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곤 칼럼] 양정철, 이번에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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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 칼럼] 양정철, 이번에 잘했다
  • 윤태곤 정치분석가(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 승인 2019.11.15 11:5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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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병제 이야기, 그 자체가 진전이다
모병제, 대선때까지 이야기해보자
윤태곤 정치분석가
윤태곤 정치분석가

[윤태곤 정치분석가] 총선을 앞두고 민주정책연구원에서 모병제 이슈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지난 7일 민주연구원 이용민 연구원 명의로 「분단상황 속 ’정예강군’ 실현 위해, 단계적 모병제 전환 필요」라는 보고서가 나왔기 때문이다.

민주정책연구원이나 민주당은 “연구원 개인의 보고서일 뿐”이라는 ‘공식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리고 당장 모병제가 실시될 가능성도 극히 낮아 보인다. 하지만 눈 앞에 다가온 안보환경과 인구구조의 변화 속에서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모병제 전환 필요' 보고서, 정치권 관심 모으기 성공

모병제 자체에 대한 찬반을 떠나 이 논쟁 자체에서 몇 가지 시사점을 찾아볼 수 있다. 일단 총선을 앞두고 여야 간, 나아가 한국 사회 전체의 정책 논쟁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조국 전 장관 사퇴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대학입시 정시 확대를 천명하자 입시 제도에 대한 논쟁이 점화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두번째로 이 논쟁은 여권 내 이니셔티브 투쟁의 소재로 비화되고 있다. 최근 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서 김해영 최고위원이 모병제에 비판적 견해를 표출하는 동시에 "국가적으로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을 사전에 논의 없이 나가게 하느냐"고 양정철 원장에게 따졌다는 것.

정치 구력은 양 원장이 초선인 김 최고위원에 비해 훨씬 앞선다. 하지만 부산의 중심인 연제를 지역구로 둔 40대 초반의 김 최고위원은 ‘조국 사태’ 때부터 제 목소리를 내놓은 민주당의 기대주다.

김 의원의 ‘브레이크’는 모병제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임에 동시에 광폭 행보를 보이는 양 원장에 견제구로 해석할 수 있다. 양 원장은 광역단체장, 현역 의원들을 반(半) 공개적으로 만나면서 총선에 대한 메시지를 거침없이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병제 자체에 대해 좀 더 집중할 때가 됐다. 당장 모병제를 하고 안 하고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볼 때 더 중요한 것은 이런 '메가(Mega) 이슈'를 중심에 놓고 토론과 논쟁의 판을 벌리는 것이다.

그 속에서 남녀평등, 저출산, 국가 재정, 인권, 고령화, 전력 구조 변화, 통일 대비 등 다양하고 중요한 논점들이 제기될 수 있다.

정치권에 모병제 논쟁에 불을 지핀 민주연구원의 양정철 원장. 사진= 연합뉴스
정치권에 모병제 논쟁에 불을 지핀 민주연구원의 양정철 원장. 사진= 연합뉴스

2016년 김두관, 남경필등 주도 모병제 논의하기도

전례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지금은 정치를 떠난 남경필 전 지사가 이미 3년 전에 화두를 제시했었다. 당시를 돌아보면 상당히 의미있는 장면들이 많다. 2016년 9월 5일 '모병제 희망 모임'이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발제는 대표적 진보 법학자인 안경환 전 인권위원장이었고 토론자는 김두관 의원과 남경필 당시경기 지사였다. 모병제 희망모임에는 변양균 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윤여준 전 장관 등 이 이름을 올려놓고 있었다. 그 모임은 정두언, 박형준, 정의화 등과도 교류했다. 모병제라는 의제를 가지고 합리적 진보, 개혁적 보수로 꼽히는 인사들이 모였던 것.

당시 중앙 정치의 의제는 무엇이었을까? 우병우 민정수석 처가 빌딩 매각 논란 등이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총선 참패 이후 엉뚱하게도 친박핵심인 이정현 의원을 당대표로 선출했었고 야당은 문재인의 민주당과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이에 비하면 모병제 이슈는 품격과 비젼을 동시에 갖춘 것. 하지만 곧이어 미르재단, K재단 등이수면 위로 올라왔고 이후 정국은 모두가 아는 바 대로 진행됐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여당의 모병제 검토에 대해 "선거를 위한 또하나의 도구로 만드는 것"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사진= 연합뉴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여당의 모병제 검토에 대해 "선거를 위한 또하나의 도구로 만드는 것"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사진= 연합뉴스

모병제 이슈, 미래를 위한 논의 가치 있어... 정책논쟁 신호탄

민주정책연구원이 모병제 이슈를 띄워 올린데 다른 속마음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제 이야기할 때가 됐다. 모병제를 당장 채택하지 않더라도 논쟁 속에서 다른 성과물이 도출될 것이다. 지금 논쟁을 시작하면 대선 즈음에는 미래에 대한 구체적 그림이 나올 거다. 좋은 그림 그리는 쪽이 국민에게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자세로 경쟁을 시작하면 된다.

그리고 “우리 수사하면 정치검찰, 저 쪽 수사하면 정의 구현” 같은 저급한 논쟁을 중단할 수 있으면 그거 자체만으로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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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선인 2019-11-16 12:07:58
한국의 인구구조가 생각보다 급변하고 있고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전쟁개념이 변하고 있는 이 시대에
빨리 군인력 구조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