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칼럼] 정의당은 ‘민주당 2중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상태바
[채진원 칼럼] 정의당은 ‘민주당 2중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19.11.02 20: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의당, 조국사태 이어 의원정족수 확대 주장에 존재가치 흔들
심상정의 '상급교섭정치 노선', 민주당 2중대 비난· 금수저 비례대표 양상 우려
권영길의 '하층연대정치'노선으로 가야....노동자 조직화와 민생노선 강화로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 연구원]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 10월 31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지난 두 달 동안 조국 국면에서 제 평생 처음으로 많은 국민의 질책을 받았다"며 “국민의 애정 어린 비판과 격려를 겸허히 받들겠다”고 밝혔다.

심 대표는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데스노트’에 올리지 않은 정의당의 결정에 대한 일각의 비판에 대해 “특권정치 교체를 위해 불가피하게 제도개혁을 선택한 것임을 왜 몰라 주냐고 항변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 짧은 생각이었다”며 “질책은 아무리 절실한 제도 개혁이라도 일관되게 지켜온 원칙과 가치에 앞설 수 없음을 일깨우는 죽비 소리였다”고 언급했다.

심상정 대표의 이 같은 반성발언은 ‘위기 대처용’으로 진정성이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위기수습책’으로는 미흡한 측면도 있다. 이 같은 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은 조국사태와 선거법국면에서 찾아온 정의당의 위기와 관련이 깊다.

정의당의 1차 위기, 곧이은 2차 위기
 
최근 정의당의 현재와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과연 정의당이 내년 총선에서 생존을 넘어 정치적으로 유의미한 의석을 낼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이 커지고 있다. 정의당이 하락세를 맞은 지지율속에서 과연 5% 정당득표율을 유지할 수 있을까?
 
‘연동형’이 되면 지금까지 1인2표 병립형에서의 “지역구는 민주당 투표, 비례대표는 정의당 투표” 공식의 혜택이 깨진다. 연동형은 정당득표율에 따라 총의석수를 결정하는 방식이기에 민주당 당원과 지지자들은 정당투표에서 정의당을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 높다. 녹색당, 민중당, 노동당 등 소수당들도 정의당에 투표하지 않을 가능성 크다.

많은 사람들은 정의당 지도부가 ‘선거법’과 ‘불공정’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다가 데스노트에서 조국을 제외하고 민주당을 편드는 모습에 크게 실망했다.

많은 사람들은 상식에 반하는 조국의 내로남불과 불공정에 분노하는 청년세대를 외면하면서까지 ‘뺏지’에 집착하는 심상정 지도부의 당리당략을 보면서 정의당에는 과연 정의가 존재하는지 회의했다.
 
많은 사람들은 어느 새 ‘정의가 없는 정의당’, ‘민주당 2중대’라는 우스갯소리로 조롱하면서 정의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기 시작했다. 정의당의 위기는 수습되지 않은 채, 계속되고 있다. ‘의원정수 10% 확대’주장에 대한 역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1차 위기는 데스노트의 역풍으로 왔다. 2차 위기는 선거법을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의원정수 확대’를 무리하게 주장하면서 역풍으로 왔다. 공수처법 우선 처리를 요구하는 민주당의 요구와 이에 응하는 과정에서 선거법 우선처리 원칙이 무너지면서 ‘민주당 2중대’역할이 반복되었다.

이 역풍은 정의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관철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가운데, 지역구가 사라지는 의원들의 반발과 선거법 반대표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의원정수 확대를 무리하게 주장했다가 자초했다.

