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출신 '호시탐탐'...'우리·농협·신한 금융지주' 차기 회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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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출신 '호시탐탐'...'우리·농협·신한 금융지주' 차기 회장은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11.13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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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금융지주사 회장임기 내년 초 일제히 만료
내년 초 회추위서 최종 단독후보 결정 예상
현직 회장, 실적은 '선방'...채용비리·DLF사태 등은 변수
우리금융·IBK기업은행, 관료출신 낙하산 인사 우려
NH농협은행장도 연내 교체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왼쪽부터). 사진제공=각 지주사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왼쪽부터). 사진제공=각 지주사.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금융지주사에 태풍 수준의 인사 바람이 불고 있다. 주요 금융그룹 3개사 회장들이 내년 3~4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서다.   

이르면 올 연말, 늦어도 내년 1월, 차기 회장 후보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현 회장들이 연임에 성공한다면 이번 인사 이슈는 '찻잔 속 미풍'에 그칠 전망이다.

그러나 미풍이 태풍으로 바뀔 수 있는 변수가 없진 않다.

각 금융그룹의 유력 후보자들에겐 채용비리 재판과 DLF(파생결합펀드)투자자 손실 등 아직 꺼지지 않은 불씨가 남아있다. 이에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금융지주 회장 인사는 뚜껑을 열기 전까지 예측불허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반면 이 같은 의견에 대해, 현직 회장이 사외이사 임명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이렇게 뽑힌 사외이사들이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는 마당에, 연임을 노리는 회장은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 밖에 없다고 반박하는 의견도 있다.

전현직 금융업계 고위 인사들은 이러한 관행으로 자리잡은 금융그룹 회장 인선 과정을 언급하며, "(이번 금융지주사 회장 인선은) 결국 현직 회장이 단독후보 형태로 남는 싱거운 게임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한편에선 관료 출신 외부영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예금보험공사 지분 18.3%를 오는 2022년까지 매각할 예정이지만 아직까진 정부의 인사 개입을 완전 배제할 순 없는 상황이다. 금융지주사는 아니지만 은행장 교체가 임박한 IBK기업은행도 비슷한 상황이다. 

따라서 금융업계 수장 인선을 앞둔 이번 인사에 또 다른 관전포인트는 우리금융지주와 IBK기업은행의 경우 관료 출신이 여전히 물밑서 야망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민간금융기관으로 변신하는 듯했던 우리금융지주와 3연속 내부출신 은행장을 맞이했던 IBK기업은행이 지난 수년간 CEO 인사를 앞뒀던 모습과 사뭇 달라진 광경이다.  

이에 대해 금융계 일각에선 "관료 출신들이 금융회사 수장으로 들어가는 것이 금융산업 발전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 되짚어 봐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들어 관치금융에 대한 경계와 논란이 있었던 점을 깊게 생각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회장, 내년 3월 임기 만료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27일까지다. 차기 회장 후보는 이사회 내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내년 1월 중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은행‧카드‧금융투자‧보험 등 5대 계열사의 전‧현직 최고경영자(CEO) 등을 회장 후보군으로 관리하고 있다. 차기 회장 후보를 결정할 때는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로 전환된다.

회추위는 후보군 가운데 면접 대상자를 선정, 이후 15일~20일 간 면접‧회의 절차 등을 거친다. 최종적으로 현 회장 임기 만료일 2개월 전까지 차기 회장 후보 1명을 추천한다. 앞서 신한금융은 지난 3월 ‘셀프 연임’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회장을 제외하도록 내부규범을 개정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기존 회장 선임 사례를 보면 내년 1월 중 회추위가 본격적으로 가동될 것”이라며 “정확한 회추위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적만 놓고보면 조 회장 연임은 ‘탄탄대로’다. 신한금융은 지난 2017년 KB금융그룹에 뺏겼던 ‘리딩뱅크’ 자리를 지난해 재탈환 해왔다.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잠정) 또한 2조8960억원을 기록, 금융지주사 중 1위다.

오렌지라이프‧아시아신탁 등 비은행부문 인수합병(M&A)에 성공하면서 비은행부문 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다만 덩치 큰(2조2989억원에 인수, 지분율 59.15%) 오렌지라이프가 앞으로 예상 했던만큼 퍼포먼스를 만들어 나갈지는 미지수다.    

