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희 칼럼] '유동성 미스매치' 2019년은 어디에 투자했어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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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희 칼럼] '유동성 미스매치' 2019년은 어디에 투자했어야 했나?
  • 서진희 금융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1.1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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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2019년초 유동성 축소 따른 '위험자산 축소' 추천...현재까지 완전 빗나가
실제로는 위험자산인 주식·부동산은 물론 안전자산인 국채, 금값까지 상승...매우 이례적
풍부한 유동성, 투자와 소비 확대로 이어지지 않아....유동성 수급 '미스매치'
서진희 금융 칼럼니스트
서진희 금융 칼럼니스트

[서진희 금융 칼럼니스트] 11월에 들어서면서 2019년도 두 달이 채 남지 않게 됐습니다. 아직 연말이라고 하기엔 이른 감이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 2019년을 되돌아보며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포인트를 체크하거나, 앞으로 눈여겨 봐야 할 사항을 미리 확인해두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유동성 공급은 계속된다

우선은 글로벌 유동성 상황을 살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2008년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부터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은 돈을 찍어내는(money printing) 방식으로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부실금융기관을 구제했습니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거의 마무리된 2013년 이후에도 미 연준은 직접적인 화폐공급에 더해 시장에서 채권을 매입해주면서 지속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했습니다. 이렇듯 직접적이고 무제한적인 화폐공급에 대해, 초기에는 대공황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가장 심각한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임시조치라고 여겨졌으나 어느 정도 위기상황이 진정된 후에는 인위적으로 경기사이클을 유지시키기 위한 방편이라고 의심할 정도로 지속되고 있습니다.

유럽과 일본 역시 미국과 유사한 방식으로 거의 무제한의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했는데, 때로는 국지적 금융위기의 해결(스페인, 그리스 등 남유럽 금융위기)을 빌미로, 때로는 국내 경기부양(일본의 경우)을 목적으로 내세웠습니다. 전세계에서 기축통화를 발행하는 중앙은행들이 유동성 공급에 나서자, 영국, 중국 및 주요 신흥국까지 지급준비율 및 금리 인하 등 전통적 완화정책을 통해 (주로 자국의 경기부양이나 선진국과의 금리격차 유지 등을 내세워) 유동성 확대에 동참했습니다.

위의 두 표는 미국, 일본 및 유럽으로 구성된 G3와 G3+영국 중앙은행들의 자산 증감을 시계열로 표시한 것입니다. 2008년 이후 모든 중앙은행의 자산이 급격히 증가(화폐를 시장에 공급하는 대신 채권매입 등을 통해 중앙은행 대차대조표 상 자산이 증가)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금융위기 상황이 대략 마무리되었던 2015년에 감소한 유동성 공급은 2016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공급된 유동성을 통해 중앙은행들은 1차적으로 부실 금융기관으로부터 부실자산을 매입하는 구제금융프로그램을 시행합니다. 위기상황이 마무리된 후에는 부실자산 매입을 위해 시장에 풀린 유동성을 다시 회수해야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미 연준을 비롯한 모든 중앙은행이 경기방어와 소규모 금융위기 대응을 내세우며 유동성 회수시점을 늦추거나 오히려 금리인하 등을 통해 시장에 유동성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8년에는 미 연준의 양적완화 종료 선언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되었는데, 그당시 연준은 이를 금융위기에서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유동성 축소의 첫단계가 시행되면서 하반기에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주식시장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혼돈과 이슈로 가득 찬 2019년... 과연?

2019년을 되돌아보면 금융시장에 충격을 가져온 이슈들을 어렵지 않게 꼽을 수 있습니다. 쉽게 기억나는 것만 꼽아봐도 (1)해결되지 않은 미-중 무역전쟁 (2)장단기 금리 역전 (3)유로존/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확산 (4)브렉시트 혼란 (5)중국 산업생산 감소 (6)유가 상승 (7)트럼프대통령 관련 스캔들 (8)아르헨티나 국채 부도 (9)회사채(미국 포드) 신용등급 하락 및 영국 토마스 쿡 파산 (10)중동 및 남미, 터키 등에서의 지정학적 위험 증가 (11)기업이익 증가세 둔화 등의 굵직한 이슈들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크게 다뤄지지 않은 이슈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거시경제 및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2019년을 시작하면서 경기싸이클의 하강과 유동성 축소에 따른 주식시장의 하락을 예상하고 위험자산 축소(risk-off)를 추천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시장상황은 어땠을까요?

