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민 변호사의 IT와 법] 삼성과 LG의 50년 TV 전쟁사와 전후 배상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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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변호사의 IT와 법] 삼성과 LG의 50년 TV 전쟁사와 전후 배상 협상
  • 김정민 변호사
  • 승인 2019.11.0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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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vs LG TV 전쟁(2)...1977년 삼성 컬러TV개발후 양사 '사활 건 라이벌관계'
브라운관TV 시대부터 특허전쟁...완전평면TV, 3D TV, PDP TV, LCD에 이어 OLED까지
동일기술 경쟁때는 비난戰으로, 다른 기술 경쟁때는 기술유출, 특허분쟁으로 치달아
분쟁 초기에 섣불리 협상 종용이나 중재 해선 안돼...상황 성숙될 때를 기다려야

 

김정민 변호사
김정민 변호사

[김정민 변호사] 금성(Gold Star) TV에 관한 추억을 가진 분들이 많을 것이다. 금성사는 1959년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시작으로 TV(1966년), 냉장고(1965년), 에어컨(1968년)을 국내 최초로 선보이며 1등 전자회사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TV부분만 보면, 흑백 TV 시대에는 시장을 선점한 LG전자가 앞서갔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1977년 국내 최초로 컬러 TV를 개발했고, 80년대에 컬러 TV 보급이 본격화되자 판매량을 늘려, 1984년에는 국내 TV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50년 가까이 두 회사는 라이벌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허무하게 끝난 전쟁' 완전평면 TV 그리고 3D TV

국내에서 가전 라이벌이었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000년대 들어 세계 1, 2위 가전 라이벌로 성장을 했다. 이런 50년의 성장과정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경쟁자이자 동반자였다. 그 중 TV시장을 두고 양사가 벌인 전쟁의 역사는 실로 사활을 건 전쟁이라고 볼 수 있고, 그 의미도 곱씹어볼만 하다.

CRT(브라운관) TV 시대에는 특허가 분쟁의 주된 이슈였다. 1992년 LG전자와 삼성전관(현 삼성SDI)이 브라운관 TV 시장에서 특허권 다툼을 벌였다가 양사가 특허를 공유하기로 합의해 분쟁을 마무리했다.

1999년에는 ‘완전평면 TV’ 타이틀을 놓고 다퉜는데, 양사가 각자 자사 기술만이 ‘완전평면’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을 증명하겠다고 PC통신 하이텔 동호회에서 공개시험을 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과는 양사의 주장이 모두 맞다는 허무한 것이었다.

2010년 전후에 본격적으로 열린 스마트TV 시대. 이때도 삼성과 LG는 치열한 기술 전쟁을 치렀다. 사진= 연합뉴스
2010년 전후에 본격적으로 열린 스마트TV 시대. 이때도 삼성과 LG는 치열한 기술 전쟁을 치렀다. 사진= 연합뉴스

같은 해에 국내에서 LCD TV가 출시되었는데 당시  PDP TV와 함께 ‘벽걸이 TV’로 유명세를 탔고 거실의 풍경이 혁명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후 LCD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하였는데, 2005년 이후로 LCD 패널의 가격이 급락해 기존 CRT TV는 사라졌고, LCD의 라이벌이었던 PDP도 화질과 전력에서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도태됐다. 

LCD TV시대에 양사의 분쟁은 격화되었는데, 그 새로운 시작이 2011년 3D TV 전쟁이다. 쟁점은 화질과 건강문제였다.

양사 3D TV의 주된 차이점은 안경에 있었는데, 사람이 TV화면을 입체로 인식하려면 두 눈에 보여지는 화면이 달라야 한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셔터글래스 방식(안경에 기계적인 셔터를 달아서 양 눈을 교대로 열고 닫는 방식)을 채택한 반면 LG전자는 편광방식(한 화면에 두 영상을 보여주고 편광 안경을 이용해 양 눈이 다른 화면을 보는 방식)을 사용했다.

당시 삼성은 화면을 반씩 나누어 보여주는 편광 방식은 해상도가 떨어진다고 비판했고, LG는 셔터글래스 방식은 화면 깜빡거림 때문에 장시간 시청 시 두통이나 눈 피로를 유발한다고 비판했다.

양사의 광고전도 엄청났다. 그러나 이 싸움은 3D TV에 대한 고객의 수요가 받쳐주지 못해 허무하게도 무승부로 끝났다. 이후 3D 기술은 시장에서 사라졌다.

