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은성수 위원장, 결국 사모펀드 옥죄기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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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 은성수 위원장, 결국 사모펀드 옥죄기 나서나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11.15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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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서 “사모펀드 시장 규제 완화 필요” 강조
취임 후 악재 잇달아 발생하자 “소비자 보호해야”
‘DLF 사태 대책’, 사모펀드 시장 타격 우려 높아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금융당국의 일명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대책’으로 사모펀드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시장 진입 문턱이 높아진 탓이다. 특히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취임 후 사모펀드 시장 규제 완화에 부정적인 입장으로 급선회하면서 시장에 혼란을 불러일으켰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14일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개인투자자의 사모펀드 시장 접근성을 약화시킨 것이다. 먼저 은행‧보험사에서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으로 분류되는 사모펀드‧신탁 상품 판매가 제한된다. 또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 최소투자금액은 1억원에서 3억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됐다. 고령투자자 요건도 만 70세 이상에서 만 65세 이상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 사모펀드 가입 문턱 높여…시장 위축 우려

은 위원장은 15일 ‘금융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간담회’에서 이와 관련 “소비자 보호와 금융시스템 안정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사모펀드의 모험자본 공급 기능은 유지하고자 노력했다”며 “금융사들이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의 바람과 달리 금융업계에서는 사모펀드 시장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당국이 ‘불완전 판매’ 등 ‘DLF 사태’를 불러일으킨 사모펀드 판매 과정을 문제 삼는 데 그치지 않고 판매 조건, 즉 판매 자체를 제한해서다. 소비자의 사모펀드 가입이 어려워지다 보니 은행에서는 사모펀드 판매 규모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로 인해 사모펀드 시장이 축소될 경우 ‘모험자본 유입’이라는 고유 기능까지 영향을 받는다.

특히 취임 전 사모펀드 시장 규제 완화 필요성을 언급했던 은 위원장이 두 달 만에 사모펀드 시장을 고강도로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 위원장은 금융위원장 취임 전 청문회에서 “이전부터 사모펀드 규제 완화를 주장해왔다”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모펀드 논란 등에도) 여전히 사모펀드 자체는 활성화돼야 한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간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끌어오기 위해 ‘사모펀드 시장 규제 완화’를 추진한 금융당국 기조와 일맥상통한 발언이었다.

◆ 은 위원장, 오락가락 발언...지나친 코드 맞추기?

은 위원장의 입장 변화가 감지된 건 지난달 10일 취임 한 달 째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였다. 당시 그는 ‘DLF 사태’뿐 아니라 조 전 법무부 장관의 사모펀드 논란,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등을 거치면서 “(사모펀드 규제 완화에 대한) 입장이 바뀐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반복되는 악재에 소신만 이야기하기 보단 소비자 측면을 들여다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사모펀드 시장 규제 완화를 기대하던 금융업계에서는 혼란만 가중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2010년 옵션 쇼크, 2011년 주식워런트증권(ELW) 사태 등을 보면 문제가 터진 뒤 각종 규제가 도입되면서 관련 시장이 거의 사라져버린다”며 “‘DLF 사태 대책’ 역시 사모펀드 시장 침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은데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활성화를 외쳐온 것과 정 반대되는 결정이어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 소비자 책임‧보호 강화 방안 미비

은 위원장이 강조해왔던 소비자 책임‧보호 강화 방안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는 ‘투자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DLF 사태’의 원인으로 은행의  ‘불완전 판매’ 가능성을 제기했다. 즉 소비자가 본인의 투자 판단에 책임을 지도록 하는 ‘완전 판매’라는 보호 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는 “공짜 점심은 없다”고 말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면서 “금융상품이 안전한지 잘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은행 책임이라고만 볼 수 없고 공동 책임”이라며 “다만 은행이 불완전판매에서 설명 의무 등을 더 신경 쓰지 않은 데에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앞선 청문회에서도 은 위원장은 ‘DLF 사태’와 관련 ‘투자의 책임이 투자자에게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바 있다.

또 “판매 과정에서 상품을 잘못 소개해 피해가 일어나는 일은 발생해선 안 된다”며 불완전 판매로 인한 소비자 보호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실제 ‘DLF 사태’ 피해를 주장하는 소비자들은 불완전판매, 즉 판매 과정을 문제 삼았다. 은행에서 정확한 상품 구조나 “원금을 잃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서류 등 형식적 절차 외에 내용적 측면의 미비점이 발견되기도 했다. 특히 소비자에게 상품을 설명하는 프라이빗뱅커(PB) 조차도 상품 구조‧위험성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8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8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이번 ‘DLF 사태’ 대책에서 사모펀드 최소투자금액 상향 조정 외에 소비자 책임을 논하는 내용은 없었다. 불완전 판매 관련 주요 대책은 ▲자필‧육성 진술 등 설명 이행 및 위험 숙지 방식 보강 ▲판매 자료 10년 보관 ▲투자자 성향 분류 유효기간 설정 ▲판매 직원 대필 및 투자자 성향 조작 등 불완전판매 유도 행위 제재 ▲불완전판매 제재 강화 등 형식적 절차에 한정됐다.

특히 금융당국이 판매 과정이 아닌 판매 자체를 제한하는 데 집중하면서 실질적으로 소비자 책임‧보호 강화 측면의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장 우려되는 건 새로운 형태의 고위험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같은 사태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금융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4년 전 ‘고령투자자 보호방안’에서 가입 확인서가 도입되는 등 금융사의 불완전 판매 예방을 위한 형식적 절차는 꾸준히 보완됐는데도 이번 ‘DLF 사태’가 다시 벌어졌다”며 “단순히 판매 과정에 서류를 추가하거나 판매 절차를 복잡하게 하면 다른 금융상품에서 같은 사태가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실질적으로 불완전 판매를 예방하려면 소비자가 상품 구조, 최소한 손실 가능성을 정확히 인지해야 하는데 이 부분을 나이‧투자금액 만으로 제한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소비자‧판매자 수준을 어떻게 높일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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