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회장, HDC현산+아시아나항공 어떤 미래 그려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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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회장, HDC현산+아시아나항공 어떤 미래 그려낼까
  • 변동진 기자
  • 승인 2019.11.12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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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그룹, 육해공 아우르는 모빌리티그룹 도약" 포부
시내면세·기내면세·호텔·관광 시너지 기대해
"박현주 회장 안목 믿고 미래에셋과 손잡아"
오랜 건설경기 불황에도 재무적 안정 지켜내...승자의 저주 없을 것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HDC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품으면 면세점·호텔·관광·항공산업뿐 아니라 모빌리티그룹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은 12일 오후 3시께 서울 용산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자선정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은 포부를 밝혔다.

이날 오전 금호산업은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 9개월 만에 새로운 주인이 나선 것이다.  

HDC현대산업 컨소시엄은 인수 가격으로 2조4000억∼2조5000억원 수준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애경그룹 컨소시엄, KCGI 컨소시엄은 약 1조5000억∼1조7000억원을 제시해 금호산업 측의 콜을 받지 못했다.

금호산업과 채권단의 아시아나항공 매각 원칙은 자회사인 에어서울과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 6개 회사를 일단 ‘통매각’하는 것이다. 다만 경우에 따라 자회사 개별 매각이 가능하도록 문을 열어뒀다.

◆HDC컨소시엄, 아시아나항공에 재무개선 확실한 보증

정몽규 현산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의 본입찰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아시아나항공이 최고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항공업계는 국내외에서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인수를 통해 항공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건전성’을 직접 언급한 까닭은 10조원에 육박하는 부채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인수 후 대규모 구조조정이 단행될 것이란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는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2분기기준 부채는 9조5989억원, 부채비율은 660%에 육박한다. 총차입 규모는 5조9147억원, 보유현금 등을 제외한 순차입금은 5조4938억원을 기록했다.

정 회장은 “신주 인수는 2조원 이상이 될 것 같다”며 “(2조 이상이 되면) 아시아나항공 재무 건전성이 상당히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LCC(저비용항공사)에 대해서는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한다”며 “어떻게 처분할지 전혀 얘기가 안 돼 앞으로 깊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회장은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경쟁력 강화”라며 “인력조정 등 구조조정은 현재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정 회장의 발언처럼 신주 매입 대금 2조원이 아시아나항공 수혈되면 현재 1조4000억원 수준인 자본금이 3조원 이상으로 늘어나 660%에 육박하는 부채비율도 277%로 떨어져 우량기업으로 가는 기틀이 마련된다. 그러면 회사채 신용등급도 상향돼 자금 조달이 원활해지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를 통해 신규 항공기 도입과 노선 확대 등 공격적인 사업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더불어 앞으로 유럽·미주·중동 등 장거리 노선을 집중 공략하고 화물운송을 강화하는 등 차별화 전략을 쓸 것이라는 전망이 항공업계 중론이다.

◆미래에셋과 컨소시엄, 박현주 회장 인사이트 믿어

정 회장은 미래에셋과 손을 잡은 이유에 대해 “사실 우리 혼자서도 인수할 수 있는 재정 상태에 있다”며 “그러나 지금까지 여러 기업 인수 합병을 성공적으로 해온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안목에서 인사이트(통찰력)를 받고 싶어서 같이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학 선배인 박 회장에 대해 재무적투자자(FI)의 역할인 자금 지원 이상의 협력관계를 기대하고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또 “인수 후 금융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를 구체적으로 정하지는 않았지만, 안정성 있고 경쟁력 있는 방향으로 파이낸스(금융 조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HDC현대산업, 모빌리티그룹 도약…호텔·면세 시너지 기대

정 회장은 HDC현대산업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모빌리티그룹으로 도약할 것이란 속내도 드러냈다. 이와 함께 면세점·호텔 사업 등과 시너지도 기대했다.

HDC현대산업은 현재 항만사업을 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를 인수 후 사업영역을 넓히면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 물류기업으로 성장 가능하다. 

HDC현대산업은 또 지난 6월 ‘한솔오크밸리’ 경영권을 인수한 후 ‘HDC리조트’를 새롭게 출범시켰고, 호텔신라와 함께 시내면세 사업인 HDC신라면세점을 운영 중이다.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은 규모는 작지만 수익률이 높은 기내면세점을 보유하고 있다.

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에도 신형 항공기와 서비스 분야에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 초우량 항공사로서 경쟁력과 기업가치가 모두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HDC현대산업그룹은 항공산업뿐 아니라 모빌리티그룹으로 한걸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 임직원들과 긍정적 시너지를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HDC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품으면 기존 면세점·호텔과 기내면세 사업을 연계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본계약을 체결하고 다양한 사업 방식과 운영 방향 등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가 우발채무는 거의 없을 것" 자신...'승자의 저주' 없을까

정 회장은 실사 과정에서 추가 발견될 우발부채 발생 우려에 대해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실사 과정에서 대부분 어느 정도 나왔다”며 “아주 커다란 문제가 나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 “항공산업에서 가장 큰 것은 안전이라고 생각한다”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것”고 약속했다. 

끝으로 “이번 인수는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 산업이 HDC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부합한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HDC산업개발은 계약이 원활히 성사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금융투자시장 일각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가격이 다소 과한 것이 아니냐며 항공산업경기가 계속 하강할 경우 '승자의 저주'가 도래할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는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HDC 내부적으로 "SK 등 재계 10위내 대기업이 참여하지 않아 인수가격이 예상범위내에 있는 인수금액"이라는 평가가 없지 않다. 시장에서는 오랜 건설경기 불황에도 재무적 안정을 유지해온 현대산업개발 특유의 관리능력을 비쳐볼 때 쉽게 '승자의 저주'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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