이 역풍은 국민여론에 반하는 비상식적이고 당리당략적 주장을 자성하지 않고 반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여론의 따가운 질책이다. 과연 심상정 지도부는 정의당의 반복되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 10월 31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지난 두 달 동안 조국 국면에서 제 평생 처음으로 많은 국민의 질책을 받았다"며 사과했다. 사진= 연합뉴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 10월 31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지난 두 달 동안 조국 국면에서 제 평생 처음으로 많은 국민의 질책을 받았다"며 사과했다. 사진= 연합뉴스

심상정의 유체이탈 화법...위기 진단도 문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에서 출발해 실효적인 처방제시가 필요하다. 지난 31일 심상정 대표의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다시 꼼꼼하게 살펴보면서 문제점 진단과 함께 해법을 찾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심상정 대표는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보수도, 진보도 특권 엘리트 구조를 만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더 이상 진영의 울타리 안에서 서로를 봐주던 특권의 시대는 끝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30년 넘게 지속되어 온 양당중심의 대결정치는 이제 막다른 골목에 와 있다”며 “그 어떤 결과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이 불모의 양당정치를 이젠 끝내야 한다”고 했다.
 
위기진단과 관련한 심 대표의 연설에서 분명치 않은 대목이 있다. 심 대표는 ‘양당제 자체’를 문제로 삼고 있지만, 정말 양당제가 문제인지 토론이 필요하다. 오히려 문제라면 ‘양당제’보다는 ‘극단적인 양당제’가 문제일 것이다. 따라서 해법은 ‘다당제’가 아니라 ‘온건한 양당제’로 개선될 수 있다.

그리고 심상정 대표의 언급처럼, 정의당이 상투적으로 양당 기득권정당을 비판하며 다당제구도를 주장해 왔지만, 이것 역시도 자기모순의 오류로 보인다. 왜냐하면, 지금의 진보와 보수의 양당구도를 강화시킨 것은 진보 대 보수의 진영논리에 동참한 정의당의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의당은 진보를 주장하는 민주당을 ‘가짜진보’나 ‘무늬만 진보’로 비판하며 자신을 ‘진짜진보’나 ‘선명한 좌파’로 주창해오면서 진영논리로 먹고 살아온 것이 사실이다. 정의당이 강화해온 진영논리가 극단적으로 주장될수록 분단 속 대통령제에서는 지지층결집에 따른 극단적 양당제가 나오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이제 와서, 유체이탈의 화법으로 남 탓으로, 양당을 비판하는 게 적절할까? 정의당 위기의 처방과 관련한 부분에서 심상정 대표는 “여야 4당 패스트트랙 준연동형 선거제도개혁안이 통과되면 민심과 정당의 의석수의 현격한 불비례성을 줄여 국민을 닮은 국회로 한걸음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며 “오랜 양당독점 정치구조에서 벗어나 다당제 하에서 협력의 정치가 가능하고 이를 바탕으로 협치를 제도화하는 선진민주정치로 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심 대표의 언급 역시도 “양당제 정치는 나쁜 악”이고 “다당제 정치를 만드는 연동형 선거제도는 좋은 선”이라는 이분법적 틀을 동어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정말 양당제는 나쁜 악이고, 다당제와 연동형 선거제는 좋은 선일까? 이 부분 역시 근본적으로 토론이 필요하다.

만약, 정의당 주장대로 의원수 확대와 준연동형 비례대표로 선거법을 고쳤더니, 늘어난 그 비례대표 자리에 상위소득 10%를 대변하는 좌우 기득권 정당의 정치인들로만 가득 채워진다면 어떨까? 국민들 입장에서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 인해 손해가 막심할 것이다.
 
그리고 연동형 비례제에 따른 극단적 다당제와 정당 체계의 파편화가 독재나 민중독재를 부를 수 있다는 점도 토론해야 한다.

프랑스와 독일에서 좌파 자코뱅 독재나 우파 보나파르트독재, 히틀러 등 극단주의가 나오는 배경에는 지나치게 상대적이고 분절적인 다양성을 주장하는 “무정부적 다원주의노선”을 허용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있었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즉, 무정부적 다원주의의 취약성을 잘 알고, 이를 악용하는 독재자들과 민중선동가들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낮은 문턱을 뚫고 들어와서 다당제에 따른 무정부성에 대한 안티테제로 독재와 포퓰리즘을 선동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오른쪽 두번째)가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빈소에서 조문하고 있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오른쪽 두번째)가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빈소에서 조문하고 있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영국 노동당, 자유당 밀어내고 양당제 진입한 전략을 배워야 

그렇다면, 심상정 지도부는 ‘민주당 2중대’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디서 출발해야 할까? 환상적인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희망고문에서 벗어나 권영길 노선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과거 민노당 권영길 지도부는 영국 노동당이 자유당을 밀어내고 양당구도를 확보한 방법에 착안해, 대통령제 소선거구 양당체제라는 현재의 권력구도를 인정했다.

