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의 예술적인 法] 프로듀스X101 사건, 형사처벌로 끝낼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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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예술적인 法] 프로듀스X101 사건, 형사처벌로 끝낼 일인가
  • 김민정 변호사(법무법인 휘명)
  • 승인 2019.11.1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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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영 PD, 김용범 CP 구속...사기 업무방해 배임수재혐의 처벌 불가피
방송사인 CJ ENM "성과급 노린 제작진의 일탈일 뿐"...사과와 개선책 없어
선거 여론조사와 오디션 프로그램 투표 유사점 많아...개선책으로 활용할만
"시청자 투표에 감시기능을 부여할 실효성 있는 방송법 개정 시급"
김민정 변호사
김민정 변호사

[김민정 법무법인 휘명 변호사] 지난 5일 CJ ENM 엠넷의 '프로듀스Ⅹ101'을 연출 및 기획한 안준영 PD와 김용범 CP가 구속되었고, 안PD는 전체 4개 시즌 가운데 두 시즌(시즌 3,4)에서 투표조작 혐의를 인정했다.

이로써 오디션 프로그램의 투표 조작 의혹이 기정사실로 드러나, 직접 아이돌 그룹을 뽑기 위해 시즌 4에만 1363만여 표를 던진 시청자들을 비롯해 이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아이돌 그룹을 응원하는 팬들은 제작진들에 대한 강한 배신감과 불신을 표출하고 있다.

'프로듀스 X 101' 사건 당사자, 무거운 처벌 불가피 

또한 안PD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연예 기획사들로부터 강남 일대 유흥업소에서 40여 차례 접대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슈퍼스타K’를 성공시키며 엠넷의 개국공신으로 불리던 김용범 CP는 안PD의 상급자로 책임프로듀서, 방송 프로그램 제작을 주도하였는데 투표조작을 공모한 것으로 인정돼 안PD와 함께 구속되었다.

그렇다면 이들에게는 형사상 어떠한 혐의가 적용된 것인가? 먼저, 이들은 오디션 투표 결과를 조작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은폐하고 시청자들에게 건당 100원의 문자 투표를 하게 하여 문자 수수료 수익을 챙겼다. 프로듀스X101의 문자 투표는 2000만 표를 넘긴 경우도 있는데 순위 발표를 통해 20억 원이 넘는 문자 수수료 수익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산상의 이득을 편취한 것으로서 사기죄에 해당하고, 그 이득이 5억 원 이상인 경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어 이득액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 징역, 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일 때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의 처벌을 받는다(제3조 제1항).

또한 시청자들에게 순위 조작 사실을 숨기고 투표를 진행한 것은 형법 제314조의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도 해당한다. 위계란 '행위자가 행위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하고(대법원 2018. 7. 24. 선고 2015도12094 판결) 위계에 의하여 업무의 적정성 내지 공정성이 방해된 경우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

뿐만 아니라 안PD는 오디션 참가자들이 소속된 연예기획사의 간부로부터 순위 조작을 대가로 40여 차례에 걸쳐 액수로 1억 원이 넘는 접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배임수재죄에 해당한다(형법 제357조 제1항).

위의 안 PD와 김 CP의 사기 등 범죄 혐의는 이들이 법정구속된 것으로 보아 상당부분 인정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안 PD가 혐의의 일부를 자백하여 투표 결과 조작이 사실로 드러남에 따라 이들에 대한 무거운 처벌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청자 투표조작 파문을 일으킨 CJ ENM 엠넷의 프로듀스X101. 사진= 연합뉴스
시청자 투표조작 파문을 일으킨 CJ ENM 엠넷의 프로듀스X101. 사진= 연합뉴스

