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선거부정 논란으로 집권 13년만에 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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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선거부정 논란으로 집권 13년만에 사임
  • 이상석 기자
  • 승인 2019.11.1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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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4선 연임 선거 이후 3주만에 발표
부통령과 각료도 줄사퇴 의사로 정국혼란 불가피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실시한 선거 부정 논란에 따라 집권 13년만에 사임한다. 사진=연합뉴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실시한 선거 부정 논란에 따라 집권 13년만에 사임한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선거 부정 논란에 따라 집권 13년만에 사임한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오후 TV 연설을 통해 "대통령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런 갈등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 무척 가슴 아프다"며 의회에 사의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의 사퇴 발표는 4선 연임에 도전한 지난달 20일 대통령 선거 이후 3주 만이다.

이번 선거에서 모랄레스 대통령은 40%를 득표하고 2위에 10%포인트 앞서며 결선 없이 승리를 선언했지만 석연치 않은 개표 과정을 놓고 부정선거 논란이 제기되며 3주째 거센 시위가 이어졌다.

투표 당일 처음 나온 중간개표 결과엔 1·2위 격차가 크지 않아 결선투표가 유력한 상황이었지만 선거관리당국이 돌연 개표 결과 공개를 중단한 후 24시간 만에 다시 내놓은 결과에서 격차가 10%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야권은 곧바로 반발했고 국제사회도 우려를 나타내며 대선 결과 무효화나 결선 실시를 촉구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줄곧 부정 의혹을 일축했고 야권의 의혹 제기가 '쿠데타 시도'라고 비난했지만 미주기구(OAS)가 선거 부정을 시사하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자 더 버틸 명분이 부족해졌다.

OAS는 이날 오전 지난달 선거 과정에서 투표 시스템에 여러 '부정'과 '정보 시스템 조작'이 발견됐다며 선거 결과를 무효로 하고 새 선거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OAS는 또 모랄레스 대통령이 10%포인트 이상 격차로 승리하는 것이 통계적으로 가능하지 않아 보인다고도 덧붙였다.

결국 모랄레스 대통령은 OAS의 감사 결과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관리당국을 개편해 새 대선을 치르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그는 "헌법상 역할을 다해야 한다"며 내년 1월까지인 임기를 다 채우겠다고 밝혔으나 이날 오후 군 수장까지도 나서 사퇴를 종용하자 결국 몇 시간 만에 사퇴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윌리엄스 칼리만 군 최고사령관은 이날 "볼리비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모랄레스 대통령에게 사퇴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경찰 수장 역시 퇴진 요구에 동참했다.

지난 2006년 1월 볼리비아 첫 원주민 대통령으로 집권한 좌파 모랄레스 대통령은 거의 14년 만에 물러나게 됐다. 이번 대선에서 당선됐다면 총 19년간 장기 집권할 예정이었다.

지난 대선에서 2위를 차지한 야권 후보 카를로스 메사 전 대통령은 모랄레스 대통령의 사퇴 발표 후 "독재가 끝이 났다"며 "절대 오늘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환호했다.

알바로 가르시아 리네라 부통령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앞서 각료들도 줄사퇴 의사를 밝힌 상태라 당분간 볼리비아에서는 정국 혼란이 이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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