원 경희대교수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전임연구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양정철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의 광폭 행보가 연일 언론의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7일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모병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분단 상황 속 정예강군 실현 위해 단계적 모병제 전환 필요)를 내면서 양정철 원장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집중되고 있다.

민주연구원이 내놓은 ‘모병제 도입 정책’을 놓고, 지난 8일 민주당 비공개 확대간부회의에서 김해영 최고위원과 양정철 원장간에 언쟁이 있었다. 김해영 최고위원은 양정철 원장을 향해 “모병제같이 국가적으로 중대하고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 사전 논의 없이 그렇게 나가느냐”는 문제 제기를 했고, 이에 양 원장은 “연구원 개인 의견일 뿐”이라며 “원래 이런 식으로 논의의 장을 이어 가야 한다”고 받아쳤다.

정치권에 병역제도 개편 군불 지핀 '모병제 논쟁'

김해영 최고위원은 비공개회의 후 공개발언에서 “정치권 일각의 모병제 전환 주장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자 한다”며 “모병제 전환 논의는 대단히 신중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고 현재 상황에서 모병제 전환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민주연구원은 “2025년부터 군 징집 인원이 부족해 징병제를 유지하고 싶어도 유지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단계적으로 모병제로 전환해 군 가산점 역차별 논란이나 병역기피 논란 등 사회적 갈등을 원천적으로 해소하고 경제효과를 창출해야 한다”고 운을 띄우고 있다.

민주연구원이 모병제 도입을 내세우는 근거 중 하나는 다가오는 인구절벽이다. 주요 병역자원인 19~21세 남성이 2023년까지 100만4000명에서 76만8000명으로 급감하고, 2025년부터는 징병제를 유지할 수 없는 수준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현행 징병제 하에서는 첨단 무기체계를 운용하는 강군 실현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민주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모병제 군인 월급 수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300만원 수준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연구원이 야심차게 쏘아 올린 모병제 도입정책에 대해 정치권과 누리꾼의 반응은 뜨겁다. 자유한국당 윤상현의원(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숙련된 정예 강군을 만들기 위해 모병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윤 의원은 자신의 SNS에 모병제를 더 늦출 수 없다면서 “이 문제는 보수·진보를 넘어선 초당파적 이슈”라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총선 포퓰리즘’이라고 즉각 반발하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에서 적어도 공정성이 지켜지는 부분이 징병제인데, 심사숙고 없이 모병제를 끌고 나와 중요한 병역 문제를 선거를 위한 또 하나의 도구로 만들 우려가 매우 크다”고 비판했다. 이동섭 바른미래당 원내수석부대표도 1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표 모병제가 대한민국을 불구덩이로 몰고가고 있다”면서 “‘지르고 보자’식의 모병제 공약을 즉각 폐기처분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아직 검토한 적 없다”며 신중한 입장이고, 정의당은 “환영한다”며 가장 적극적이다. 그렇다면 국민들의 여론은 어떨까?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8일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사병에게 월급 300만 원가량을 지급하는 모병제 도입’에 대한 반대 응답은 52.5%였다. 반대 여론이 절반 이상을 넘은 것이다. 찬성은 33.3%였다. 그러나 리얼미터는 “모병제 찬성은 2012년 8월 조사에서 15.5%, 2016년 9월 27.0%, 이번에는 33.3%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반대 의견은 같은 기간 60.0%에서 61.1%로 높아졌다가 이번에 52.5%로 감소했다”고 밝힌다.

국민개병제 포함한 병역제도 개편논의 필요하다

모병제를 둘러싼 찬반 논란은 보수와 진보, 여당과 야당이라는 단순한 틀을 뛰어넘는 이슈다. “공론화를 미룰 수 없다”는 찬성론과 “분단 상황에서는 시기상조”라는 반대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찬성론자들은 “인구절벽에 대비”, “정예 강군 육성에 필요”, “취업난 타개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다. 반대론자들은 “안보 우려”, “포퓰리즘”, “국방의 의무를 경제적 취약 계층에 전가”한다고 비판한다.

