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해도 '나홀로 상승'...'은행 대출금리' 잡을 방법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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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하해도 '나홀로 상승'...'은행 대출금리' 잡을 방법 없나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11.04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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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금리올라 시장금리 상승세 지속...
대출금리 올라도 은행 수익성 향상에 도움안돼
저금리 기조 장기화…수익성‧건전성 개선 어려워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금리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금리 산정 지표인 주요 시장금리가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이 가운데 외국계은행부터 예금금리를 내리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저금리 기조 속에 은행 수익성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형(혼합형‧변동형 전환) 금리는 2.55%~4.05%로 지난달 28일보다 0.09%포인트 올랐다. 신한은행은 2.94%~3.95%, 우리은행은 2.79%~3.79%로 같은 기간 0.08%포인트 상승했다.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은 각각 2.75%~4.05%, 3.14%~4.24%로 0.58%포인트, 0.28%포인트 높아졌다.

앞서 한국은행이 지난달 16일 기준금리를 기존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내렸으나 시장금리가 반등세가 계속되면서 대출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국내 채권시장 금리는 지난 7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린 이후 3분기 초를 기점으로 높아지기 시작했다.

주담대 고정형 금리 기준이 되는 금융채 AAA등급 5년물 금리는 지난 1일 1.801%을 기록했다. 지난 8월 16일 올해 저점을 기록한 뒤 상승세다.

채권 가격(금리)에는 여러 요소가 반영되지만 최근 들어서는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채권 가격 하락(채권 금리 상승)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 노 딜 브렉시트(No Deal Brexit), 글로벌 경기 둔화 등 불안 요인이 안정을 찾자 추가 금리 인하 전망이 힘을 잃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또한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간담회에서 “통화정책 효과를 보고 향후 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가운데 연말 전후 공급 충격 우려도 채권 가격이 떨어지는 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음달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을 위한 20조원 규모의 주택저당증권(MBS)이 발행되는 데다 정부는 내년 재정 확충 목적으로 국채 발행 규모를 늘리기로 해서다. 시장에서 채권의 물량 증가로 인한 가치 하락이 선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수급 부담이 지속되는 한 대출금리가 내려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부 은행의 경우 우대‧가산금리를 조정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내년 ‘신(新)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율)’ 도입 등 건전성 확보 차원에서 가계대출 규모를 관리하기 위해서다. 은행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예대율을 100%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신 예대율’ 규제에서는 예대율 산정 시 가계대출(115%)에 기업대출(85%)보다 높은 가중치를 적용한다. 은행 입장에서는 가계대출을 보수적으로 운용할 수 밖에 없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는 시장금리에 연동되기 때문에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한 대출금 리가 당분간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또 대출금리 인하로 대출 규모가 늘어났을 때 연체율 상승 등 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대출금리가 기준금리에 역행한다고 해서 은행의 수익성이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올 3분기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수익성 지표인(NIM) 평균은 1.57% 전분기 1.62%에서 0.05%포인트 하락했다. 은행별 하락폭은 0.03%포인트~0.09%포인트다.

‘신 예대율’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계대출 성장이 막힌 데다 은행 간 경쟁으로 기업대출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 특히 저금리 기조를 불러일으킨 경기 둔화 또한 은행의 위험(리스크)을 확대시키고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기업 대출 부실과 그에 따른 개인 대출 부실을 예방하기 위해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해서다. 경쟁사에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수익성 개선에 발벗고 나설 수도 없다.

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 속에 시장금리 방향성이 바뀌면 수신‧대출금리가 하락하면서 예대금리차가 더욱 축소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높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경기 둔화로 인한 저금리 기조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경기가 나빠지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기업여건이 안 좋아지면서 은행에서는 부실대출 등이 늘어나고 그에 따른 비용 증가,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실제 시장금리 상승으로 주요 시중은행들은 예금금리 조정에도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시장금리에 연동되는 대출금리가 내려가면 은행들은 자금을 조달하는 수신 영역에서 비용을 절감한다. 그러나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예금금리를 당장 내려야하는 부담을 덜었다.

5대 시중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 내린 이후 아직 예금금리 조정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지난 7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당시 2주 만에 예금금리를 내렸을 때와는 다른 움직임이다.

‘신 예대율’ 규제로 예금규모를 최대한 늘려야 하는 점도 예금금리 인하를 주춤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또 지난달 30일 ‘오픈뱅킹’ 서비스를 저축은행‧핀테크업체보다 먼저 시작한 시중은행들은 고객 지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시중은행 가운데 씨티은행‧SC제일은행 등 외국계은행만 예금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씨티은행은 지난달 25일부터 일부 입출금 통장 우대금리를 0.2%포인트~0.3%포인트 내렸고 SC제일은행은 이달 1일 주요 입출금 상품의 금리를 0.1%포인트~0.3%포인트 낮췄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가 상승하면서 아직 예금금리를 내리지 않아도 되는 여력이 생겼다”며 “국민들이 예금금리 인하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해 반감을 사면서까지 무리해서 예금금리를 낮추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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