그 속에서 민주당을 제3당으로 밀어내기 위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와 노동자 조직화 및 민생노선을 강화하는 “하층연대정치”노선에 열중했다.

하지만 정의당 심상정 지도부는 10명의 국회의원을 만든 권영길 노선과 달랐다. 분단 속 대통령제가 아니라 내각제, 다당제, 연립정부를 전제로 하여 민주당을 제3당으로 밀어내기 위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독자적인 민생정치에 전념하기보다는 연동형비례대표제 확대와 결선투표제 실시로 민주당과의 연정에 전념하는 “상층교섭정치”노선에 열중했다. 이 노선에 중독되면서 “민주당 2중대노선”의 늪에 빠졌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다 죽어갔던 자한당이 30%대 지지율로 살아낸 배경은 뭘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자한당이 잘해서라기보다는 대통령제 정부하에서 집권당에 대한 반대당의 반사이득이 아닐까?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및 정의당이 ‘조국 구하기’에서 보여준 적대적 공생관계의 진영논리가 자한당을 살려주지 않았을까?

진영논리는 상대를 적폐로 몰아서 죽이려고 하지만 결국 죽이지도 못하고 적대적 공존관계로 상대를 살려주는 역설의 영양분을 제공한다. 만약 ‘극단적인 양당제’가 아니라 중도수렴과 중도층 확장에 중심을 두는 ‘온건한 양당제’에 맞춰 탈진영의 협치논리로 국정을 운영했다면 역설의 영양분 제공논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진영논리로 가장 손해를 보는 정당은 정의당이다. 진영논리가 약하면 정의당 지지율이 좀 올라가지만 지금처럼 극과극, 강대강으로 가면 정의당 지지율은 내려간다. 평소 정의당을 지지하다가도 자한당과 민주당이 진영논리로 강하게 맞서면 정의당 지지자는 전략투표로 민주당을 지지하게 된다.

정의당이 보수에 맞서는 진보를 주장할수록 양당제를 강화하는 보조제로서 ‘민주당 2중대’ 역할은 강화될 수밖에 없다. 진영논리의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된 정의당은 이런 딜레마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진보”보다는 “공정과 정의”로 승부를 보거나 온건한 양당제를 전제로 민주당과의 빅텐트적 통합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분단속 대통령제를 고려하지 않고, 내각제와 친화적인 의원정수 확대 및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확대하자는 극단적 주장도 문제가 있지만 반대로 아예 비례대표를 싹 없애자는 극단적 주장도 문제다.

양극단으로부터 벗어나 균형과 중심을 잡아야 한다. 극단적 논의로 선거법에 대한 여야합의가 힘들다면, 더 나쁜 제도의 탄생을 막기 위한 차선책으로 분단속 대통령제와 친화적인 현행제도를 현상유지할 필요가 있다.

정의당은 무리한 연동형비례제확대 주장 이전에 현행 47석 비례대표라도 많은 의석을 획득하기 위해 민생노선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면 어떨까?

민생노선의 혁신이 없는 가운데 불쑥 늘어난 비례대표 확대는 국민 혈세증가에 의한 고비용 저효율 효과로 상위소득 10%를 대변하는 금수저 정당의 비례대표를 더욱 늘려줄 수도 있다. 기존 정당의 기득권을 더욱 확대하는 양날의 칼이 된다는 것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

● 채진원 박사는 비교정치학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공화주의와 경쟁하는 적들」(2019), 「무엇이 우리 정치를 위협하는가」, 「노무현의 민주주의(공저)」,「정당정치의 변화, 왜 어디로(공저)」등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