한반도 주변 정세는 갈수록 위중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간의 패권경쟁속에 중국의 부상은 한반도에서 새로운 전쟁과 이에 따른 주권상실의 위기를 고조시킨다. 민주공화국을 추구하는 대한민국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지도층의 전략적 사고와 국론통합이 필요하다. 국가 안보의 명운이 걸려 있는 병역제도 개편 논의는 신중하게 접근할 사안이다. 무엇보다도 징병제와 모병제 그리고 공화주의적 국민개병제에 대해 폭넓은 비교 논의와 토론이 필요하다. 이번 기회에 모병제와 징병제에 대한 단점과 더불어 공화주의적 국민개병제가 민주공화국의 구현정신인 공화주의와 친화성이 있다는 점에서 그 운영원리와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모병제의 단점은 뭘까? 자칫하면 군대가 자발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애국심을 지닌 “국민과 시민의 군대”가 아니라 “흙수저 빈민들만의 군대” 그리고 “관료주의와 금력에 조종당하는 국가주의적 군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또한 모병제가 되면 국민의 정치참여의식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강제성이 있지만 “징집제”이기에 자식을 군대에 보낸 국민들이 전쟁, 외교, 안보, 복지, 예산 등 국가의 일과 정치에 관심을 갖는다는 점이다. 그런데 모병제로 바꾸게 되면 시민들의 정치무관심이 커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리고 모병제가 되면 종전에 운영되던 300만명의 예비군을 모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 전쟁은 현역군인만으로 하는 게 아니라는 게 정설이다. 현역군인 60만명이 최선봉대로서 시간을 끌며 300만명의 예비군을 모아서 함께 싸우는 게 승리의 관건일 수밖에 없다.

공화주의적 국민개병제, 미국과 프랑스가 기원

개병제는 애국심을 가진 국민이 자발적으로 입대하는 병역제도 방식이다. 현행 징병제를 자발적인 애국심을 갖는 '공화주의적 국민개병제'로 개선하여 정치와 국가의 일에 참여하는 시민전사로의 덕성을 지킬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군 입대에서 불공정하게 빠지는 고위층 자제들을 제대로 군대를 가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남북교류와 협력확대로 긴장을 완화하고 복무기간을 16개월로 줄여 군 입대 회전율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특히, 사회전반의 불신구조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청년들에게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제공하여 이민을 가지 않고, 모병제나 징병제 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대한민국의 소속감, 애착심, 애국심을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강한군대는 징병제나 모병제가 아니라 '공화주의적 국민개병제'라는 점이다. 전제 왕정을 전복하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군대가 민주공화국 군대의 시발점이다. 근대 시민혁명의 원조인 미국과 프랑스가 공화주의적 국민개병제의 기원이다.

​영세중립국으로 국제사회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스위스도 국민개병제를 실시하고 있다. 미국도 베트남 전쟁이후 징집제를 중단하고 해외파병은 모병제로 운영하고 있지만, 내전 등의 상황에 대비하여 원칙적으로 ‘선발징병시스템’(Selective Service System, SSS)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역사를 통하여 군대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수한 외침을 받았고, 국권을 수차례 빼앗겼으며, 영토를 축소시켜 왔다. 시민의 자발적인 애국심에 기초한 '공화주의적 국민개병제'가 오늘날 우리에게 제대로 전승되어 운영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핵심은 군사정권이 자신의 정권 유지를 위해 군대를 사적으로 이용하거나 고위공직자들이 군대 복무를 회피하면서 공화주의 정신과 시민적 애국심을 약화시켰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군대의 권위와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시켰다. 공공성에 대한 헌신과 자발적인 참여보다는 의무와 상명하복으로 운영되면서 각종 사고를 내는 약한 군대를 만들었다.

