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 Vs HDC, 아시아나항공 인수의 '숨은 전략'과 알짜사업 '면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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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 Vs HDC, 아시아나항공 인수의 '숨은 전략'과 알짜사업 '면세점'
  • 변동진 기자
  • 승인 2019.11.07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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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그룹 창업주 채몽인의 꿈, 채형석 부회장에게 이어져
HDC 정몽규 회장, 강력한 의지+ '개인 인연' 박현주 회장의 뒷배
업계 "아시아나항공 기내면세점, 수익성 높은 알짜"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륙하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진제공=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륙하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진제공=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인수가 2조원 안팎인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으로 M&A(인수·합병) 시장이 들썩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 최대 항공그룹 도약을 꾀하는 애경그룹과 사업 다각화를 노리는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 등이 본입찰을 완료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에 이은 2위 대형항공사(FSC)로 글로벌 물류업 진입을 노리는 기업 입장에서는 매력이 큰 매물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수익성이 높은 기내면세점도 운영할 수 있어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애경과 HDC는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모회사인 금호산업과 매각 주간사 크레디트스위스(CS)는 7일 오후 2시 본입찰 서류 접수를 마감했다. 애경-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 HDC-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KCGI-뱅커스트릿 컨소시엄이 입찰서를 썼다. 주관사는 다음 주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내달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면 연내 매각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KCGI는 SK·GS·신세계 등 대기업을 전략적 투자자(SI)로 끌어들이는데 실패하면서 경쟁에서 밀렸다는 평가가 있다.

◆애경, 아시아나 품고 국내 1위 항공그룹 도약의 꿈

애경은 제주항공 운영 경험을 토대로 아시아나 항공 인수를 통해 국내 1위 항공그룹 도약을 꾀하고 있다. 실제 제주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쳐지면 보유 비행기가 160대에 이르고, 점유율도 국제선 45%, 국내선 48%로 확대된다.

일각에선 아시아나항공의 규모가 커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격’이라는 시선이 있다. 이에 대해 애경그룹의 지주회사 AK홀딩스 측은 "KLM과 에어프랑스가 합병 이후 수익이 50% 이상 증가하고, 유럽 시장 점유율 25.5%로 1위에 올랐다"면서 "미국 유나이티드항공과 콘티넨탈은 지난 2010년 기준 미국 내 시장점유율이 각각 12%, 9%였지만 M&A로 점유율을 21%까지 끌어올리며 세계 최대 항공사로 거듭났다"고 설명했다. 작은 항공사가 큰 항공사를 인수하는 것이 무리수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애경 역시 제주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4사간 중복노선 조정을 통해 운영효율을 극대화해 수익성과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제주항공을 저비용항공사(LCC) 1위에 올린 사업경험이 확실히 강점이다.

애경그룹 창업주인 고(故)채몽인 회장에 이어 장남인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이 항공산업에 대해 특별한 애착을 갖고 있다. 채 부회장이 지인들에게 털어놓은 얘기로는, 부친인 채몽인 회장이 "비행기를 사서 국가에 바치고 싶다"는 '비행기 보국의 꿈'을 사석에서 드러냈다고 한다.

채형석 부회장을 아는 관계자는 "제주도에서 '제주항공' 사업 아이디어를 갖고 와서 그룹내에서 사업 타당성 검토를 할 때, 이미 채 부회장은 비행기산업 자체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고, 그 제주항공 사업 진출을 기다렸다는 듯이 결정을 한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애경그룹은 일찌감치 인수전 참여의사를 드러냈다.

◆HDC, 건설 넘어 레저·에너지·항공까지…광폭 영토 확장

HDC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다면 본업인 건설과 함께 레저·에너지·항공까지 사업 영토를 확장하게 된다.

앞서 HDC는 지난 6월 ‘한솔오크밸리’ 경영권을 인수한 후 ‘HDC리조트’를 새롭게 출범시켰다. 오크밸리는 단일 리조트로는 국내 최대 규모로 이곳의 부지면적은 1135만㎡에 달한다. 골프(총 63홀)와 스키장 9면으로 구성된 스노우파크 등을 운영할 수 있으며, 1105실 규모의 숙박 시설도 갖췄다. 만약 HDC가 아시아나항공을 품는다면 오크밸리와 연계한 관광산업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HDC는 일단 자금면에서 상당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1조 3천억원 가량을 유보했다는 얘기다.

HDC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는 정몽규 그룹 회장의 강한 의지에서 비롯됐다. 지난 8월15일 직전에 이미 결심을 굳히고 인수전략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애초에 물류산업 진출이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그러나 그 관심은 육상물류였지 항공물류는 아니어서, 이번 결정에 대해 그룹 고위관계자들도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그룹 관계자는 "지금 알려진 전략적 투자자중에는 제일 자금력이 나을 것"이라며 "인수 준비팀에게도 정 회장이 인수 금액의 가이드라인을 내렸는데, SK, 한화 등 현대산업개발보다 큰 대기업이 참여해 금액을 크게 부를 경우는 포기하지만, 그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충분히 따낼 수 있는 액수를 제시하라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HDC의 약점은 항공여객사업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내부에도 그 분야에 몸담은 고위 임원이 거의 없다. 이 관계자는 "외곽에서 정 회장을 돕는 전문가 군으로부터 조언받고 준비했다"고 말했다. 인력 풀은 있다는 얘기다.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한 미래에셋과의 우호적 관계도 눈길을 끈다. 과거 미래에셋이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 114'를 현대산업개발이 인수하면서 양측이 사업적으로 매우 가까워졌다. 최근에 삼양식품의 2대주주였던 현대산업개발이 삼양식품 지분을 미래에셋에 넘겼고, 향후 수익에 대해서는 나누자는 의견도 가졌다. 

미래에셋 입장에서는 건설사와의 파트너십이 매우 매력적이다. 건설사가 PF 구성할때마다 미래에셋으로선 사업기회도 있고, 회사채 발행 물량도 많다. 정 회장과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 동문 선후배 관계다. 재무적투자자의 자금력은 충분하다.

◆아시아나항공, 숨겨진 알짜 기내면세점

아시아나항공의 기내면세 사업도 양사에게는 매력적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공개한 올해 1~9월까지 아시아나항공과 에어서울·에어부산의 기내면세점 매출액은 784억원이다.

또한 2016년부터 올해 9월까지 총매출은 아시아나 3637억원, 에어부산 288억원, 에어서울 103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물론 기내면세점이 시내면세점이나 공항면세점보다 외형은 작을 수 있지만, 임대료와 인건비 등 판매관리비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수익성이 높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애경은 지난 2008년 2010년 제주항공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AK면세점을 매각했지만, 애경산업 화장품 브랜드 Age20's, LUNA 등은 면세 시장에 진출해있다.

HDC는 호텔신라와 함께 자사 아이파크몰에서 ‘HDC신라면세점’을 운영하고 면세사업자다. 게다가 호텔HDC는 글로벌 호텔그룹 하얏트(Hyatt)의 파크 하얏트 서울, 파크 하얏트 부산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호텔 브랜드 ‘안다즈 서울 강남’의 위탁경영을 하고 있어 오는 11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되는 시내면세점 입찰에 도전할 수 있다.

한편 이번 인수는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8만8063주(지분 31%·구주)와 아시아나항공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발행하는 신주를 사들여 경영권을 받아가는 방식이다. 여기에 아시아나 자회사인 에어서울과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 6개 회사를 모두 끌어안아야 한다.

구주 인수대금은 약 4000억원에 육박하고, 경영권 프리미엄과 채권단 상환금액 등을 포함하면 인수가액은 2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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