변수는 또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조 회장 관련 재판이다. 검찰이 조 회장을 은행장 시절 채용 관련, 관여 여부를 놓고 기소한 사건인데, 내달 1심 판결을 앞 두고 법정 싸움이 진행 중이다.  신한금융지주 내부 규정은 대법원 상고심 이전 판결 내용이 회장 선임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돼있다. 따라서 내달 1심 판결이 절대적 변수로 작용하진 않는다 해도, 회추위내 여론에는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이)재임 기간 성과가 좋았던 점을 고려하면 경영 안정성‧지속성을 위해 연임할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며 “그러나 금융업을 바라보는 당국의 칼날이 날카로워져서 지주 회장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1년 만 다시 뽑는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거취도 눈길을 끈다. 손 회장은 올초 우리은행이 지주 체제로 바뀌면서 우리은행장을 겸임하고 있다. 지주 회장 임기는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이고 우리은행장 임기는 내년 연말까지다.

우리금융은 주주총회 1개월 전부터 이사회 내에서 회장 후보 추천을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시작한다. 임추위에서 대표이사 회장 후보를 추천하면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를,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회장을 선임한다. 우리금융 역시 구체적인 임추위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손 회장 또한 성과 면에서 큰 결점을 찾을 수 없다. 우리금융은 지주 재출범 원년인 올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잠정) 1조8061억원을 냈다. 실적과 별도로 손 회장이 4년 만에 지주사 체제 전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데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특히 우리카드‧우리종합금융을 자회사로 편입하고, 동양·ABL자산운용과 국제자산신탁 등을 인수하며 금융지주사로서 기틀을 잡는 데 능력을 발휘했다.

특히 우리금융 안팎에서는 금융지주사 체제 정착을 위한 손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러나 최근 벌어진 DLF 판매 논란은 약점이다. 거꾸로 보면 손 회장의 경우 임기 중 DLF 판매만 아니었다면 연임에 걸림돌은 없었다는 얘기다. 우리금융지주 회장 자리에 대한 하마평이 최근 무성해진 것은 DLF 사태 직후와 맞닿아 있다.     

정부 지분(예금보험공사 보유 18.3%)이 우위인 우리금융지주의 지배구조상 DLF 사태 이후, 관 출신 인사들이 회장 자리를 놓고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은 경제계와 금융계에 공공연한 사실이다.    

반면 우리은행측은 판매했던 일부 독일 금리 연계 DLF 상품이 최근 수익 구간에 들어서면서 징계 사유가 사라진 것 아니냐며 가슴을 쓸어내리며 손 회장 유임에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내년 4월 임기 만료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임기도 내년 4월 28일 끝난다. 농협금융은 임기 만료 40일 전까지 이사회 내 임추위에서 최종 후보 1명을 선정한다. 이후 이사회 보고와 주주총회를 거쳐 차기 회장을 선임한다. 우리금융‧농협금융 역시 임추위에서 현 회장은 제외된다.

농협금융은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1조3937억원을 내며 2012년 지주 출범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의 100% 자회사로 농협금융 회장은 농협중앙회장의 의중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현 김병원 중앙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 11일까지여서 차기 중앙회장 선거(내년 1월 31일) 결과가 나온 후에야 김 회장의 연임 여부가 뚜렷해질 전망이다. 김 중앙회장이 차기 금융지주 회장 인선에 관여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 이대훈 NH농협은행장(왼쪽부터). 사진제공=각 은행
김도진 IBK기업은행장, 이대훈 NH농협은행장(왼쪽부터). 사진제공=각 은행

내달 교체 앞 둔  IBK기업· NH농협 은행장은 

임기 만료 직전인 은행 수장들의 거취도 주목받는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다음달 27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IBK기업은행장 인선, 관전포인트는 '내부승진이냐, 외부영입이냐' 이다. IBK기업은행은 최근 3연속 내부승진으로 은행장 인선이 이뤄졌다. 이번에도 내부 승진 인사가 행장에 오른다면 앞으로 전통으로 남을 수도 있다. 내부 승진 대상자로는 임상현 전무(수석부행장), 김영규 IBK투자증권 사장 과 당연직 행장 후보자인 부행장급 임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의 쇄신을 위해 이번에는 관 출신 인사를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대훈 농협은행장의 임기는 다음달 31일 끝난다. 농협금융은 이달 중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농협은행 등 주요 자회사의 CEO 최종 후보 선정 작업에 돌입한다. 이 행장이 연임에 성공하면 농협은행 최초로 3연임을 하게 된다.

이에 앞서 KB국민은행은 지난 7일 허인  현 행장의 연임을 확정지었다.

업계 관계자는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뿐 아니라 준공공기관 성격을 갖고 있는 농협은행은 인사 향방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며 “은행 내부 사정 외에도 여러 외부 요인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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