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의 '협동조합 성공의 길'] 21세기 미래교육을 이끌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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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의 '협동조합 성공의 길'] 21세기 미래교육을 이끌 협동조합
  • 김진수 농협대 협동조합 경영과 교수
  • 승인 2019.11.09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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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이후 서당계. 지방의 중인 평민교육 공간으로 부상
19세기에 최재우, 전봉준 동학지도자, 모두 서당훈장 출신
협동조합교육기관, 21세기 미래세대 초중등 교육에도 더 적합할 수도
김진수 농협대 교수
김진수 농협대 교수

[김진수 농협대 협동조합 경영과 교수] 김홍도의 서당(書堂)은 교과서에 실려 있을 정도로 너무나 유명해 사람들에게 익숙한 그림이다. 익숙하기에 별다른 감흥이 안 생길 수 있다. 협동조합을 공부하는 저자의 입장에서는 서당계(書堂契)가 떠오르며 양반이 아닌 중인이었던 김홍도가 훈장중 다수를 차지했던 중인에 대한 애정을 담아 그린 그림으로 보인다.

18세기 후반에 그려진 이 그림은 서당이 급증한 시대의 서당 내부 모습을 포착하였다. 양반, 중인과 평민이 한데 모여 공부하는 이전과는 다른 평등한 풍경을 볼 수 있다.

서당이 증가한 바탕에는 서당계가 있었다. 계는 맺는다라는 뜻으로 국가의 지시나 양반의 압력으로 인해 생긴 조직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조직이다. 정순우 교수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서당계가 널리 조직된 18세기 중후반에서 19세기 전반에 걸쳐 조선의 서당 수는 2만1000여 개, 훈장은 2만1000여 명, 학생은 26만여 명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정순우,서당의 사회사, 태학사, 2013)

서당과 서당계, 18세기 이후 본격 출현...'지방 정치변혁' 공간으로 부상

17세기까지는 양반만의 서원과 향교가 지역 교육의 중심이었다. 18세기에 접어들면 경제적 부를 획득한 집성촌이 늘어난다. 집성촌의 구성원인 양반과 중인 외에 평민·천민의 교육 수요를 충족하려는 목적으로 서당계가 많이 만들어진다. 예컨대 1755년 춘천 복중면에서 조직된 교영계(敎英契)는 농민 등 하층민을 위주로 운영된 서당계였다.

지금은 사라지고 문헌상으로만 살필 수 있는 서당계지만, 수산업협동조합의 기초조직인 어촌계를 통해 계의 구성과 운영을 짐작할 수 있다. 근대 이전에 협동조합과 가장 유사한 조직이 계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수직적 지시복종에 의한 조직운영이 아니라 동일한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의 자발적 조직으로 수평적 조직운영을 했다는 것을 문헌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단적으로 이를 알 수 있는 것이 계의 리더를 따로 두지 않고 오늘날의 총무와 같은 기능을 한 '유사(소임이라고도 함)'라는 직책만을 둔 계가 많았다. 유사의 임기는 대개 1년에서 2년사이이고, 보수는 무보수이며, 계원이 돌아가며 맡는 것이 원칙이다.

서당의 증가로 교재도 늘어나고 세대교체가 일어났다. 유교 경전의 한글판이 나오는 한편 성리학과 무관한 새로운 교재도 등장하였다. 중인계층의 서당에선 중인 출신 장혼(1759∼1828)이 지은 ‘아희원람(兒戱原覽)’을 교재로 사용하기도 했다. 아희원람은 우화를 이용해 쉽게 읽히고 제기, 연 등 아동 생활주변과 세시풍속을 다루는 생활 중심적 교재였다. 아희원람은 교화를 목적으로 하는 성리학적인 ‘소학’과는 차별화된 교재였다.

하늘천 땅지를  외우는 서당의 이미지에 따라 천자문 소학과 같은 아동교육만 하였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으나 서당은 다양성를 갖추어 서당에서도 과거를 공부하고 성리학 공부를 하였다. 서당은 아동들의 교육공간과 과거 공부공간을 넘어 마을 사랑방 역할을 하였다. 이를테면 여론이 만들어지는 당대의 공론장을 형성하였다. 공론을 형성하는 기능을 하다 보니 조선후기 세도정치를 하는 중앙정치세력에 대한 반감과 정치변혁의식도 자랐다. 서당계는 공동체의식을 바탕으로 역모사건의 핵심 결사체로 변한 사례도 18세기 후반 이후 나타난다.

19세기에 들어서 서당의 정치적 변혁 기능이 더 강화되었다. 그 예로 들 수 있는 사실이 동학을 세운 수운 최제우와 동학농민전쟁 지도자 전봉준은 서당 훈장출신이었다. 집성촌의 농민과 밀착한 새로운 지식층이 서당을 배경으로 탄생하여 구한말 주요 정치세력으로 성장한 것이다.