왜 삼성은 대형OLED에서 'LG 우위' 못깨나

기술 개발 속도가 빨라진 2010년대 이후 양사의 싸움은 더 잦아졌다. 서로 다른 기술을 채택하는 경우에는 광고 등을 통해 타사 기술에 대한 비난을 서슴지 않았고, 동일한 기술을 채택하는 경우에는 기술유출, 특허 분쟁이 벌어졌다.

2012년에는 ‘기술 유출’ 논란이 등장, 형사고발이 이어졌다. 삼성은 LG가 OLED패널(휴대폰용 소형 OLED) 기술을 빼갔다고 주장했고, 2013년에는 LG가 삼성이 자사의 OLED 기술(TV용 대형 OLED)을 유출했다고 주장했다.

LG는 삼성을 상대로 OLED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고, 삼성도 LG를 상대로 패널, 제조공정 등 특허 침해소송을 제기했다. 기술유출 소송은 3년 뒤인 2015년에 삼성 연구원, LG 임직원 등 7명이 유죄를 받으며 마무리됐다.  특허 및 손해배상 소송전은 해를 넘긴 2013년 정부의 중재로 종료됐다.

협상 초기에는 특허침해 여부와 관련 기술의 경제적 가치를 따진 뒤  필요한 정산절차를 밟아 분쟁을 매듭짓기로 했다.  협상 결과에 따라서는 전면적인 특허공유(크로스라이선스)도 가능할 것이란  예측도 있었으나 불발됐다.

삼성이 우위에 있는 소형 OLED기술과 LG가 앞서 있는 대형 OLED기술의 차이는 간단하다. 특히 삼성이 대형 OLED를 생산하지 못하는 이유도 어렵지 않게 설명할 수 있다.

대형 OLED기술에서 LG는 WRGB 방식을, 삼성은 RGB방식(소형 OLED에 사용한 방식)을 고수했다. 삼성의 RGB방식은 수율(공정에서 생산된 제품에서 양품의 비율)이 20%정도에서 더 높아질 수 없는 한계에 부딪친 반면, WRGB 방식은 수율이 점차 향상돼 양산할 수준이 됐다.

결국 삼성은 소형 올레드 패널에 적합한 RGB 방식의 OLED개발을 포기하고 WRGB기술 개발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WRGB방식의 기술은 LG가 적극적으로 특허를 걸어두어 이를 피해가기도, LG의 특허를 정식으로 사용하기도 힘들었다.

이를 통해 양사는 신기술이 도입되는 시기에 주도권을 잡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경험했다. 특허분쟁으로 시작해 광고전쟁, 기술유출 고발까지, 이런 발전 과정을 거쳐 현재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여 전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과 LG간 TV전쟁의 본질은 주도권 싸움이다. 전후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서기 위해 사활 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삼성과 LG간 TV전쟁의 본질은 주도권 싸움이다. 전후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서기 위해 사활 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기술 분쟁 협상도 맞춤형으로...'서두르면 재발한다'

법적 관점에서 이러한 TV전쟁사(史)를 되돌아보면 특이한 점이 있다. 대부분의 분쟁이 합의나 중재로 종료되었다는 점, 그러나 기술유출 건(전직금지 포함)은 끝까지 간다는 점이다. 그리고 협상을 너무 초기에 시작하면 시간만 흘러가고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는 점이다.

협상이라는 것은 당사자들의 패가 대부분 드러나고, 각자의 기술의 가치와 손해의 액수가 어느 정도 예상되는 성숙된 상황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치열하게 유불리를 따져 협상을 하고, 합의서 조항을 꼼꼼하게 만든다. 이러한 지루한 협상과정과 디테일한 합의서 조항이 없다면 분쟁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글로벌 기술기업간의 기술 전쟁에 있어서 특허, 광고, 여론전, 기술유출, 인재유출 등 분쟁의 발생은 어쩌면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도 각각의 분쟁 종류와 상황에 맞게 맞춤형으로 가져가야 한다. 나아가 분쟁 초기에 섣불리 협상 종용이나 중재를 해서는 안된다. 상황이 성숙될 때를 조금만 참고 기다리자. 그리고 협상의 중심이 될 수 있는 기준(기술의 가치, 손해액 산정 등)을 하나둘씩 세워나가자.

법과 제도 그리고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 지에 관해서는 (3)편에서 이어집니다.

●김정민 변호사는 서울대에서 컴퓨터공학, 법학(부전공)을 공부했다. 4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으며 (주)케이엘넷 준법지원팀 팀장으로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특위 대외협력기획 부위원장, 서울지방변호사회 기획위원회 위원, 한국블록체인법학회 정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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