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인재영입' 속내는..."나스닥 상장과는 무관, 재무 개선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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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인재영입' 속내는..."나스닥 상장과는 무관, 재무 개선에 초점"
  • 변동진 기자
  • 승인 2019.11.11 2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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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나스닥 상장 추진 가능성 일축
美 위워크 인사서 답 찾아야
손정의 회장, 비전펀드 실패 우려 있지만 투자 지속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제공=연합뉴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제공=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소프트뱅크그룹의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은 지난 6일 7조원 규모의 적자 실적을 발표하면서 ‘너덜너덜’ ‘대(大)적자’ ‘큰 폭풍’ 등의 단어를 쏟아내며 판단 착오에 따른 실책에 대해 사과했다.

이에 이미 손 회장으로부터 3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한 ‘쿠팡’이 추가 투자를 받기 어려워졌다는 지적과 함께 나스닥 상장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쿠팡 측은 IPO(기업공개)는 전혀 계획하고 있지 않으며, 소프트뱅크의 추가 투자도 "필요하지 않다" 선을 그었다. 최근 이뤄진 미국 금융가의 유력 인물 영입도 IPO(기업공개)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30억달러' 유치한 쿠팡의 공격적 투자

쿠팡이 지금까지 소프트뱅크로부터 유치한 금액은 총 30억달러(약 3조4700억원). 지난 2015년 10억달러(약 1조1600억원)에 어어 지난해 11월 20억달러(2조3100억원)를 추가로 투자를 받았다.

쿠팡은 투자받은 자금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 및 외형 확대, 배송 서비스 개선 등에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이같은 공격적 전략은 단기간에 의미있는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쿠팡은 로켓배송·새벽배송·배달 플랫폼 쿠팡잇츠 등을 연달아 선보였고, 올해 거래액은 10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업계 1위인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의 연간 15조원대를 추격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덕분에 매출액은 사업 첫해인 2013년 478억원에서 지난해 4조4227억원으로 늘어났다.

문제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규모다. 막대한 투자로 인해 영업손실은 2015년 5470억원, 2016년 5600억원, 2017년 6388억원, 지난해 1조970억원으로 늘어났다. 누적 적자만 3조원에 달하는데 올해 적자 폭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 자금위기·나스닥상장說 왜 나오나

일각에서 ‘쿠팡 위기론’을 제기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모기업의 실적이 시원찮은 상황에서 손 회장이 쿠팡에 대한 추가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운영자금이 곧 바닥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올해 3분기 연결 재무제표기준으로 7001억엔(약 7조442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5264억엔 규모의 순이익을 기록한 것과는 확실히 달라진 상황이다.

특히 소프트뱅크가 운영하는 세계 최대 스타트업 투자펀드인 ‘비전펀드’는 9702억엔(약 10조3453억원)에 달하는 손실액을 냈다.

비전펀드는 손 회장이 공유경제와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인공지능 등 미래 산업을 주도할 기업에 집중 투자할 목적으로 조성한 1000억달러(약 119조원) 규모의 펀드다.

차량공유 ‘우버(Uber)’에 93억달러를 투자한 것을 비롯해 ▲반도체설계 ‘ARM’ 80억달러 ▲사무실공유 ‘위워크’ 44억달러 ▲그래픽처리장치(GPU) ‘엔디비아’ 40억달러 등 세계 90개 가량의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손 회장은 지난 6일 실적 발표에서 2시간 동안 자책성 발언을 하며 사과한 것을 감안할 때 당분간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이후 쿠팡의 가용자금이 1조6000억원 가량이며 현재 수익 구조와 전략을 수정하지 않으면 보유 자금이 1~2년 내 소진될 것이라고 전망해 쿠팡의 위기론에 불을 지폈다.

여기에 쿠팡이 최근 미국 금융계 출신 인사들을 잇달아 영입하자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는 루머로 이어지고 있다.

쿠팡은 최근 나이키에서 부사장으로 일하며 외부 회계감사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보고 등을 담당했던 마이클 파커씨를 최고회계책임자(CAO)를 영입했다. 지난 9일 쿠팡에 합류한 케빈 워시는 전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이사로 2006년~2018년까지 미국 중앙은행(Fed) 이사를 지냈고, Fed 의장 후보로 거론됐던 유력인사다.

◆쿠팡 “나스닥 상장, 몇명 영입한다고 될 일이냐”

‘위기에 따른 나스닥 상장’ 가능성에 대해 쿠팡과 손 회장은 사실무근이라고 강하게 부정했다.

쿠팡 고위 관계자는 “당장 소프트뱅크 추가 투자는 필요 없다”면서 “나스닥 상장도 전혀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나스닥 상장이 사람 몇 명 영입해서 준비한다고 하루아침에 뚝딱 승인받는 건 아니지 않나”며 “우리나라 기업 중 나스닥에 상장된 회사가 몇 개가 있는지와 상장 과정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안다면 무책임하게 꺼낼 얘기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의 설명대로 SK바이오팜은 미국에 수면장애 신약 ‘솔리암페톨’를 판매 중이고, 소아희귀뇌전증치료제, 희귀신경계질환치료제 등 글로벌 시장을 염두해 개발 중이지만 나스닥 시장을 포기하고 국내 증시로 눈을 돌렸다. 이외에 많은 IT·바이오 기업들이 나스닥 상장을 노리고 있지만, 이렇다 할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쿠팡처럼 소프트크뱅크 비전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은 ‘위워크’ 역시 나스닥 진출에 실패했고, 우버는 상장 이후 주가 부진을 겪고 있다.

◆인재영입, 새 거버넌스 기준과 같은 맥락

결국 쿠팡의 인재영입은 향후 추가 투자를 위한 수익성과 재무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는 게 설득력 있어 보인다.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위워크의 최근 인사내용도 이와 맞닿아 있다.

소프트뱅크는 최근 위워크 재건을 위해 창업자 애덤 뉴먼 CEO를 경질했다. 그리고 미국 통신 자회사 스프린트의 마르셀로 클라우레 전 CEO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뿐만 아니라 이사 10명 중 5명을 소프트뱅크그룹 및 비전펀드와 연관된 이들로 채워 위워크의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할 계획이다.

아울러 스타트업 투자와 관련해 ▲새로운 의사회 의석 중 최소 1석 이상을 갖고 ▲창업주나 경영진이 이사회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하는 거버넌스 기준을 작성키로 했다.

손 회장은 비전펀드 운용 실패에 대해서 인정하면서 “전략 변경 없이 꾸준히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전펀드가 투자한 기업은 이미 매각까지 마친 기업을 포함해 90개 정도다. 이 중 37개사에선 총 1조8000억엔가량 기업가치가 높아졌고, 22개사에선 기업가치 손실이 6000억엔가량 있었다는 것이 그룹 측 설명이다.

손 회장은 “금액으로만 따지자면 3승1패 정도”라며 “(지금 비전펀드에 대한 비판은)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와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에도 거짓이란 불안의 목소리들이 지배적이었지만 현재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이 됐다”며 ‘비전펀드 2호’를 1호와 비슷한 규모로 착실히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쿠팡을 둘러싼 외생변수가 극단적으로 달라질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다만 실속 경영에 대한 관심은 높아질 전망이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대외 환경을 고려하면 쿠팡은 앞으로 단기적으로 외형 성장보다 손익 개선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쿠팡 관계자는 “고객 서비스 향상과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는 이어질 것”이라며 “외부에서 나오는 IPO 관련 발언은 무시해도 좋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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