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극장가의 뉴트로 바람, 스티븐킹의 '샤이닝'과 오버랩된 ‘닥터 슬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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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극장가의 뉴트로 바람, 스티븐킹의 '샤이닝'과 오버랩된 ‘닥터 슬립’
  • 김이나 컬쳐에디터
  • 승인 2019.11.12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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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 '샤이닝' 이후 미래의 이야기 다뤄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의 속편, 큐브릭의 레거시 영화속에 구현하기도
샤이닝 능력자를 쫓는 악의 무리 '트루 낫'에 맞서는 아브라와 대니의 이야기
왼쪽 잭 니콜슨('샤이닝'),오른쪽 이완 맥그리거('닥터 슬립'). 샤이닝의 명장면을 그대로 재현한 '닥터 슬립'. 사진=IMDb 편집
'샤이닝'의 잭 니콜슨(왼쪽)과 '닥터 슬립'의 이완 맥그리거. '샤이닝'의 명장면을 '닥터 슬립'이 그대로 재현했다. 사진=IMDb 편집

 

[오피니언뉴스=김이나 컬쳐에디터]  최근 개봉된 영화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는 '터미네이터 2'의 속편 격이다. '람보 : 라스트 워'는 '람보'(원제 :  First Blood,1982) 이후  무려 37년만에 완결편으로 개봉됐다. 한국에도 큰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 '미녀삼총사'도 원제 그대로 '찰리스 앤젤스'로 영화화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과거 명작들의 속편이 속속 등장하면서 극장에서 관람한 5060 세대들과 자녀뻘인 2030 세대들이 영화로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지는 듯하다. 뉴트로 바람이 극장가에도 불어온 것이다.

영화 ‘닥터 슬립'은 제목의 연관성은 없지만 1980년 개봉된 스탠리 큐브릭의 걸작 호러무비 '샤이닝'의 속편처럼 보인다. 실제로 감독 스스로 시퀄이라 칭했고 다양한 방법으로 큐브릭의 레거시를 영화에 구현했다.  

1980년 만들어졌던 '샤이닝'은 공포, 초자연, 스릴러 소설의 대가 스티븐 킹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저자인 스티븐 킹의 연출로 1997년 TV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닥터 슬립'은 마이크 플래너건이 각본과 감독을 맡았으며, 역시 스티븐 킹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영화 '샤이닝' 이후 일어나는 미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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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 능력자 아브라의 메세지를 받은 대니. 사진=IMDb

◆악을 물리치는 빛나는 능력 '샤이닝'

주인공 대니는 오버룩 호텔에서 미완의 원고를 남기고 미쳐버린 잭 토런스의 아들이다. 악령 들린 오버룩 호텔에서 살아남은지 30년이 지난 지금도 대니는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술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 후 대니는 이웃의 도움으로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하게 되는데 그는 여기서 자신의 샤이닝 능력으로 죽음을 앞둔 이들이 마치 잠이 들듯 편하게 세상을 떠나도록 도움을 주면서 ‘닥터 슬립’ 이란 별명으로 불리게 된다.

‘샤이닝’이라는 말은, 원저자 스티븐 킹이 만들어낸 말로 인간과 인간 사이 또는 인간과 사물 사이에 작용하는, 일종의 영적인 교감 능력이나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던 중 대니는 우연히 근처에 사는 샤이닝 능력자로부터 메시지를 받으며 서로 교감을 나누는데, 그 능력자는 다름 아닌 12세 소녀 아브라 스톤(카일리 커란)으로 누구보다 강력한 샤이닝 능력을 지니고 있다. 

한편 '트루 낫(True Knot)'이라는 비밀 조직은 샤이닝 능력을 가진 어린아이를 납치해서 그가 고통받을 때 뿜어져 나오는 '스팀'을 들이킴으로써 영원한 생명을 이어가려는 이들의 모임이다. 우두머리 '로즈 더 햇'(레베카 퍼거슨)은 아브라의 샤이닝 능력을 감지하고 그에게서 엄청난 양의 스팀을 얻어내려 집요한 추적을 시작한다. 트루 낫으로부터 추격을 받기 시작한 아브라는 대니와 함께 악의 세력에 맞서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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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샤이닝 능력자를 납치하려는 로즈(오른쪽), 이에 맞선 아브라.사진=IMDb

◆대니가 오버룩 호텔을 다시 찾은 까닭은

원작자 킹은 사실 큐브릭의 영화 '샤이닝'을 그닥 탐탁해 하지 않았다고 한다. '불'로 끝나는 자신의 소설을 어떻게 '얼음'으로 끝낼 수 있으냐며 주변에 불편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고. 

직성이 풀리지 않았던 킹은 원작에 충실하도록 드라마 '샤이닝'을 제작하기도 했다. 

반면 킹은 '닥터 슬립'을 '샤이닝'을 잇는 멋진 속편이라고 호평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넷플릭스 드라마 '힐 하우스의 유령'으로 호평받은 플래너건 감독이 미리 사전 정지작업을 펼쳤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플래너건은 제작 전에 킹에게 관객들에게 드라마 샤이닝 보다 영화 샤이닝이 더 익숙하며 실제 평점도 영화 '샤이닝'이 높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자신이 만들 '닥터 슬립'은 큐브릭의 '샤이닝'과 킹의 원작을 둘다 신중히 참고해 만들 것이라 제안했고 킹은 이를 흔쾌히 허락했다.

플래너건은 이 영화를 '샤이닝'의 시퀄(속편)이라 스스로 명했고 다수의 장면을 재현하기도 했다.

 

'샤이닝'의 명장면을 똑같이 재현한 대니의 세발자전거. 플래너건 감독은 큐브릭에 대한 오마쥬로 이 장면을 똑같이 재현했다. 사진=IMDb
'샤이닝'의 명장면을 똑같이 재현한 대니의 세발자전거. 플래너건 감독은 큐브릭에 대한 오마쥬로 이 장면을 똑같이 재현했다. 사진=IMDb

트루 낫이 샤이닝 능력을 가진 아이들로 하여금 고통 속에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은 마치 대니가 아버지에게 학대받고 호텔의 유령들 출현으로 고통받는 것과 닮아있다. 대니는 그의 고통스런 기억과 트라우마의 시발점인 오버룩 호텔을 사라지게 함으로써 자신도 해방되어야 했다.

결국 대니는 보일러실을 과열시켜 호텔을 잿더미로 만든다. 이는 원작에는 없는 장면인데 큐브릭 감독이 담지 않았던 원작자 킹의 의도를 '닥터 슬립'에서 플래너건이 대신 담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어쩌면 '샤이닝'의 결말이 39년만에 '닥터 슬립'에서 완성된 것으로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알고보면 더 재밌어요

소설 '닥터 슬립'은 속편을 거의 쓰지 않는 스티븐 킹이 드물게 쓴 속편 중 하나.

완 맥그리거, 크리스 에반스, 제레미 레너가 주인공 '대니'역의 물망에 올랐으나 스티븐 킹이 점찍은 이완 맥그리거가 캐스팅됐다고.

'샤이닝'을 연상시키는 장면들은 대부분 똑같이 재현된 것이다. 산악 도로의 자동차 샷은 '샤이닝'에서 차용한 것. 

잭 토런스의 유령으로 등장한 배우는 E.T.의 주인공 소년이었던 헨리 토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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