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태의 스타트업 칼럼] 스타트업 확인제도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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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태의 스타트업 칼럼] 스타트업 확인제도를 생각해본다
  • 이정태 스타트업 멘토
  • 승인 2019.11.1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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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확인기업 20% 자본잠식상태...많은 혜택에도 경영부실 '충격적'
美 실리콘벨리 창업도 3.8회 걸려...벤처확인제도 보완 필요성 있어
'벤처 이전 예비창업'이 스타트업...창업 실행력 높이는 스타트업 확인제도를
이정태 스타트업 멘토
이정태 스타트업 멘토

[이정태 스타트업 멘토] 벤처라는 새로운 기업 개념이 제안된 것이 이미 20여년을 넘었다. 1997년 벤처특별법을 만들어서 벤처기업 요건을 정의하고, 효과적인 지원을 위해 정부는 벤처확인제도를 도입했다.

애초에 벤처는 미국에서는 사업에 대한 리스크는 매우 높지만 성공하면 예상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받을 수 있는 기업으로, 벤처캐피탈의 투자를 받은 기업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제정한 벤처특별법에서는 기술성이나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서 정부가 지원해주어야 할 기업으로 보고, 벤처투자기업, 연구개발 기업, 기술평가보증기업, 기술평가대출기업으로 유형을 분류했다. 여기에 해당되어 벤처기업으로 인정받으면 법인세와 소득세 뿐만 아니라 취득세와 재산세도 감면받는 등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코스닥 심사시 우대, 연구소 설립조건 완화, 병역특례와 특허 출원 등에 혜택을 추가로 지원받을 수 있다.

현재 벤처확인기관으로는 한국벤처캐피탈협회, 기술보증기금,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있으며, 유형별로 기준요건이 있어서 그 기준요건을 충족하면 벤처로 인정받아 확인서를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기준요건은 크게 투자와 기술력 인정 등 두 가지로 나누어질 수 있는데, 투자의 경우, 벤처투자기관으로부터 자본금의 10%이상, 금액 5천만 원 이상의 조건을 기본 요건으로 하고 있으며, 기술력 인정의 경우 벤처확인기관이 보유한 기술성 평가표에 기초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연구개발기업 유형의 경우도 연구개발비 산정평가와 사업성 평가를 받아야 한다. 실제로 이 제도를 통해서 벤처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조사결과(2016년 중소기업청 '벤처확인기업 수 및 자본규모별 벤처기업 수' 자료)에 따르면, 벤처확인기업의 20%이상이 자본잠식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자본금 5억원 이하의 영세벤처기업이 80%를 넘었다. 중진공과 기보의 대출 및 보증 기업이 90%를 넘어 연구개발과 투자로 벤처확인을 받은 기업은 10%가 채 되지 않은 결과를 보여주었다.

혁신역량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기보나 중진공에서 보증이나 대출을 받을 수 있으면 벤처로 인정받을 수 있는 상대적으로 쉬운 길을 선택한 벤처들이 많았던 것이다. 이러한 비판을 감안해서 최근에는 기보와 중진공의 기술성 평가가 상당히 까다로워졌다는 평이 많다. 벤처로 확인받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워진 것이다. 더나아가 벤처확인을 보증 대출로는 받을 수 없는 방향으로 벤처확인제도 개편이 추진 중에 있기도 하다.

벤처확인제도는 기존의 창업생태계의 뻐대를 구성하는 중요한 제도적 장치임에는 틀림없다. 최근 20년간 크게 성장한 기업들도 대부분 이러한 제도를 성공의 발판으로 삼았다. 이후 이노비즈 기업이나 메인비즈 기업으로 인정받으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앞에서 조사결과가 보여주는 것처럼, 벤처확인제도를 통해 성공가능성이 높다고 인정받았던 벤처기업의 다섯 곳 중 한 곳이 부실기업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은 자못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러한 데이터가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도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창업자들이 평균 3.8회 창업을 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는 걸 보면 단 번에 벤처기업과 창업자가 성공하게 되리라는 생각은 애초에 욕심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벤처기업 확인제도를 좀 더 실효적으로 만들기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고, 한편으로는 그 전단계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스타트업이란 형태가 제기된 10여 년 전 상황으로 되돌아가보면, 1차 벤처 붐이 꺼지고 많은 벤처들이 무너지고 힘들어졌던 시기였다. 그 시기를 거치면서 벤처 몰락의 반성과 분석의 결과로 나온 것이 고객 개발 중심의 스타트업 개념이었다. 