자발성과 애국심으로 무장한 시민전사들의 강한군대를   

​강한 군대를 만드는 일은 군 당국만의 일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공공적 일이란 점에서 인권개선만으로는 부족하다. 현 징병제도가 강제와 의무가 아니라 시민적 덕성, 자발적인 참여와 헌신, 애국심에 의해 운영되도록 국민징병제가 아닌 국민개병제의 체질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제 인정, 부당한 명령의 불복종 인정, 고위공직자의 헌신, 시민교육 제도화, 시민의 정치참여와 애국심 고취, 자원봉사 생활화, 공익활동복무제 등으로 공화국 정신을 복원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심에 기반한 시민들의 국방의 의무는 남녀노소, 귀천, 좌파우파가 따로 없다. 국방의 의무에는 크게 병역의 의무와 비병역의 의무가 있다. 애국심이 강한 선진국에서는 여성도 국방과 병역에 의무가 커지고 있는 만큼, 우리도 여성들의 국방과 병역의 참여를 증진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청년들에게 정치적 시민권의 경제적 기반인 경제적 시민권을 부여하는 게 급선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차별을 개선하기 위한 “동일노동 동일임금”도입이 절실하다. 자발성과 애국심으로 무장한 덕성있는 시민전사로의 강한군대가 있을 때, 우리 공화국의 민주주의와 외교안보는 튼튼해 질 수 있다.

군복무기간을 16개월로 단축하는 방안은 언뜻 보면, 군복무기간을 줄이는 것은 국방전력의 약화로 보일수도 있다. 하지만 16개월로 단축하여 '군복무 참여회전율'을 높여서 더 많은 시민들이 군복무에 참여하고, 애국심을 체험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적으로 노동집약적인 강군이 아니라 질적으로 과학기술로 무장한 강한군대를 추구할 수 있다.

강군의 관건은 시대상황에 맞는 '공화주의적 애국심'이 있는 군대를 만드는 것이다. 시민들이 '군법의 강제나 징집'이 아닌 '자발적인 애국심'과 '문명국가에 소속된 자긍심'을 가지고 문명국가가 시민에게 준 복지와 교육 등 사랑에 대한 보답으로 사랑스런 나라를 위해 봉사하고 군복무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국민개병제'를 더 충실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

● 채진원 박사는 비교정치학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공화주의와 경쟁하는 적들」(2019), 「무엇이 우리 정치를 위협하는가」, 「노무현의 민주주의(공저)」,「정당정치의 변화, 왜 어디로(공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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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항 2020-07-24 15:49:06
국민개병란 시민의 특권이 함께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군대 간 놈만 참정권을 준다는건데. 모든 국민이 참정권을 가지는 현대 민주정치 하에 국민개병은 논리가 하나 밖에 없습니다. 전부 의무적으로 군대 가던가 아니면 아무도 안 가도 된다. 그런데 지금 칼럼 쓰신 분은 국민개병을 군대는 가고 싶은 놈이 간다. 돈도 안 줘도 돼. 로 이해를 하고 계신데 이렇게 되면 군대 간 놈에게만 참정권 혹은 참정권에 준하는 특권을 줘야 합니다. 지금 이 논리가 빠져 있거든요? 그렇게 되면 마치 병역거부를 옹호하기 위한 모양새 밖에 되지 않습니다. 아니면 군대를 해체하고자하는 의도인가요? 국민개병의 핵심을 말하지 않으니 도대체 무슨 의도인지 알 수 없는 칼럼이네요.

보고짱 2020-06-04 13:21:30
국민 개병제로 가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고 지킬 만큼 가치가 있는 국가와 이웃과 내 가족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내 가족만을 지키겠다고 한다면, 군대에 갈 이유가 없겠죠. 전쟁이 나면 재빨리 비행기타고 다른 나라로 가버리면 됩니다.
이웃까지 지켜야 한다는 마음에 생겨야 하는데, 요즘 이웃과 얼마나 친하게 지냅니까?
결국 징병제, 모병제, 개병제 모두 가장 중요한 것은 목숨을 걸고 지킬만큼 가치가 있는 사회를 우리가 가지고 있느냐에 귀결 됩니다.
논리적으로 지켜야 할 것이 많은 잘 사는 사람들의 자식들이 군대를 가야하는 것이 당연한데, 이 들 중에서 자진해서 군대에 갈 사람이 몇 이나 될 것 같습니까?
있는 자들의 자식들이 필히 가게하는 징병제와 없는 자들의 자식이 가서 재산을 증식할 모병제라는 절충이 필요

지나가다 2019-11-17 15:08:55
좋은글잘읽었습니다.
읽기전까진 모병제로 가는게 당연하게 생각했었는데...
읽고보니 그 또한 답이아니네요.
대한민국이 외침없이 번영하는 길로 갈수있게.
작은 글이라도 계속 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