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게 섯거라' 디즈니플러스 출격...국내 OTT 시장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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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게 섯거라' 디즈니플러스 출격...국내 OTT 시장 들썩
  • 김상혁 기자
  • 승인 2019.11.14 1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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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비스 시작...월 구독료 7달러, 넷플릭스보다 훨씬 저렴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AI큐레이션 고객 데이터베이스 확보 전략
국내 이동통신 3사도 협력 고심
지난 12일 미국과 캐나다,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디즈니의 새로운 OTT '디즈니플러스'가 서비스를 개시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2일 미국과 캐나다,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디즈니의 새로운 OTT '디즈니플러스'가 서비스를 개시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9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콘텐츠 공룡' 미국의 월트디즈니컴퍼니가 'Disney+(디즈니플러스)'를 오픈했다. 이에 따라 넷플릭스가 위세를 떨치고 있던 OTT 시장에 거대한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특히 국내에서도 이동통신 3사가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디즈니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새로운 OTT(Over The Top,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인 '디즈니플러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우선 미국, 캐나다, 네덜란드 등에서 먼저 선보였고 이후 호주, 뉴질랜드, 영국, 독일 등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다만 한국 론칭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디즈니·마블·픽사·내셔널지오그래픽 다 합쳐 7달러

디즈니플러스의 힘은 무엇보다 100년 가까이 축적된 강력한 콘텐츠에서 비롯된다. '미키마우스'로 시작해 '심슨가족', '스타워즈', '어벤져스'시리즈까지 디즈니가 보유한 목록은 다른 OTT 서비스 업체를 압도한다. 미국 역대 흥행 상위 영화 100편 중 47편을 디즈니 또는 디즈니가 인수한 21세기 폭스가 소유하고 있다. 또 아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높은 연령대가 즐겨보는 다큐멘터리까지 포진해 전 세대를 아우르며 이들의 충성도도 높다.

반면 OTT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업체인 넷플릭스가 보유한 오리지널 콘텐츠는 1000여 편으로 디즈니가 가진 8000여 편에 비해 한참 부족하다. 이와 함께 디즈니는 그동안 넷플릭스에 공급했던 자사 콘텐츠를 내년 계약 만료와 함께 모두 회수할 예정이다. 

디즈니플러스의 모든 영상은 월 6.99달러(약 8100원) 또는 연 69.9달러(8만1000원)이라는 가격으로 무제한 볼 수 있다. 넷플릭스의 중간 가격대인 스탠다드 1만2000원에 비하면 파격적인 액수다.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영리한 가격 책정으로 소비자를 모으는데 매우 효과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를 증명하듯 '디즈니플러스'는 오픈 첫 날 10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이는 뉴욕타임즈가 예측한 800만 명을 뛰어넘는 수치다.

디즈니플러스가 제공하는 '마블시리즈'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영화 콘텐츠 중 하나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디즈니플러스가 제공하는 '마블시리즈'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영화 콘텐츠 중 하나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저렴한 가격은 'AI 큐레이션' 데이터 확보 위한 선택?

다만 디즈니가 이처럼 파격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정한 것은 단순히 가입자를 끌어 모으는 것을 넘어 AI(인공지능) 데이터 확보를 위한 것으로 보여진다.

OTT에서 중요한 것은 해당 플랫폼이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영상을 추천하는 'AI 큐레이션' 시스템이다. AI는 여러 데이터를 분류하여 필요한 정보를 발견하고, 각 정보를 연결한 뒤 이용자에게 제공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따라서 AI 큐레이션은 플랫폼의 양적, 질적 향상에 중요한 기술로 손꼽힌다.

AI 큐레이션은 대략적으로 ▲집계 ▲큐레이션 ▲개인화 ▲생성 네 단계로 이뤄진다. '집계'는 해당 플랫폼이 내부와 외부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렬하는 단계다. '큐레이션'은 AI와 머신 러닝 도구를 이용해 정렬된 데이터를 조합, 적절한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다음 '개인화'는 해당 정보가 이용자의 요구사항과 맞는지 확인하고, 지속적인 집계와 업데이트를 거쳐 완성도를 높이는 순서다. 마지막으로 '생성'은 해당 플랫폼 조직 내에서 정보를 공유, 다른 팀 구성원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만드는데 도움을 주는 것을 말한다. 이 모든 것이 되도록 많은 고객 데이터 확보를 바탕으로 한다.

1997년 설립된 넷플릭스의 경우 2007년부터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급격히 세를 넓혀 2017년에는 전세계 가입자 1억 명을 돌파해 현재 1억 5000만여 명이 넷플릭스를 이용하고 있다. 미국의 IT매체 리코드에 따르면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 이용자가 약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넷플릭스가 10년 넘게 축적해온 이용자 정보는 디즈니플러스가 갖지 못한 것으로 저렴한 가격 정책의 이유로 분석된다. 반면 디즈니플러스에 비해 콘텐츠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넷플릭스는 올해에만 총 150억 달러(약 18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는 디즈니플러스가 2024년까지 투자할 20억 달러(약 2조 2400억 원)의 7배가 넘는 액수다.

디즈니플러스는 디즈니, 픽사, 마블,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영화 600편과 TV쇼 7500편을 매달 약 7달러의 저렴한 가격으로 선보인다. 사진=디즈니플러스 개시 유튜브 영상
디즈니플러스는 디즈니, 픽사, 마블,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영화 600편과 TV쇼 7500편을 매달 약 7달러의 저렴한 가격으로 선보인다. 사진=디즈니플러스 유튜브 영상

◆국내 OTT 시장도 들썩

국내 OTT 시장도 덩덜아 들썩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넷플릭스와 손을 잡으며 재미를 봤다. 자사 IPTV에 넷플릭스를 넣은 '플랫폼 내 플랫폼(PIP)' 방식으로 시작해 '킹덤', '범인은 바로 너' 같은 오리지널 콘텐츠까지 선보이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최근 SK텔레콤은 자사 OTT '옥수수'와 지상파 3사가 연합한 플랫폼인 '푹'을 통합해 새로운 OTT '웨이브'를 선보였다. KT는 이달 중 새로운 OTT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처럼 각 이동통신사는 저마다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지만 외국 OTT의 공세에 대항하기에는 부족해보인다. 웨이브의 경우 2023년까지 콘텐츠 제작에 3000억원을 사용할 예정이지만 넷플릭스는 물론 아마존이나 애플이 투입할 60억 달러(약 7조원)에는 미치지 못한다. 때문에 이통3사가 디즈니플러스와 협업하는 모양새가 관측된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 곳은 SK텔레콤이다. 박정호 사장은 지난 6월 ‘5G플러스 전략위원회’에서 "디즈니와의 협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지난 9월 제주도에서 열린 SK가 주최 애널리스트 초청 비공개 간담회에서 디즈니플러스와 만날 의향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해당 발표를 인정하면서도 "다만 다른 이통사와 비슷한 수준의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지 'SK텔레콤이 가장 적극적이다'라는 뜻은 아니다"라 확대해석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KT의 경우 공식입장을 내놓진 않았다. 그러나 국내 IPTV 가입자 수 최다업체인 만큼 고객 데이터 확보가 가장 유리하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와 다년 독점계약을 맺은 상태라 가능성이 가장 낮다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디즈니플러스 출범 당시 뉴욕타임즈는 "'토르의 마법망치'를 내려친 것과 같다. 모든 것을 바꾸는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과연 디즈니플러스에서 시작되는 진동이 국내외 OTT 시장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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