 

스타트업은 예비벤처(pre-venture)다. 고객에 대한 이해도와 실행력을 높여, 벤처 실패를 줄이자는 개념이다. 사진= 연합뉴스
스타트업은 예비벤처(pre-venture)다. 고객에 대한 이해도와 실행력을 높여, 벤처 실패를 줄이자는 개념이다. 사진= 연합뉴스

즉 스타트업은 예비벤처(pre-venture)로서 제안된 것이었다. 고객에 대한 이해도와 실행력을 높여, 벤처 실패를 줄이고자, 시행착오를 낮추고자 하는 새로운 방법론이었다.

그런데, 사실 조금만 더 들어가서 하나씩 살펴보면, 스타트업을 하는 많은 창업자들이 창업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건 아닌지 하는 의문이 들 때가 많다. 물론 리스크를 안을 수밖에 없는 게 창업자이고 보면, 린스타트업에서 말하는 3대 리스크-제품위험, 고객위험, 시장위험-를 최소화시키고자 노력하는 일련의 과정이 창업하는 과정이라는 데는 공감하게 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가끔씩은 이렇게 준비 안 된 팀이나 창업자에게 정부의 자금을 주는 게 맞는지 헷갈릴 때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요컨대, 스타트업이나 창업자들이 가져야 할 첫 번째 덕목은 누가 뭐래도 실행력이다. 계획만 세우고 실행할 수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실행력이 없는 스타트업을 어떻게 해야 할까,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그렇다고 그런 팀들이 모두 의욕이 없거나 아니면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를 뿐인 새내기일 경우가 많다.

그러나 비즈니스 현장은 치열한 경쟁의 장이고 여기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요구하는 기초적인 부분은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 그 격차가 생각보다 크다. 따라서 스타트업의 실행력을 높여주는 제도를 만들어서 창업자의 고객개발역량과 프로젝트실행력을 확실하게 높이면 벤처확인제도의 실효성도 더 높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중소벤처진흥공단에서 운영해 온 청년창업사관학교도 이러한 역할을 잘 수행해왔고 호평은 받아왔다. 이른바 ‘청사’출신 이라고 하면 창업자들을 어느 정도 인정해주는 분위기도 있었다. 이런 분위기가 좀더 보편화되면 좋을 것 같다. 창업하고자 마음을 먹으면, 운전 연수를 받아야 도로에 실제로 나갈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최소한 프로젝트 하나 정도는 ‘빡세게’ 해 보고, 그 과정에서 창업DNA가 생겼는지 정도는 평가받아보고, 자금을 지원하면 제대로 하겠다는 판단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이런 과정이 애매하게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개인의 역량이나 운에 맡겨진 상황인 것 같아 안타깝다.

물론 이런 과정이 정부가 나서서 해서는 당초 의도대로 가기 어려울 수 있다. 창업생태계 내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시제품 센터나 프로젝트센터 형태도 좋고 대학내 교육센터도 좋다. 확실한 건, 제대로 실행력을 갖추게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창업전선에 뛰어든 많은 사람들이 창업자로서 처음부터 방향을 잘 잡고, 생존력이 강한 벤처로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벤처가 잘 되려면 ‘첫 단추’인 스타트업이 잘 되어야 한다.

●이정태 스타트업 멘토는 스타트업 멘토그룹 (협)피플스노우의 이사로 재직중이다. 싸이월드 창업멤버로 활동했으며 K-ICT 창업멘토링센터 CEO멘토를 역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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