방송사 CJ ENM 책임은 없나...방송법 개정 요구도

그렇다면 방송가에 큰 파장을 일으킨 이번 사건은 불과 개인이 저지른 범죄이고 그에 대한 형사처벌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 상식적으로만 판단해도 프로그램의 제작사인 CJ ENM 역시 이들의 사용자, 그리고 방송사업자로서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방통위가 엠넷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현 상황에서 CJ ENM 측은 ‘순위 조작은 성과급을 노린 제작진의 일탈일 뿐'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고, 제대로 된 사과나 자체적인 개선방안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 심지어 새로운 오디션 프로그램 ‘10대 가수’ 제작에 나섰고 현재 지원자를 모집 중인 사실에 많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현행 방송법상 이렇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CJ ENM 엠넷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할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프로그램 징계를 결정할 경우 과징금과 같은 행정처분을 내리는 정도다. 엠넷의 입장에서는 담당 PD가 처벌받고 과징금을 내고나면 계속해서 해외에 프로그램 판권을 팔고 유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수익을 내는 데는 영향이 없게 된다.

이러한 현행 방송법의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최근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해당 법안은 매출 2000억원 이상 방송사업자의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시청자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해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 및 시정요구 등을 하게 하는 것이다.

물론 이 개정안 내용대로 엠넷에 시청자위원회를 설치하는 것도 하나의 개선 방안이 될 수 있겠다. 그러나 오디션 프로그램 한 시즌에만 투표하는 시청자가 2000만 명에 달하는 점, 프로그램을 통해 발굴되는 아이돌 스타들이 대중문화계 나아가 수많은 청소년들에게 미칠 영향력과 파급력, 그로 인해 발생하는 기획사의 엄청난 수익의 규모, 그리고 엠넷 뿐만이 아니라 이미 여러 다른 방송사에도 투표로 진행되는 오디션 프로그램과 기타 투표 및 여론조사로 진행되는 많은 프로그램들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방송사가 아닌 방통위 자체에 이러한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감시기능을 할 수 있는 기구를 두는 것이 보다 근본적이고 효율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공직선거법에서는 중앙선관위 및 시도 선관위가 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를 설치, 선거여론조사의 객관성, 신뢰성 확보를 위한 여러 사무를 관장하도록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직선거법에서는 중앙선관위 및 시도 선관위가 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를 설치, 선거여론조사의 객관성, 신뢰성 확보를 위한 여러 사무를 관장하도록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선거여론조사 참조해 '심의위원회' 구성·운영해볼만

이 때 선거여론조사에 대한 심의위원회를 참고로 할 수 있다. 시청자들은 자신들이 직접 우승자를 뽑아 스타를 탄생시킨다는 이유로 프로그램을 끝까지 시청하며 문자 투표를 한다. 이와 유사한 것이 선거제도일 것인데, 요즘의 선거는 여론조사 선거라고도 불릴 만큼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실제 당선자가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적극적으로 여론조사에 임한다. 이런 점에서 국민의 대표를 뽑는 선거, 그리고 정치인 못지않게 대중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오디션 프로그램 투표는 유사한 점이 많다.

'공직선거법'은 중앙선관위 및 시·도 선관위가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설치·운영하도록 하고(제8조의8 제1항),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경우 선거여론 조사기준(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고시)에 따른 여론조사 실시신고, 여론조사 결과 등록 및 이의신청에 따른 심의 등 선거여론조사의 객관성·신뢰성 확보를 위한 여러 사무들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공직선거법에는 여론조사결과 왜곡에 대한 처벌에 대한 규정이 있어(제252조), 방송·신문 등에 선거에 관한 사실을 왜곡하여 보도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단순히 우승자를 선발하는 데에 그치는 하나의 단발적인 이벤트성 프로그램이 아니다. 국민들 중 상당수에 해당하는 시청자들이 이 시대의 대중문화를 이끌 스타를 직접 뽑고 그로 인해 거대한 경제적, 문화적 파급효과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은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요소이며, 시청자 투표에 대해 제대로 된 감시기능을 부여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송법 개정이 시급하다.

● 김민정 변호사(법무법인 휘명)는 서울대 음악대 기악과(피아노 전공), 베를린 국립 예술대를 나왔다. 이후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법무법인 휘명에서 변호사로 재직중이며 한국저작권위원회 감정인, 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 정회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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