19세기말 항일무장투쟁에 나섰던 동학의 최고지도자 전봉준 동상. 사진= 연합뉴스
19세기말 항일무장투쟁에 나섰던 동학의 최고지도자 전봉준 동상. 전봉준 장군은 서당 훈장출신이다. 2018년4월 서울 종로구에서 제막식을 가졌다. 사진= 연합뉴스

내년3월 탄생하는 돌봄 유치원협동조합...협동조합 교육기관의 가능성 시험 

교육제도는 사회변화,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하기 보다는 따라가는 속성이 있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19세기 유럽의 일반인 대상 교육제도는 영국식과 독일식으로 나눌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산업현장에 필요한 읽고 쓰기 더하기 능력을 가르치는 제도였다.

우리 사회 교육제도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최근 맞벌이 부모가 늘어나 다양한 형태의 유아 교육과 돌봄이 필요한데 기존의 공립 유치원과 사립유치원이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변화에 뒤늦게적응하기 위한 이해조정과 제도개선에 많은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부모들이 ‘협동조합’ 형태로 유치원을 설립할 수 있게 됐다. 내년 3월 경기도 동탄에 첫 돌봄 유치원협동조합이 문을 연다. 사진= 연합뉴스
학부모들이 ‘협동조합’ 형태로 유치원을 설립할 수 있게 됐다. 내년 3월 경기도 동탄에 첫 돌봄 유치원협동조합이 문을 연다. 사진= 연합뉴스

제도개선을 기다리기 보다 학부모들이 나서서 먼저 움직이는 사례가 있다. 동탄지역에서 내년 3월에 국내 최초로 돌봄 유치원협동조합이 출범한다고 한다.

유치원협동조합으로 시작하지만 협동조합이 서당계처럼 당대 교육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산업혁명기 공장에 적합한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등장한 지금의 교육제도가 21세기 AI시대에도 유효한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MIT-IBM왓슨 AI연구소가 2010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 온라인 채용공고 1억7천만건을 분석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제조 및 생산업무 임금은 평균적으로 5218달러 감소했다고 한다. AI가 적용하기 힘든 헤어스타일리스트 등 직군은 임금이 상승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노동의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AI 적용이 쉬운 분야는 빨리 AI를 도입해 생산성을 높여야 할 것이기에 AI대학원 설립 등 대학교육이 가장 먼저 변화 요구를 받고 있다. 중등교육 이하에서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직업에 적합한 교육이라는 좁은 관점에서 벗어나 21세기를 살아갈 미래세대에게 행복한 삶을 설계하는데 도움이 되는 교육은 어떠해야 할 지 고민 해야 할 시기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소규모의 교육기관이 더 미래세대에게 적합할 것으로 예상된다. 종전과는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할 때 큰 조직들보다 작은 조직들이 재빨리 변신할 수 있다. 거대한 항공모함은 방향전환이 어렵다. 빠른 선회에는 작은 배들이 훨씬 유리하다. 학생 자신이 뭘 잘하고 좋아하는지 질문하는 교육은 대규모 교육기관에서는 불가능하기도 하다.

필자가 서당을 언급한 것은 조선시대 서당이 서원이나 향교와 다른 역할을 수행하여 변혁의 시발점이 된 것이 역사적 사실이라 하더라도, 질문하는 교육을 한답시고 서당을 21세기에 부활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중앙정부 내지는 광역자치단체가 중등 초등 교육기관을 좌지우지하는 현재 교육제도의 틀을 유지한 채로는 유연성, 다양성을 갖춘 교육은 어렵다고 판단된다.

돌봄 유치원협동조합이 성공을 거둬 학부모가 적극 참여하는 협동조합교육기관이 한국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면 미래세대 초중등교육에도 협동조합이 시도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조합원의 경제적 이익 중심으로만 협동조합을 접근하기 보다는 격변하는 새 시대에 각종 사회적 문화적 수요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제도 혹은 플랫폼으로 협동조합을 바라보면 많은 새로운 협동조합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 김진수 농협대 교수는 서울대 법대 사법학과를 졸업하고 농협중앙회 기조실, 농업경제기획부에 근무했으며 2012년부터 농협대학교 협동조합 경영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결사의 자유의 관점에서 본 협동조합'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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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2023-06-18 17:09:11
진정한 교육개혁의 목표는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세계에서 가장 불행한 학교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이 발표된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학교는 즐거운생활을 만끽하는 곳 그리고 희망이 넘쳐흐르게 하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 진정한 교육개혁의 목표라 생각한다.
그리고 공부에 뒤지는 학생들도 틀림없이 타고난 어떤 능력과 소질이 있는데 교육이란 학생 각자의 소질을 계발해 발전시켜 주는데 목표를 두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라 생각한다.
가능하면 독일식 교육을 모태로 우리 환경에 맞게 적절히 변화시켜 모든 학생이 바른 사고로 장래의 푸른 희망을 품고 교육에 임한다면 탈선 학생과 좌절의 학생도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행복한 학교생활에서 행복한 직장생활로 연결될 때 우리 젊은 세대들도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선진 한국을 만드는 것은 정부와 정치권이 해야 할 책임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