10월말 기준 글로벌 주식시장은 지난 1년간 25% 상승하였고, 특히 미국주식은 약 30% 상승했습니다. 원자재 가격은 17%, 글로벌 회사채(투자등급/하이일드)는 14% 상승했고, 미 국채 역시 약 10% 가량 상승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위험자산인 주식이 가장 높은 상승율을 보였고, 안전자산이라고 여겨지는 미 국채 또한 두 자리 수의 상승율을 보였습니다. 이렇게 보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모두 2019년은 투자자에게 최고의 한 해로 기록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래의 2019년 8월말을 기준으로 한 자산군별 수익률 랭킹을 봐도, 2019년은 전체 자산군이 양(+)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가장 수익율이 낮은 자산군을 기준으로 했을 때(Cash 1.7%) 2006년(원자재 2.1%)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수치입니다.

여러분의 2019년 투자 수익률은?

그렇다면 2019년 여러분의 투자수익률은 어땠나요? 아마도 많은 투자자들이 (본인의 투자성향과 무관하게) 주식 등 위험자산에 쉽게 투자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2019년 글로벌 금융시장은 대다수 전문가들이 주장한 경기후퇴론과 경기를 부양하고자 했던 정책당국 사이에서 쉽게 결정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위의 표를 보면 좀 더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2018년말 주식시장의 급격한 하락과 2019년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 등으로 2019년 내내 위험자산(특히 주식)에 대한 투자심리는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미국 투자자 심리를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인 투자자 확신지수는 미국 주식이 2019년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10년 내 최저치를 찍고 있습니다.

2018년 하반기의 금융시장 경색을 경험한 이후, 급격한 경기하락과 신용경색을 우려한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는 양적완화의 정상화 대신 유동성 공급의 지속 또는 확대에 나섰고, 이는 2019년 내내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초강세를 이끌었습니다.

S&P500 지수를 비롯한 미국 주식시장은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부동산 역시 리츠(REITs) 기준 23% 이상 상승했습니다. 반대로 개인과 기관투자자들은 실물경기 둔화 및 금리인상 우려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화됐습니다.

금리인하를 통해 채권가격은 2019년 내내 강세를 보였는데, 특히 마이너스 국채금리에도 불구하고 안전성을 이유로 독일국채에 투자자가 몰리는 현상과 미국 국채 시장에서 장단기 금리가 역전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결국 2019년은 위험자산인 주식과 부동산은 물론 안전자산인 국채, 금값까지 상승하는 매우 이례적인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유동성 공급을 통해 전세계 중앙은행과 정책당국은 기업의 투자와 개인의 소비 확대를 통해 경기하락을 방어하고 성장율을 일정수준 유지시키고자 합니다. 그런데 이런 의도와 달리, 시장에 투입된 유동성이 투자와 소비 확대 효과를 일으키는 대신 부동산, 주식, 채권 등 자산가격의 상승을 부추기면서 자산 가격 버블 논란까지 불러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떻게 보면 유동성 수급의 미스매치라고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왜 유동성이 기업투자와 소비의 확대로 이어지지 않았는지에 대한 다양한 분석은 다음 기회에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2019년 금융시장을 돌아보니, 올 한 해는 유동성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2020년은 미국 대통령선거와 맞물려 미 연준의 정책이 다시금 주목받을 것입니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과 브렉시트의 전개방향, 주요국 경기둔화 시그널에 따라 유럽과 중국 통화당국 역시 적극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아직 내년 시장의 향방을 논하기엔 이른 시점이지만 유동성의 향방이 시장의 방향을 가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 서진희 금융 칼럼니스트는 국내 보험사에서 채권운용을 시작으로 국내 및 글로벌 자산운용사에서 20년이상 펀드운용, 상품마케팅과 해외투자를 담당했다. 최근까지 외국계 은행에서 Wealth Management 부서를 맡아 해외 투자상품을 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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